호찌민 건설 붐 따라다니는 ‘유목민 노점상’… 노동자 곁 지키며 생계 이어가

호찌민 건설 붐 따라다니는 '유목민 노점상'... 노동자 곁 지키며 생계 이어가

출처: Tuoi Tre News
날짜: 2026. 4. 9.

동이 트기 시작한 호찌민(Ho Chi Minh City) 동부 롱빈(Long Binh)동의 프억티엔(Phuoc Thien) 거리. 쩐 티 후에(Tran Thi Hue, 50)씨는 작은 수레에 장갑, 마스크, 안전모를 정성껏 진열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수레가 마주한 곳은 남편이 6년째 일하고 있는 대규모 건설 현장이다.

9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후에씨처럼 도시 곳곳의 건설 현장을 따라다니며 노동자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여성들이 호찌민의 새로운 ‘유목민적’ 삶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 주변에 머물며 노동자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후에씨의 주 고객은 건설 노동자들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때로는 월급날에 맞춰 외상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인근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노동자들이 하노이 근교의 껀저(Can Gio) 해안가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손님은 부쩍 줄었다. 그럼에도 후에씨는 공장 일을 할 때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이 일을 선호한다. 오전 10시쯤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자녀를 돌보고 오후에는 청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두 아이의 학비를 보태고 있다.

현장 인근에서 ‘분리에(bun rieu, 베트남 게살 국수)’ 노점을 운영하는 쩐 티 응아(Tran Thi Nga, 55)씨의 하루는 새벽 2시 육수를 끓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한창 공사가 진행될 때는 하루 100그릇 이상을 팔기도 했다. 한 그릇에 2만 5,000동(약 1,35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타이닌(Tay Ninh)성에서 돼지를 키우다 질병으로 가축을 잃고 상경한 응아씨는 랜드마크 81 등 호찌민의 랜드마크 건설 현장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자녀들은 이제 쉬라고 권하지만, 그는 “일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들은 단순한 상인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반미(banh mi)’를 파는 타이 티 도안(Thai Thi Doan, 45)씨는 장을 보러 가기 힘든 동료들에게 식재료를 대신 사다 주며 서로를 챙긴다. 7년 전 남편을 잃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도안씨에게 이 공동체는 큰 힘이 된다. 후에씨는 “누군가 아프거나 돈이 부족할 때 서로 돕는다”며 “장사가 안되는 날에는 서로 격려하며 음식을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가면서 이들은 또 다른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다음 행선지인 껀저 지역의 집세와 장사 명당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 답사도 마쳤다. 후에씨는 이동할 때마다 아이들의 전학 문제로 가슴을 졸이지만, “노동자가 있는 곳에 고객이 있다”는 믿음으로 다시 짐을 꾸린다. 건설 붐이 일어나는 호찌민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이면에는 현장을 따라 삶을 옮겨 다니는 노점상 여성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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