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17세 체스 신예 선수가 아시안 체스 선수권대회에서 특급 대가(그랜드마스터·GM)를 상대로 이례적인 고속 승리를 거둔 뒤, 조직위원회로부터 전자장비 사용 여부에 대한 고강도 부정행위 정밀 검사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6일 체스계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베트남 체스 랭킹 5위인 팜 전 자 푹(Phạm Trần Gia Phúc·에로 평점 2천450) 선수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진행 중인 아시안 개인 체스 선수권대회 4라운드에서 러시아 출신의 그랜드마스터 사바 베토힌(Savva Vetokhin·2천549)을 꺾었다.
이번 대회는 각자 90분의 기본 시간에 매 수당 30초가 추가되며 41수부터 30분이 더 주어지는 정통 스탠더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고도의 수 읽기가 필요한 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 특성상 대부분의 선수가 제한 시간을 거의 다 소비하고 몇 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대국을 끝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백을 잡은 자 푹은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컴퓨터 인공지능(AI)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한 수를 빠르게 두어 나갔다. 43수 만에 승리를 확정 지은 순간 자 푹의 시계에는 무려 1시간 48분(108분)이라는 잔여 시간이 찍혀 있어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상대인 베토힌이 8수 만에 잔여 시간이 58분으로 줄어들며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자 푹이 펼친 이 놀라운 고속 대국을 지켜본 심판진과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부정행위 의혹이 피어올랐다. 대국 직후 대회 조직위원회는 자 푹을 즉시 보안실로 연행해 정밀 스캐너 장비를 동원한 전신 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몸이나 옷 속에 외부 AI 프로그램의 훈수를 받을 수 있는 미세 전자 송수신 장치를 숨겼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조사 결과 어떠한 디지털 장비도 발견되지 않으면서 자 푹의 순수한 실력에 의한 승리로 공식 결론이 났다. 자 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너무 빨리 이겨 보안 조사를 받은 경험이 여러 번 있어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고 덤덤한 소회를 전했다.
이번 고속 승리의 비결은 자 푹의 철저한 사전 기보 연구와 암기력 덕분이었다. 자 푹은 이탈리아 오프닝으로 시작된 대국에서 상대가 전술을 바꾸자, 자신이 2년 전 봐두었던 다른 기보를 즉각 떠올려 적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보는 지난 2025년 1월 네덜란드 타타 스틸 챌린저스 대회에서 중국의 루 미아오이와 카자흐스탄의 카지베크 노게르베크가 맞붙은 대국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 푹은 이 대국의 흐름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백이 승기를 굳힌 18수까지 루 미아오이의 행마를 그대로 재현하며 대국 전체를 사실상 외워서 끝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