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국제해사기구(IMO)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위한 조건부 협력 의사를 깜짝 공개했다. 22일(일) 이란의 IMO 대표 알리 무사비(Ali Mousavi)는 테헤란이 해상 안전을 위해 유엔 기구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해협이 여전히 개방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이는 이란이 ‘적대국’으로 간주하지 않는 국가의 선박에만 해당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무사비 대표는 현재의 해상 위기 원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있다고 비난하며, “외교가 최우선 순위지만 공격의 완전한 중단과 상호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위기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 목표물에 공습을 가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호르무즈 해협 통행 금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8일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최고 126달러까지 치솟는 등 1970년대 에너지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공급망 교란을 겪었다. 이후 이란은 전면 폐쇄 방침을 철회하고, 미국·이스라엘 및 서방 동맹국 선박을 제외한 국가들에게만 선택적으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게슘(Qeshm)섬과 라락(Larak)섬 사이의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별도의 해상 통로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는 이 통로를 이용하기 위해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통행료를 지불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말레이시아, 일본 등은 선박 운항을 위해 테헤란과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란은 개별 선박별로 서류 검토와 육안 점검을 거쳐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IMO는 지난 18~19일 특별 이사회를 소집해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고, 걸프 지역에 고립된 선박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긴급 해상 안전 프레임워크 구축을 촉구했다.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의 이번 항로 공개가 실질적인 물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