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수출 통제를 어기고 수십억 달러 상당의 엔비디아(Nvidia)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으로 빼돌린 미국 컴퓨터 기업 전직 임원과 직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19일(현지시간)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가짜 복제 서버까지 동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미국 검찰은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이샨 ‘월리’ 랴오(71)와 대만 국적의 루이창 ‘스티븐’ 장(53), 팅웨이 ‘윌리’ 선(44) 등 3명을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탑재된 컴퓨터 서버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제이 클레이턴 미 연방검사는 성명을 통해 “피고인들은 거짓과 은폐의 거미줄을 통해 미국의 핵심 AI 기술을 중국 고객들에게 조직적으로 빼돌렸다”고 밝혔다.
이들이 재직했던 기업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Super Micro Computer)는 성명을 통해 해당 직원들이 회사의 정책과 통제 시스템을 위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기소된 이샨 랴오는 이 회사의 사업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 및 이사회 멤버였으며, 루이창 장은 대만 지사 영업 매니저, 팅웨이 선은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슈퍼 마이크로 측은 “정부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약 2년 전부터 공모하여 수출 허가 없이 중국 판매가 금지된 최소 25억 달러(한화 약 3조 4,000억 원) 상당의 컴퓨터 서버를 중국으로 우회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통과 회사)’를 이용해 최종 목적지가 중국임을 숨겼으며, 가짜 서류를 꾸미는 것은 물론 감사관들을 속이기 위해 작동하지 않는 ‘가짜 복제 서버’까지 창고에 비치하는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팅웨이 선은 밀수 경로를 은폐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밀반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