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환으로 한국인이 베트남에 대한 관심 품목은 무엇인가를 찾아봤습니다. 구글에서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는 단연 여행입니다. 무려 94%가 베트남 여행에 관한 검색어를 찾았습니다.
우리 교민들의 관심사 와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우리에게는 비자나 생활물가, 부동산 가격, 구인구직 등이고 여행은 순위가 그리 앞에 있지 않지만 한국의 우리 국민들에게는 무조건 베트남은 여행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별개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베트남은 한국인에게는 여행을 통한 충전이자 해방입니다.
지난 한 해에만 무려 460만 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찾았다고 합니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인 1위이자, 아세안을 향하는 한국인 절반의 발걸음이 도착하는 곳이 베트남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이제는 먼 나라가 아닙니다. 외국 중에는 가장 가까운 나라가 베트남입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이곳 베트남에서 보내며 양국의 굽이치는 변화를 지켜본 입장에서, 한국인들이 유독 베트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단순히 적절한 거리나 저렴한 비용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돌아볼까요
물론 훌륭한 가성비와 편리한 항공라인, 탄탄하게 뿌리내린 한인 사회 인프라, 그리고 언제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과 음식, 골프장들은 여행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일차적 요인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언어의 장벽마저 허무는 ‘정서적 교감’과 ‘역사적 유사성’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식민 지배와 전쟁의 아픔을 딛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낸 끈기 있는 역사를 공유합니다. 무엇보다 기저에 깔린 유교 문화의 공감대는 놀랍도록 높습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한국인에게 진한 기시감과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태도에서 느껴지는 동양적인 예의와 정(情)이 낯선 타국에서의 긴장감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합니다. 다른 이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정서적 교감을 지난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를 베트남으로 다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남부와 북부가 품고 있는 확연히 다른 매력은 베트남을 ‘재방문율이 높은 나라’로 만드는 핵심 동력입니다. 정치·문화의 중심지인 북부는 사계절이 존재하며, 짙은 전통의 향기와 깊이 있는 유교적 정서가 배어 있고. 하롱베이나 사파의 웅장한 자연은 북부만의 특권입니다.
반면 경제 중심지인 남부는 일 년 내내 활기찬 열대 기후 속에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다이내믹한 호찌민의 도심과 중 남부의 눈부신 휴양지들은 여행자들에게 끊임없는 생동감을 선사하며 서로 다른 두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풍성함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한국인들 사이에 베트남은 회귀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것처럼 반드시 다시 찾는 나라가 베트남입니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베트남 정부는 관광객 ‘2,500만 명 유치’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양적 팽창에서 질적 고도화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한창 개항을 준비중인 롱탄 신공항이 열리면 일단 공항 병목현상이 풀리면서 베트남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달랏 리엔크엉 공항이 11월부터 안내 방송 중단… ‘소음 없는 공항’ 추진을 선언하며 방문객의 편의를 섬세하게 챙기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의 질적 격상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변화입니다. 저렴한 단체 여행지라는 과거의 인식을 걷어내고, 선진국형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베트남의 잰걸음은 앞으로 양국의 교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다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교류의 이면에서 우리가 반드시 새겨야 할 주의점도 뚜렷해집니다. 방문객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현지 문화와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얄팍한 경제적 우월감을 앞세워 현지인을 하대하거나, 베트남의 강인한 역사적 자부심과 뚜렷한 사회적 규범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한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여행지에서의 해방감이 무례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결국 진정으로 가치 있는 여행은 서로의 삶의 방식을 존중할 때 완성됩니다. 펄떡이는 베트남의 역동성 속에서 우리가 보여주는 성숙한 태도가, 양국을 잇는 가장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가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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