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terview – 세브란스 외래교수 출신 ‘조강원’ 원장이 전하는 경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감을 때까지, 호찌민 교민의 눈은 쉴 틈이 없다. 사무실과 카페, 집안 어디든 냉방이 강하게 돌아간다. 손에는 종일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모니터 앞에 앉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진다. 아이들은 태블릿을 끼고 살고, 중장년은 노안이 시작될 나이에 접어든다. 코리아 아이센터(Korea Eye Center)의 조강원(Cho Kang-won) 원장이 인터뷰 내내 되풀이한 말이 있다. “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근시도, 녹내장도, 백내장도 전부 이 한 문장으로 꿰인다. 그가 안정된 한국의 진료 환경을 두고 호찌민에 안과를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리 없이 나빠진다

조 원장이 가장 경계하는 질환은 통증이 없는 것들이다. 노안, 백내장, 녹내장은 중장년 교민이 특히 신경 쓰는 질환이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녹내장을 그는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렀다.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손상이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안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백내장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기는 사이 병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해법은 단순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정기 검진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만으로도 조기에 발견해 시력을 오래 유지할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절대 미뤄서는 안 되는 신호도 있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번개가 번쩍이는 듯한 광시증, 검은 점이 갑자기 많이 떠다니는 비문증이다. 눈이 심하게 아프면서 충혈과 시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증상은 망막질환이나 녹내장처럼 응급 치료가 필요한 질환일 수 있습니다. 즉시 안과를 찾아야 합니다.”

냉방과 스크린, 그리고 마른 눈

호찌민의 생활 환경 자체가 눈에는 부담이다. 조 원장은 강한 냉방과 장시간 스마트폰·모니터 사용을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았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 수칙은 어렵지 않다. “의식적으로 자주 눈을 깜빡이고, 20~30분마다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필요하면 인공눈물을 적절히 사용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수면도 눈 건강에 좋습니다.”작은 습관처럼 보이지만, 종일 냉방과 화면에 노출되는 호찌민 교민에게는 그만큼 절실한 수칙이다.

아이의 근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다’는 원칙이 가장 뚜렷하게 적용되는 대상이 아이들이다. 자녀의 근시 진행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조 원장의 진단은 냉정하다. “아이들의 근시는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관리의 초점은 ‘치료’가 아니라 ‘진행 속도 늦추기’에 맞춰진다.
“드림렌즈와 저농도 아트로핀 치료가 근시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기 검진으로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기에 관리할수록 성인이 됐을 때 고도근시와 그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시력교정수술을 고민하는 성인에게도 같은 원칙이 흐른다. 스마일 라식, 라식, 라섹을 호찌민 현지에서 받기를 망설이는 교민이 적지 않지만, 조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수술 기법이 아니라 그 앞 단계다. “수술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맞는 수술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라식이나 스마일수술 대상은 아닙니다. 충분한 정밀검사로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르고,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 호찌민으로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조 원장은 왜 안정된 한국을 두고 호찌민을 택했나. 그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안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외래교수를 지냈다. 외안부 질환과 녹내장, 망막질환을 중심으로 백내장, 안구건조증, 익상편, 당뇨망막병증까지 두루 진료해온 의사다. 한국 외안부·녹내장·망막학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호찌민행을 결심한 이유는, 앞서 되풀이한 ‘되돌릴 수 없다’는 원칙과 맞닿아 있다. 되돌릴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진료를 제때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우수한 안과 의료를 베트남 현지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실제로 한국 수준의 진료를 현지에서 경험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이 해외까지 나가지 않아도 믿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말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외국 의사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심사와 자격 절차를 거쳐 베트남 안과 의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지만, 현지 환자들에게 책임 있는 의료를 제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사는 정확하게, 설명은 충분하게

부산 센텀에 본원을 둔 김승기 대표원장과 함께 코리아 아이센터를 이끄는 그는, 호찌민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며 ‘정확한 진단’을 최우선에 둔다. 눈은 작은 변화도 놓치면 시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리아 아이센터는 시력교정수술부터 녹내장, 망막질환, 백내장, 소아 근시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안과다. 한국 대학병원 수준의 검사·수술 장비를 갖췄고, 진료실과 수술실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런데 정작 환자들이 가장 많이 체감하는 차이는 장비가 아니라 ‘설명’이라고 한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설명을 정말 자세히 해준다’는 것입니다. 최신 OCT, 안저촬영, 각막검사, 안압검사로 눈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환자와 함께 확인하며 설명드립니다. 불필요한 치료는 권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의료진과 베트남 현지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공유하며 치료 방향을 정하는 협진 체계도 운영한다. 상담과 수술 후 관리까지 함께 맡아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줄인다. 한국어·영어·베트남어 전담 상담 라인을 두고, 병원 안에 한국 약국과 안경원을 함께 들여 진료·처방·약 수령·안경 제작을 한 곳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한국에서 진료받던 환자의 연속성 있는 관리도 가능하다. 한국에서의 검사·수술 기록을 공유하면 호찌민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관리가 이어지고, 필요하면 한국 의료진과 협력한다. 처음 방문하는 교민도 예약 후 오면 필요한 검사를 대부분 하루에 마칠 수 있다.

“증상 없어도 검진하라”

인터뷰 말미,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조 원장의 표정이 풀렸다. “환자분이 다시 선명한 시력을 되찾고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해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에 있었다. 되돌릴 수 없으니, 망가지기 전에 지키라는 것이다. “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소중한 시력을 오래 지키시길 바랍니다.” 호찌민의 눈은 오늘도 냉방과 화면 사이에서 마르고 지친다. 소리 없이. 조 원장의 경고가 향하는 지점이 바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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