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정국과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무력 충돌 악순환을 지켜본 북한이 자국의 핵무력 강화만이 외부의 군사 공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는 판단을 굳히고 핵 고도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16일 서울 안보 정세 분석 기구 및 조선중앙통신(KCNA) 보도에 따르면, 북한 조선노동당은 최근 전원회의를 통해 자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고 이를 “예측 불가능한 국제 군사·정치 정세에 능동적이고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정확한 침로”라고 규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 미·일·한의 군사 현대화 조치가 “역내 정세를 핵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며, 해군 전력의 핵무장화와 1만t급 대형 군함 건조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안보의 핵심 지표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차 천명했으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핵 프로그램이 “돌이킬 수 없는 한계선”이자 “협상 불가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북한의 완강한 핵집착 행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무력화를 명분으로 감행한 대대적인 타격 작전을 반면교사로 삼은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어설픈 수준의 핵개발은 오히려 스스로 표적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교훈을 북한이 이란 사태를 통해 깊이 각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북한이 이란 사태 이후 외부 위협 수치를 훨씬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최소 억제력’ 단계를 넘어선 압도적인 핵 투사 능력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북한은 핵탄두 수량 확보에 그치지 않고 이동식 발사대(TEL), 철도 기동 시스템, 견고한 지하 요새, 잠수함 등 타격 수단을 다변화해 적의 선제타격 시나리오에서 살아남는 ‘생존성 지표’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형 구축함에서 핵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5년간 매년 2척의 대형 군함을 건조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해상 타격 자산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적 분산 배치가 적군으로 하여금 북한의 정확한 핵 비축 수치와 은닉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게 만들어 전면적인 군사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상호확증파괴’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나아가 북한은 미·한이 지난해 출범시킨 핵협의그룹(NCG)의 최근 서울 회의를 ‘북침 핵전쟁 모의 기구’라고 맹비난하며 적대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 같은 행보가 향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이 재개되더라도 비핵화 담판은 원천 배제하고, 오직 서로의 핵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군비 통제(Arms Control)를 논하는 구조로 협상 틀을 전환하겠다는 Bình Nhưỡng(평양) 측의 계산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대미 견제라는 공통 지표를 둔 러시아, 중국과의 군사·외교적 밀착 정국을 통해 외부 제압 수치를 크게 누그러뜨린 북한을 상대로 미·한 양국이 형식적인 ‘한반도 비핵화’ 명분은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현실적인 핵 통제 정국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