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실외기 주변에 무심코 둔 생수병이나 종이박스 등 적재물과 임의로 개조한 전선이 끔찍한 대형 화재를 유발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어 전 세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매년 에어컨 관련 화재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는 일본의 사례는 이러한 불량한 관리 습관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12일 일본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NITE) 및 도쿄 소방청 등의 최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일본 전역에서 접수된 에어컨 관련 사고는 총 345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90퍼센트 이상이 화재 사고로 이어져 7명이 숨지고 33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로 번졌다. 놀라운 점은 조사된 화재 사건의 절반 가까이가 기계 자체의 제조 결함이 아닌, 실외기나 실내기 주변에 가연성 물품을 방치한 사용자들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실외기 주변의 사소한 물건이 화재를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22년 미야기현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 주민은 강풍에 실외기 덮개가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 시트를 씌운 뒤 그 위에 물이 가득 찬 투명 페트병들을 얹어두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날 직사광선이 내리쬐자, 이 페트병들이 돋보기(볼록렌즈) 역할을 하여 태양광을 한곳으로 강력하게 모았고 결국 비닐 시트에 불이 붙으면서 실외기 전체가 전소되는 화재로 이어졌다.
전선 무단 개조 역시 단골 화재 원인이다. 지난 2024년 도쿄에서는 에어컨 사용자가 전원 코드의 피복을 임의로 벗겨낸 뒤 구리선을 손으로 대충 꼬아 다른 케이블과 연결해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했다. 느슨하게 연결된 전선 접접에서 지속적으로 미세한 전기 스파크가 발생했고 이것이 과열로 이어져 건물 전체를 태울 뻔한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이다. 소방 당국은 규격에 맞지 않는 배선 연장이나 비전문가의 임의 절연 테이프 마감 등은 전류 저항을 높여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일본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는 실외기 주변에 쓰레기봉투, 오래된 폐박스, 마른 인화성 물질 등을 쌓아두는 행위를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어컨이 가동될 때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내부 모터의 과열이 주변 가연성 물질과 만나면 순식간에 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외기 주변이 잡동사니로 지저분하게 방치될 경우, 쥐나 뱀, 곤충 등 유해 동물들이 내부로 침입해 둥지를 틀거나 내부 핵심 배선을 갉아먹어 쇼트(합선) 화재를 유발할 위험도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도쿄 소방청 관계자는 실외기 전면의 공기 배출구를 물건으로 가로막는 행위는 냉방 효율을 떨어뜨려 전기요금 폭탄을 부를 뿐만 아니라, 컴프레서(압축기)의 온도를 임계점 이상으로 끌어올려 모터 과열에 의한 단락 사고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외기 주변 최소 50센티미터 이내에는 어떠한 물건도 두지 말고 공기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늘 개방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가동 중 내부에 타는 냄새가 나거나, 평소와 다른 괴이한 소음이 발생하거나, 전원 코드선이 손으로 만졌을 때 지나치게 뜨겁게 달아오른다면 즉시 에어컨 가동을 멈추고 메인 차단기(누전차단기)를 내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여름철 본격적인 가동 전 전문가를 통한 정기적인 배선 점검과 실외기 청소를 실시하는 것만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