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보건부 산하 식품안전국이 연루된 대규모 뇌물 수수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서 응우옌 타인 풍(Nguyen Thanh Phong) 전 국장과 쩐 비엣 응아(Tran Viet Nga) 전 국장 등 핵심 피고인들이 최종 선고를 앞두고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응아 전 국장은 남편 역시 공범으로 구속된 처지를 기치로 내걸고 남편만은 집행유예로 석방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눈물로 호소했다.
22일 베트남 법조계에 따르면 하노이 고급인민법원은 전날 식품안전국 뇌물 스캔들의 핵심 피고인 34명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마치고 변론을 종결했다. 합의부가 판결을 위한 평의에 착수하기 전 진행된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전직 고위 관료들은 일제히 범행을 시인하며 당과 국가, 그리고 국민을 향해 사죄의 뜻을 전했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선 풍 전 국장은 자신의 과오로 인해 관리 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며 깊은 반성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선 피고인들 중에는 부교수 1명, 박사 9명, 석사 12명을 비롯해 수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다”라며 “국가가 오랜 시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성한 인재들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피고인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큰 손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모든 가중 처벌을 감당할 테니, 평생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 온 전직 식품안전국 부하 직원들을 포함한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발언한 응아 전 국장 역시 전문가 집단의 붕괴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사회에 다시 기여할 수 있도록 감형을 청원했다. 특히 그녀는 최후 진술 말미에 가족의 비극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남편이자 같은 보건부 산하 예방의학국 부국장을 지낸 레 호앙(Le Hoang) 피고인 역시 이번 사건에 연루돼 함께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응아 전 국장은 “자신은 감옥에서 성실히 교화에 임할 테니, 남편만은 집행유예(án treo)를 선고받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애원했다. 뒤이어 발언대에 선 남편 호앙 전 부국장도 부부가 동시에 수감되는 상황만은 면하게 해달라며 아내의 조기 석방과 선처를 구했다.
앞서 진행된 논고 서신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범죄 사실을 전액 자백하고 피해 금액을 전액 환수 조치한 점 등 새로운 감형 사유를 인정해 이례적으로 대폭적인 감형을 재판부에 건의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풍 전 국장에게 4~5년 감형된 징역 15~16년을 구형했으며,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응아 전 국장에게는 2~3년 감형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남편 호앙 전 부국장에게는 1~2년 감형된 형량을 제안했다. 나머지 31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부터 최소 3~4년의 감형이 청구됐으며, 심지어 이번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일부 피고인들까지도 대규모 환수 성과를 감안해 3~4개월씩의 추가 감형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식품안전국 재직 시절 감정 및 인허가와 관련된 3대 핵심 행정 절차를 처리해 주는 대가로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조직적으로 뒷돈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수수한 총뇌물 액수는 무려 1,070억 동(약 57억 원)에 달한다. 개인별 부당 이득액은 풍 전 국장이 약 440억 동으로 가장 많았고, 응아 전 국장이 80억 동 이상, 남편 호앙 전 부국장이 약 10억 동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부는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 내용을 토대로 최종 형량을 고심한 뒤, 오는 5월 25일 오전 항소심 최종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