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가루를 빻는 소리, 반죽을 펴는 롤러의 마찰음, 그리고 면발을 일정하게 잘라내는 칼날의 리드미컬한 소리가 거대한 공장을 가득 채운다. 한국 라면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초기지, 경북 구미의 농심 공장 내부 모습이다.
15일 농심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축구장 수십 개 크기인 4만 2,000㎡ 규모의 구미 공장은 한국에서 가장 큰 라면 생산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600만 개의 라면이 생산되며, 2025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12억 3,000만 개의 라면을 판매해 약 8,840억 원(5억 9,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생산 라인은 첨단 자동화 시스템의 정점을 보여준다. 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실제 공정 대부분은 로봇과 스마트 카메라가 담당한다. 1분당 600개의 라면이 포장되어 상자에 담기면, 자율주행 로봇이 이를 적재 구역으로 운반한다. 이 같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구미 공장은 한국 내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80%, 짜파게티의 90%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 구미시는 이러한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라면의 도시’라는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입히고 있다. 2022년 처음 시작된 ‘구미 라면 축제’가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1만 명 수준이었던 방문객이 지난해에는 35만 명으로 폭증하며 도시의 활력소가 됐다. 축제 기간 475m에 달하는 보행자 거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이 차려지며, 공장에서 갓 튀겨 나온 신선한 면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세계라면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약 77개의 라면을 소비했다. 이러한 내수 시장의 탄탄한 지지 속에 ‘K-라면’의 글로벌 수출 역시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22% 성장하며 15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심은 폭발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 녹산에 1,918억 원을 투입해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추가로 생산해 수출 물량을 현재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릴 전망이다.
김상훈 구미 공장장은 “고도의 자동화 공정 속에서도 제품 하나하나에는 사람의 흔적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라면 봉지의 유통기한 표시 바로 아래에는 해당 제품을 담당한 직원의 실명이 인쇄된다. 김 공장장은 “내 이름이 적힌 수억 개의 라면이 팔려나갈 때 느끼는 자부심이 곧 품질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