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올인’ 영국 기업인 앳킨슨의 37년… “플랜 B는 없었다”

'베트남에 올인' 영국 기업인 앳킨슨의 37년…

출처: Cafef
날짜: 2026. 5. 11.

1980년대 후반, 전쟁의 상흔과 경제 봉쇄라는 이중고 속에서 베트남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금지의 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떠날 때 홀로 베트남의 가능성에 판돈을 걸고 37년을 바친 영국인이 있다. 베트남 최초의 국제 컨설팅 기업인 그랜트 손튼 베트남(Grant Thornton Vietnam)을 세운 케네스 앳킨슨(Kenneth Atkinson)의 이야기다.

14일 베트남 경제계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앳킨슨은 1989년 11월 2,000만 달러 규모의 호텔 컨설팅 계약서를 들고 처음 하노이 땅을 밟았다. 당시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미만이었고,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 상태였다.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가 열악한 인프라와 법적 불확실성에 질려 짐을 쌀 때, 그는 오히려 “이곳이 내가 머물 곳”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그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6년에는 회사의 잔고가 단돈 5,000달러까지 떨어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 달 급여인 3,000달러를 주고 나면 영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 한 장 살 돈만 남는 상황이었다. 주변에서 “홍콩이나 영국으로 돌아갈 ‘플랜 B’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에게 플랜 B는 없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일구는 ‘플랜 A’뿐이다.”

앳킨슨의 성공 뒤에는 유머러스한 비화도 숨어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원하는 국영기업 주식회화 컨설팅 입찰 당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탈락 위기에 처하자 그는 베트남 관리들에게 “어느 축구팀을 응원하느냐”고 물었다. 모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U)”라고 답하자, 맨체스터 출신인 그는 “그랜트 손튼이 바로 MU의 감사 법인”이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사실 감사 계약이 종료된 지 1년이 지났다는 사실은 계약 체결 후에야 알게 된 ‘행운의 실수’였지만, 이 사건은 그를 베트남 관료사회와 깊게 연결해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가 베트남에 매료된 것은 경제적 수치 때문만이 아니었다. 1996년 수술 후 몸이 불편한 상태로 출근하던 그를 아무런 대가 없이 오토바이로 데려다준 기사, 매일 건강을 걱정해 주던 길거리 상인들의 따뜻함은 그를 베트남이라는 ‘가족’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37년이 흐른 지금, 베트남의 GDP는 5,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1인당 소득은 5,000달러를 돌파했다. 고립된 경제에서 세계 32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지켜본 앳킨슨은 이제 베트남의 새로운 개혁기인 ‘도이머이 2.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앳킨슨은 “베트남의 거대한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그 과정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라며 “베트남 인민의 회복 탄력성과 열정이 지금의 베트남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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