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정부가 미국의 최신 평화 협상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양국 군의 무력 충돌이 잇따르는 등 중동 지역의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1일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게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의 최신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답변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휴전 협정과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이란군이 미국의 어떤 ‘도발과 모험’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인은 압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도 이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파편화되어 있어 효율적이지 못한 점이 장애가 될 수 있지만, 진지한 협상 프로세스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교적 접촉이 이어지는 중에도 전장에서는 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 오만만에서 미국의 해상 봉쇄를 뚫고 이란 항구에 진입하려던 이란 국적 유조선 ‘M/T 씨스타 3’호와 ‘M/T 세브다’호를 향해 정밀 타격을 가해 무력화했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에서 출격한 F/A-18 슈퍼 호넷 전투기가 해당 유조선들의 굴뚝 부위를 타격해 기동을 멈추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국제 비상 무선 채널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에 “미 군함으로부터 최소 16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은 “때때로 미국인들에게 미사일과 드론으로 교훈을 줄 필요가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북부에서는 양측 간의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레바논 전선에서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최근 베이루트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군기지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레바논 남부를 폭격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양측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직접 협상을 가질 예정이지만, 계속되는 무력 충돌로 인해 휴전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현재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실제 전쟁 전략 수립과 미국과의 협상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가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고 전자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동선이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