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호찌민에서 버스로 4시간, 등산과 트레킹의 세계

등산을 그리워하는 교민들을

위한 남부 트레킹 완전 가이드

베트남 남부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에서 당연히 누렸던 것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침에 가볍게 동네 뒷산을 오르는 일도 그 중 하나다. 호찌민은 해발 0~10미터 사이의 완벽한 평지 도시다. 인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거리에서는 간단한 조깅조차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계절의 변화가 없는 이 도시에서, 땀 흘리며 고도를 높이는 쾌감은 생각보다 더 빨리, 더 깊이 그리워진다.
다행히 호찌민에서 버스로 4시간 이내 거리에 크고 작은 산지가 여러 곳 숨어 있다. 케이블카로 구름 위를 오르는 성지(聖地)에서부터,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생태공원, 베트남 최고 난이도의 정글 트레킹 코스, 메콩 델타(Mekong Delta) 한복판에 홀로 솟아난 성산(聖山)까지. 운동 수준과 목적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풍성하다.

01. 베트남 남부의 지붕 – 떠이닌(Tay Ninh)성 바덴산 (Nui Ba Den)

케이블카가 바꿔놓은 풍경

“베트남 남부의 지붕”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덴산(Nui Ba Den)은 해발 986미터로 베트남 남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호찌민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차로 2시간 20분 거리인 떠이닌(Tay Ninh)성에 위치한다.
2019년 선월드(Sun World) 그룹이 케이블카 시스템을 완공하면서 베트남 최대 산악 관광지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기네스(Guinness) 세계기록이 공인한 ‘세계 최대 규모 케이블카 정류장’과 왕복 8.8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노선이다. 8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과거에 4시간 이상 걸렸던 트레킹이 단 8분으로 압축됐으니, 체력에 자신 없는 방문객도 부담 없이 구름 위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산 중턱의 항(Hang) 파고다 노선과 정상부 반썬(Van Son) 피크 노선 두 갈래로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정상에는 베트남 최대 규모의 사암 석상인 ‘떠이보다썬(Tay Bo Da Son)’ 미륵불 입상이 들어섰다. 높이 36미터, 최대 폭 45미터로 5,112톤의 자연 사암 6,688개 블록으로 조성된 이 불상은 지금 바덴산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정상에는 꽃 정원, 불교예술관, 80여 가지 음식을 제공하는 반썬 뷔페 레스토랑도 들어서 있다.
영적인 순례지로서의 색채도 여전히 짙다. 산 중턱의 6개 사원이 어우러진 바덴(Ba Den) 사원 단지는 연간 수백만 명의 순례객이 찾는다. 음력 설 전후와 4월이 가장 붐빈다.

케이블카 요금 (Sun World 기준)

온라인 예매는 ticket.sunworld.vn 또는 Sun Paradise Land 앱에서 가능하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줄이 매우 길어지므로 온라인 예매 후 QR코드로 바로 입장하는 것을 강력 권장한다.
운영시간: 월~금 06:00~20:00 / 토~일 05:30~21:00
직접 산행을 원한다면 항 파고다까지 약 4시간의 트레킹 코스가 남아 있다. 울창한 숲과 동굴, 계곡을 가로지르는 이 코스는 체력 소모가 크지만, 케이블카로는 느낄 수 없는 밀림의 맛을 즐기는 경험자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찾아가는 법: 호찌민 벤탄(Ben Thanh) 버스터미널이나 떠이닌행 버스를 이용한다. 여행사 패키지(그랩카 포함 왕복 약 50만~80만 동)를 이용하면 편하다.

02. 악어와 원시림의 만남 – 동나이(Dong Nai)성 남깟띠엔 (Nam Cat Tien) 국립공원

유네스코가 인정한 원시림

호찌민에서 국도 20번을 따라 북쪽으로 약 150킬로미터. 차로 3~4시간을 달리면 열대 우림의 향기가 차창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동나이(Dong Nai)·람동(Lam Dong)·빈푸옥(Binh Phuoc) 3개 성에 걸쳐 7만 헥타르 이상을 차지하는 남깟띠엔(Nam Cat Tien) 국립공원이다. 유네스코(UNESCO)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1,600여 종의 식물, 350종 이상의 조류, 105종의 포유류가 서식한다.

이 공원의 대표 코스는 바우사우(Bau Sau), 즉 ‘악어 호수(Crocodile Lake)’다. 공원 본부에서 약 15킬로미터 안쪽에 위치한 이 호수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샴 악어(Siamese Crocodile) 200여 마리가 서식한다. 호수 이름이 ‘악어’인 이유다.

트레킹 코스

코스는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공원 본부에서 바우사우 입구까지 10킬로미터는 지프 혹은 자전거 대여(유료)로 이동할 수 있고, 입구에서 호수까지 5킬로미터는 반드시 도보로 걸어야 한다. 약 3시간이 소요되는 이 숲길에서는 수백 년 된 거목과 다양한 조류, 흔치 않은 포유류와 마주칠 수 있다.

야간 사파리는 베트남에서 이 공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희귀한 프로그램이다. 어둠 속을 달리는 지프 위에서 플래시를 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야행성 동물들을 목격하는 경험은 낮의 트레킹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숙박 옵션 (2026년 기준)

단순 당일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거리이므로 최소 1박을 권장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 공원 주변 숙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공원 입구 근처에는 미화 16달러부터 시작하는 깟띠엔 팜스테이(Cat Tien Farmstay), 공원 내 분위기 있는 숙소로 꼽히는 깟띠엔 정글 롯지(Cat Tien Jungle Lodge·32~200달러), 강변 전망이 훌륭한 그린호프 롯지(Green Hope Lodge) 등이 들어섰다. 바우사우 호수 인근 레인저 기지에 1박하는 야영 패키지도 운영 중이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없다는 과거의 설명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방문 최적 시기: 12월~5월(건기). 우기(6~11월)에는 호숫물 수위가 오르고 모든 숲길이 진흙탕이 되어 트레킹이 크게 불편해진다.
필수 준비물: 거머리 방지 양말(공원 입구에서 구매 가능), 긴 팔·긴 바지, 방충제, 방수 등산화. 현금(ATM 없음)은 반드시 미리 준비할 것.

03. 악마의 트레킹 – 타낭-판둥 (Ta Nang – Phan Dung) 종주 코스

베트남에서 가장 혹독하고 아름다운 길

베트남 최고 난이도 트레킹 코스라는 타이틀을 두고 여러 노선이 경쟁하지만, 현지 트레킹 커뮤니티에서 ‘악마의 트레킹(Evil Genius Trek)’으로 불리는 타낭-판둥(Ta Nang – Phan Dung) 코스에 필적하는 루트는 없다. 55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종주 노선은 람동(Lam Dong)·닌투언(Ninh Thuan)·빈투언(Binh Thuan) 3개 성을 가로지르며 해발 500미터 이상의 중앙고원에서 출발해 해안 저지대까지 내려온다.
2박 3일 표준 코스로 진행되며, 최근에는 2일 1박으로 압축한 일정도 일부 여행사에서 운영한다. 과거에는 초보자 사망 사고도 발생했던 만큼, 지금도 반드시 경험 있는 가이드 동반이 필수다.

왜 이 길인가

이 코스는 일반적인 등산 체력으로는 무리다. 국내 트레킹 전문 업체들이 권장하는 최소 기준은 “5킬로미터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체력”이다. 출발 최소 10~15일 전부터 매주 3회, 2킬로미터에서 점차 거리를 늘리는 러닝 훈련이 필수다.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 이력, 임산부는 참가할 수 없다.
코스 전반에 걸쳐 휴대전화 신호가 거의 없다. 간헐적으로 신호가 잡히는 구간도 있으나, 베트남텔(Viettel) 유심이 가장 잘 터진다. 구글 맵 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와 GPS 기기 지참을 권장한다.
패키지 예약: ItrekVN, DalatTrip 등 호찌민 기반 전문 트레킹 업체들이 정기 출발 패키지를 운영한다. 호찌민 출발 기준 2박 3일 패키지 가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1인당 200만~350만 동 선이다. 최소 10일 전 예약을 권장하며, 성수기(12~4월)에는 조기 마감이 잦다.
추천 최적 시기: 12월~4월(건기). 우기에는 황토 지반이 미끄러져 낙상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

04. 메콩 델타 한복판의 성산(聖山) – 안장(An Giang)성 챠우독(Chau Doc)의 삼산 (Nui Sam)

논바다 위에 홀로 솟은 산

호찌민에서 서쪽으로 약 250킬로미터, 캄보디아 국경과 100킬로미터를 사이에 둔 안장(An Giang)성 챠우독(Chau Doc) 시. 이 메콩 델타 변방 도시에서 남서쪽으로 6킬로미터를 달리면, 끝없이 펼쳐진 논밭 위에 갑자기 솟아오른 해발 284미터의 삼산(Nui Sam)이 나타난다. 평지에서 이 높이면 베트남 남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둘레 5,200미터의 아담한 산이지만, 정상에 서면 챠우독 시내와 베트남-캄보디아 국경지대 전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캄보디아까지 보인다. 삼산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유적으로 지정한 종교·역사 복합 유적지다. 산기슭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200여 개의 사원과 탑, 묘소가 산재하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추아쑤(Ba Chua Xu) 사원이다.

바추아쑤 사원과 그 전설

음력 4월 23일에서 27일 사이에 열리는 ‘바추아쑤 축제(Le Hoi Ba Chua Xu)’는 베트남 남부 최대의 민간 신앙 행사 중 하나다. 번영과 수호의 여신에게 제를 올리는 이 축제 기간에는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순례객이 몰린다. 축제 기간을 피해 조용하게 방문하려면 1~3월이나 9~11월이 적합하다.
사원 위쪽에는 1847년 완공된 떠이안(Tay An) 파고다가 있다. 베트남과 인도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외관으로, 사원 경내에만 머물러도 반나절이 즐겁다. 산 기슭에는 응웬(Nguyen) 왕조 시대의 군사 지휘관 투아이응옥하우(Thoai Ngoc Hau·1761~1829)의 묘소도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법

정상까지 걸어 오르는 코스(동쪽 사면 도보 루트)는 잘 정비된 포장 길을 따라 약 1~1.5시간이 소요된다. 초보자도 어렵지 않다. 케이블카도 운행 중이다. 길이 900미터, 37개 캐빈으로 구성된 삼산 케이블카는 왕복 15만 동이다. 체력을 아끼고 싶다면 케이블카로 올라가고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오토바이 기사를 고용해 중턱까지 올라가는 방법(약 6만 동)도 가능하다.
정상에는 군사 초소가 있어 군사 시설 사진 촬영에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의 전망은 해 질 무렵이 단연 압권이다. 챠우독의 하우(Hau) 강변을 물들이는 노을과 논밭 위에 드리우는 오렌지빛 빛의 조화는, 먼 거리를 달려온 보람을 충분히 준다.

챠우독 가는 법 (호찌민 출발 기준)

호찌민 미엔떠이(Mien Tay) 버스터미널에서 챠우독행 버스가 수시로 출발한다. 소요 시간 약 4~4.5시간, 요금 약 15만~20만 동. 챠우독 버스터미널에서 삼산까지는 그랩(Grab) 또는 택시로 10~15분이다. 추가로, 캄보디아 프놈펜(Phnom Penh)에서 페리나 버스로 약 3~4시간 거리이므로, 캄보디아 여행과 연계하는 루트로도 인기 있다.

1박 2일 추천 일정

호찌민에서 오전 출발 → 챠우독 오후 도착 → 바추아쑤 사원·떠이안 파고다 관람 → 숙박 → 이른 아침 삼산 등산(일출 또는 일몰 포인트) → 챠우독 수상 시장(Cho Noi) 구경 → 호찌민 귀환. 수상 시장과 짜쑤(Tra Su) 왜가리 숲(cajeput forest)까지 더하면 더욱 알찬 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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