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항공업계가 고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전례 없는 규모의 노선 감축에 들어갔다. 태국 국적사인 타이항공(Thai Airways)을 비롯해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 등 아시아 주요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5월 운항 일정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나섰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타이항공은 2026년 5월 한 달간 국내선과 국제선 전반에 걸쳐 대규모 감편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가파르게 치솟는 항공유 가격과 운영 비용 상승, 그리고 여행 비수기(Off-peak) 진입에 따른 수요 급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북아시아 노선이다. 타이항공은 5월 8일부터 대만 가오슝(Kaohsiung)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 특히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Seoul) 노선의 경우 기존 하루 3회 운항에서 하루 1회로 파격적인 감축을 결정했다. 이외에도 베이징(Beijing), 상하이(Shanghai), 홍콩(Hong Kong) 노선 역시 기존 대비 30~50%가량 운항 횟수를 줄인다.
동남아시아 노선에서는 방콕(Bangkok)-싱가포르(Singapore) 구간이 하루 5회에서 4회로 축소되며, 캄보디아 프놈펜(Phnom Penh) 노선도 5월 내내 상당 부분 감편된다. 유럽 노선의 경우 프랑크푸르트(Frankfurt), 뮌헨(Munich), 코펜하겐(Copenhagen), 스톡홀름(Stockholm) 등 주요 장거리 노선이 매일 운항에서 주 5회 운항으로 조정되어 운영 효율화에 들어간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 역시 5월 16일부터 6월 말까지 전체 여객 노선의 약 2%를 감축하며,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HK 익스프레스(HK Express)는 5월 11일부터 운항 횟수를 6%나 줄일 계획이다. 캐세이퍼시픽 측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지속으로 인한 항공유 가격 폭등을 감편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캐세이퍼시픽의 로널드 람(Ronald Lam) CEO는 “중동 영공 우회로 인한 운항 차질에도 불구하고, 북미와 호주 노선의 높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올해 전체 공급량을 10% 늘리겠다는 계획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 분석가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2주간의 임시 휴전 합의를 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가 곧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이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연료 공급 부족과 고단가 현상은 향후 몇 달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용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7월 이후에야 각 항공사의 운항 일정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