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관광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7일 통계청 및 관광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줄곧 베트남의 최대 관광 송출국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최근 그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676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중국 본토 관광객은 14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어 전체의 20%를 상회하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베트남은 역대 최다인 2,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했는데, 중국 시장은 이 중 25%인 530만 명을 기록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중국 열풍’의 배경에는 ‘지리적 인접성’과 ‘교통 편의성’이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1,450km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7개 성(省)에 걸친 국제 검문소와 철도, 도로망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항공 노선 역시 비엣젯과 베트남항공이 북경, 상해 등 대도시는 물론 리장, 장자제 등 관광지까지 직항을 운행하고 있으며, 중국 주요 항공사들도 하노이, 호찌민, 다낭, 나트랑 노선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베트남을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다’다. 중국 본토 해변은 겨울철 기온이 낮아 휴양에 부적합한 반면, 3,200km의 해안선을 가진 베트남은 사계절 휴양이 가능하다. 특히 상하이에서 중국 내 휴양지인 하이난섬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이 다낭으로 오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낭이 더 저렴해,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는 베트남 해변 휴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관광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을 ‘잘 쓰고, 다루기 쉬운(dễ chiều, tiêu nhiều)’ 우량 고객층으로 분류한다. 유럽이나 미국 관광객들이 현지 체험 위주의 소비를 하는 것과 달리, 중국 관광객들은 음식, 스파, 쇼핑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실제로 럭셔리 리조트 그룹 ‘더 아남(The Anam)’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인 투숙객은 전년 대비 33% 급증했으며, 평균 객실 단가(ADR) 역시 다른 단거리 시장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박리다매형’ 관광에서 벗어나 중국 상류층을 겨냥한 ‘전문적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팜 하(Pham Ha) 럭스 그룹 회장은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점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가성비’가 아닌 ‘가치’를 파는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 조용한 사치)’ 제품이 중국 고소득층을 유인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 안 퐁(Ho An Phong)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근 또 럼(To Lam) 총비서 겸 국가주석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관광 협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양국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비자 절차 간소화, 무면세 쇼핑 에코시스템 구축, 야간 엔터테인먼트 강화 등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늘리고 소비를 극대화할 전략적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베트남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국 시장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