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업무와 디지털 소통에 지친 베트남의 젊은 직무인들이 데이팅 앱을 떠나 오프라인 만남의 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호찌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의 조언을 받아 대면 데이트에 나서는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응우옌 반 호아(27) 씨는 긴 근무 시간 탓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직장 동료로 제한된 전형적인 청년층이다. 그는 과거 데이팅 앱을 이용해봤지만, 온라인에서의 느낌과 실제 만남 사이의 괴리감에 실망하기 일쑤였다. 호아 씨는 결국 SNS를 통해 알게 된 타오디엔의 한 카페 미팅 이벤트에 신청서를 냈고, 이곳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에 골인했다.
이러한 오프라인 데이팅 이벤트의 특징은 철저하게 ‘자연스러운 대화’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호찌민의 데이팅 업체 ‘클릭83(Clique83)’의 설립자 람 브엉 부 한 씨는 참가자들에게 행사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나이나 직업을 묻지 말 것을 권고한다. “휴대폰만 볼 생각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데이팅 앱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보통 한 파트너와 15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옮기는 로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되며, 1대 1 커피 미팅 옵션도 제공된다.
하노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레 투이 중(27) 씨는 동료의 권유로 ‘하노이데이트(Hanoidate)’가 주최한 무료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녀는 “처음엔 낯선 이들 사이에서 수줍었지만, 주최 측의 가이드 덕분에 금방 대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만남이 망설임을 줄여준다고 전했다. 하노이데이트를 설립한 짠 투이 즈엉 씨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청년이 현실에서 만날 기회가 부족하고 온라인 데이팅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가 오프라인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호아 씨와 중 씨 모두 행사 참석 전 AI 도구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대화를 어떻게 시작할지 등을 묻고 대화 연습을 거쳤다. 호아 씨는 “AI의 조언을 받은 뒤 기존에 고수하던 선입견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상대에게도 마음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남녀를 매칭하는 것을 넘어, 일부 운영자들은 커플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형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베트남 MZ세대들이 오히려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적인 대면 접촉과 첨단 AI 기술을 결합하는 역설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