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베트남 전역을 휩쓴 대규모 식중독 사건들은 우리 식문화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이달 초 호찌민시 붕따우 와드에서 빵(반미)을 먹은 94명이 식중독에 걸렸고, 앞서 동탑성에서도 72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더럽지만 맛있다’는 농담 섞인 미식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비극이 되고 있다.
통계는 더욱 참혹하다. 2024년 11월까지 베트남에서는 131건의 식중독 사고로 21명이 사망하고 4,800여 명이 입원했다. 2019년부터 5년간 희생된 숫자만 126명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보건 문제를 넘어 국가적으로 매년 30억 동 이상의 치료 및 조사 비용을 발생시키며, 저소득층 가정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경제적 재앙이다.
우리는 20세기 초 베트남과 유사한 환경이었으나 현재 세계 최고의 식품 안전국이 된 싱가포르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싱가포르 역시 1950년대에는 파리 떼가 들끓고 젓가락을 재사용하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80년간 시스템과 인프라, 그리고 인식을 동시에 개혁하며 운명을 바꿨다.
첫째, 인프라의 고정화와 등급제 도입이다. 싱가포르는 1980년대까지 1만 8,000여 개의 노점상을 110개의 ‘호커 센터(Hawker Center)’로 이주시켜 모든 식품 판매처를 등록·관리했다. 각 업소는 위생 상태에 따라 A, B, C, D 등급을 부여받고 이를 손님이 보는 앞에 반드시 게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알 권리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둘째, 집요하고 구체적인 행동 변화 캠페인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손 씻기’ 캠페인은 수십 년간 반복되어 사회적 습관이 됐다. 특히 2021년 도입된 ‘식기 반납제’는 단속원 배치와 표지판 설치, 그리고 2차 위반 시 300싱가포르달러(약 3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집행력을 바탕으로 시행 1년 만에 반납률을 65%에서 91%로 끌어올렸다.
베트남의 문제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엄격한 집행과 감시의 부재’에 있다. 싱가포르는 인프라(상수도·배수 시스템)를 구축함과 동시에 법을 일관되게 적용했다. 이제 베트남 소비자들도 정보에 근거해 위생적이지 않은 식사를 거부해야 하며, 판매자들은 위생이 곧 생존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80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시작은 매일매일의 개인적 각성이었다. ‘더럽지만 맛있다’는 우스갯소리에 마침표를 찍고, 우리 가족의 식탁을 지키기 위한 시작은 바로 오늘부터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