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봉쇄로 마비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를 강제로 열기 위한 군사적 행동 초읽기에 들어갔다. 18일 워싱턴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단순한 해상 호송을 넘어 공군력 투사와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다각도의 재개방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즉각적인 방안은 ‘해상 호송 작전(Escort Operations)’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 해군 함정이 유조선을 직접 호위하는 안을 수차례 언급해 왔다. 하지만 폭이 34km(가장 좁은 구간 기준)에 불과한 해협의 지리적 특성상, 이란의 대함 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미군 함정을 ‘죽음의 함정(Death trap)’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군사 전문가들은 유조선 1척당 최소 2척의 호위함이 필요하며, 5~10척 규모의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12척 이상의 군함이 상시 배치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전장 준비(Prepare the battlefield)’ 단계로서 공군력을 동원한 이란 해안 미사일 기지 초토화 작전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허드슨 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수석 연구원은 “군함 외에도 최소 10대의 MQ-9 리퍼 드론이 해안가를 상시 정찰하며 미사일 발사 징후를 즉각 포착·파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해병대 신속대응군(MEU) 2,200여 명을 중동에 전격 배치한 것은 필요시 해협 인근 이란 영토를 일시 점령하거나 타격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다 급진적인 옵션은 이란 남부 해안 지대에 대한 ‘지상군 투입 및 점령’이다. 이란군이 유조선을 관측하거나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안 대역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수천 명의 병력과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을 위험이 크다. 다니엘 바이먼 전 국무부 고문은 “작은 규모의 특수부대로 시작하더라도 결국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이 증파되는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와 한국, 중국, 일본 등 해협 이용국들의 공동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 수혜국들이 스스로 영토(해협)를 지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영국과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신중하거나 거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 등 물류 분석기관들은 설령 미군이 호송에 성공하더라도, 안전 확보를 위해 운항 속도와 물동량이 평시의 1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걸프만에 묶인 600여 척의 상업용 선박을 모두 통과시키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결국 무력에 의한 재개방은 이란의 ‘히트앤런(Hit-and-run)’식 게릴라 전술과 맞물려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