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끊기면 장사 끝”… 중동발 에너지 폭풍에 아시아 식당들 ‘불 꺼질 판’

출처: VnExpress Travel
날짜: 2026. 3. 12.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시아의 주방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에너지 보급로가 마비되면서, 인도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외식 업계가 연료 고갈과 원가 폭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12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제4의 도시 벵갈루루의 유서 깊은 식당 ‘비디아르티 바반(Vidyarthi Bhavan)’은 최근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시간 단위로 남은 연료를 확인하며 버티고 있다. 인도 전역의 식당들은 중동발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이 끊기자 탄두리(화덕) 메뉴를 식단에서 퇴출하는 등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인도 국립음식점협회(NRAI)는 “대도시 식당들의 가스 비축량이 48시간 치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규모 휴업 사태를 경고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LPG 수입국으로, 소비량의 3분의 2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대 공급처인 카타르가 인근 지역 교전으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타격이 컸다. 이에 인도 정부는 비상 권한을 발동해 가정용 가스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고, 그 결과 상업용 가스를 사용하는 식당과 호텔들은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남아시아 상황도 다르지 않다. 태국 방콕의 상징인 노점상들은 최근 2주 사이 식용유와 가스 가격이 20~30% 폭등하자 아우성이다. 방콕 프라투남 지역의 한 상인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끊기고, 안 올리면 공짜로 일하는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필리핀에서는 유가 인상으로 운송비가 뛰면서 농산물 가격이 동반 상승해 영세 식당들의 마진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서민 식당가인 ‘호커 센터(Hawker centre)’는 전기료 폭탄을 맞았다. 천연가스 수입에 전력 생산을 의존하는 섬나라 특성상, 국제 LNG 가격 변동이 즉각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의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관광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항공사들이 유류 할증료를 인상하며 항공권 가격이 10~15% 상승하자 관광객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대 명절인 하리 라야(Hari Raya)를 앞두고 아체와 북수마트라 지역 주유소에 연료를 비축하려는 차량들이 수 킬로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선을 상회하고 중동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2분기 중 아시아 전역에서 식당 폐업 도미노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경제의 실핏줄인 F&B 산업이 지정학적 도박판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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