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일부 석유 제품에 대해 최혜국대우(MFN) 수입 관세를 0%로 인하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인해 국제 유가가 연일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응 조치다.
베트남 재무부는 9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 석유 제품 및 원자재에 대한 MFN 수입 관세에 관한 시행령 72호를 공포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시행령은 베트남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휘발유 RON95에 대한 MFN 수입 관세를 현행 10%에서 0%로, 경유 및 항공유에서 대해서는 7%에서 0%로 인하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또한 나프타나 리포메이트, 콘덴세이트 등 휘발유와 석유화학 혼합용 원료 일부에 대한 수입 관세 역시 0%로 인하된다.
이번 시행령은 오는 4월 말까지 적용되며, 필요 시 연장될 수 있다. 정부 추산치에 따르면, 관세 인하 시, 작년 수입액을 기준으로 약 1조240억 동(약 3,900만 달러) 규모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번 정부 조치의 배경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중동산 원유가 아시아 정유사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역내 많은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수출을 제한하면서 관련 제품의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베트남 국내 정유사들 역시 수입 원유 부족으로 기존 납품 계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베트남은 한국과 아세안 국가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들로부터 무관세(0%)로 석유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들 시장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무부는 MFN 관세를 인하해 수입업체들로 하여금 FTA 미체결 국가에서도 추가 비용 없이 석유를 수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해관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이 수입한 정제 석유 제품은 약 990만 톤, 수입액은 68억 달러 상당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33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뒤이어 휘발유 약 16억 달러, 항공유 15억 달러, 연료유 4억 달러 순이었다. 주요 수입국은 한국과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이었다.
같은 기간 원유 수입량은 1,410만 톤 이상으로, 수입액은 77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중 쿠웨이트에서 수입된 원유는 베트남 전체 수입 원유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