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전, 호치민의 아침을 깨우는 건 불완전 연소된 연료가 오토바이 머플러로 넘어가며 발생하는 파열음과 낡은 엔진 소리였다.
출근길 교차로에 서 있으면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수십,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히곤 했다. 그때의 호치민은 ‘회색’이었다. 낡은 오토바이를 탄 기사의 때 묻은 헬멧과 노후한 버스가 뿜어내는 검은 연기는 도심을 뒤덮었다. 당시만 해도 바가지 요금을 걱정하며 이름 있는 브랜드 택시가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내 모습이 선명하다.
하지만 2026년 오늘, 호치민의 아침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빛깔이다. 거리의 주인공은 더 이상 낡은 엔진이 아니다. 선명한 민트색을 띤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가 도심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어느샌가 이 푸른색 전기차 행렬이 호치민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의 이면에는 강요된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하노이(Hà Nội)는 당장 올해 7월부터 도심 내 내연기관 이륜차 운행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고, 호치민 역시 이와 유사한 정책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필자가 거주 중인 호치민시는 시민들로 하여금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자 다양한 묘수를 꺼내놓고 있지만, 도시철도 1호선의 커버리지 한계와 ‘세계 택시 사기 위험 4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현실은, 역설적으로 시민들을 차량 호출 서비스라는 안전한 미래로 등 떠밀고 있다.
사실 이 푸른 혁명의 일등 공신은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의 팜 녓 브엉(Nguyễn) 회장이다. 그는 빈패스트라는 전기차 제조사를 세운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GSM이라는 호출 플랫폼까지 만들어 도시의 혈관을 장악했다.
제조사(빈패스트)가 차를 만들고, 서비스사(GSM)가 그 차를 거리로 쏟아내는 수직계열화 전략은 보조금 없는 베트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앞당긴 결정적 ‘신의 한 수’였다. 수익보다 보급을 앞세워 기사들에게 회사 차량을 제공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니, 기사들은 자부심을 품고 푸른 물결의 전도사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