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국 땅에서 절망에 빠진 젊은 베트남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한 일본 여성의 사연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비영리단체(NPO) ‘일베트남 지원기구’의 설립자 지호 요시미즈(Jiho Yoshimizu, 65) 씨가 그 주인공이다.
요시미즈 씨가 지난 13년간 구조한 베트남인은 약 15,000명에 달한다. 최근에도 그는 도쿄의 한 병원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공포에 떨던 20세 베트남 연수생을 도왔다. 일본어가 서툴고 신분을 잃을까 두려워 숨어서 출산했던 이 소녀는 요시미즈 씨의 도움으로 서류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기록’을 유지한 채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었다.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은 ‘자비의 손길’
사이타마현 불교 집안에서 자란 요시미즈 씨의 활동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는 도쿄 미나토구 닛신쿠츠 사원의 주지 스님으로, 1960년대부터 베트남 승려들을 돌보고 연고 없는 베트남인의 장례를 치러왔다. 요시미즈 씨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며 자랐다.
2011년 동일본 대성황 당시 아버지가 84명의 베트남인을 돕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뒤, 같은 해 착취와 절망 속에 목숨을 끊은 한 베트남 연수생의 죽음을 목격하며 그는 공식적인 지원 단체 설립을 결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카츠도(Katsudo)’ 비자의 기적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요시미즈 씨의 활약은 눈부셨다. 일자리를 잃고 노숙 위기에 처한 많은 베트남 청년에게 사찰을 임시 숙소로 제공하고 일본어 교육과 법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응예안성 출신의 콩 탕(33) 씨는 요시미즈 씨를 ‘대모(Fairy Godmother)’라고 부른다. 실직 후 절망적인 글을 SNS에 올렸던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 요시미즈 씨였다. 그녀의 도움으로 탕 씨는 특정 활동(Katsudo) 비자를 취득해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건설 회사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장벽을 허무는 연결자
요시미즈 씨는 단순히 물자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사관, 후생노동성, 변호사 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복잡한 법적 장벽을 허무는 ‘연결자’ 역할을 한다.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노동자의 귀국을 위해 항공사와 출입국 관리국을 설득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때로는 “왜 일본인보다 외국인을 우선하느냐”는 싸늘한 시선도 받지만, 그는 단호하다. “일본인과 베트남인의 경계는 없습니다. 같은 땅에 사는 인간일 뿐이며, 어려울 때 돕는 것이 당연합니다.”
요시미즈 씨의 헌신 덕분에 사찰을 거쳐 간 이들이 동네 청소에 참여하거나 언어 수업을 도우면서, 이방인을 경계하던 일본 주민들의 눈빛도 조금씩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 “위기의 바닥에 있더라도 돌아갈 길은 반드시 있다”는 그의 믿음이 오늘도 수많은 이주 노동자에게 삶의 희망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