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산업용 부동산 시장이 매력적인 임대료나 넓은 면적 경쟁의 시대를 지나, 기술 인프라와 에너지 공급, 운영망 수요 충족 능력 등이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가혹한 선별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베트남(Savills Vietnam)이 최근 발표한 ‘산업용 부동산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용 부동산 임대 수요는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노동집약적 생산 기지를 세우던 투자 흐름에서 최근 전자상거래, 반도체,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집중 이동하는 등 지난 1년간 상당한 변화가 관측됐다.
이에 대해 존 캠벨(John Campbell) 세빌스베트남 산업용 부동산 서비스 담당 이사는 “오늘날 산업단지는 단순한 공장 부지를 넘어 기업 운영 사슬의 핵심 고리가 되었다”며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교통 연결성, 물류 서비스 및 장기적 확장성을 갖춘 완벽한 ‘생태계’를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60억~28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틱톡샵(TikTok Shop), 티키(Tiki) 등 주요 4대 플랫폼의 총거래액(GMV)은 작년 9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16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이 배송 속도와 비용 최적화에 맞춰지면서 물류창고 운영은 사업의 핵심 분야로 급부상했으며, 이로 인해 임대료가 다소 높더라도 인구 밀집 지역이나 주요 교통망 인근에 물류창고 또는 물류센터를 임대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호치민과 하노이(Hà Nội) 등 대도시 인근에 위치하고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산업단지들이 큰 수혜를 입고 있는 반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고, 연결성이 떨어지는 지역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외 반도체와 전자 산업, 전기차 등 하이테크 제조업 또한 산업용 부동산 시장의 표준을 높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2023~2025년 기간 베트남의 반도체와 전자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유입된 투자금은 약 116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은 국가 전략을 통해 해당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참여 심화를 목표로 제시한 상태이며, 연내 베트남의 첫 번째 반도체 제조 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베트남의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42%에 달했으며, 작년 말 기준 전체 시장 규모는 32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산업 발전은 고품질 산업 용지, 통합 기술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상당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과 달리, 반도체 산업은 청정 부지와 통합 기술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장기적인 확장성을 필요로 하고, 일반 산업단지가 충족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클린룸 기준, 폐수 처리, 정밀한 환경 제어를 요구하기에 향후 고품질 인프라를 갖춘 특화 산업단지가 이러한 흐름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새로운 투자 물결의 가장 확실한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2025년 기준 베트남 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모두 41곳, 전체 규모는 524.7MW에 이르며,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붐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급증을 이끌고 있으나, 시설 특성상 투자자들은 극도로 보수적인 선택에 나서고 있다. 안정적인 대용량 예비 전력과 고품질 통신망, 높은 운영 보안 표준을 갖춘 산업단지만이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베트남(Cushman & Wakefield Vietnam)의 쯔엉 꾸옥 도안(Chuong Quoc Doan) 산업용 부동산 서비스 수석은 “글로벌 통상 불안정성 이후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현대적인 물류 시설과 우수 입지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6~2029년 사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8,800헥타르 규모의 산업용지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공급에도 모든 산업단지가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며, 인프라 품질과 입지, 전문화된 산업 대응력이 낮은 산업단지는 도태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중기 전망과 관련하여, 도안 수석은 “베트남 산업용 부동산은 면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흐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산업단지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저렴한 임대료나 넓은 토지에 의존해 온 산업단지들은 높아지는 기준 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