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질병 해방 (피터 아티아)

– 실제 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

우리는 건강 검진을 받습니다. 회사 제도를 통해 매년 받으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국가건강검진 시스템을 통해 2년에 한번 받으시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검진을 미루며 비정기적으로 받으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20~30대 때에는 건강검진의 의미가 별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냥 받아야 하니까 받는 귀찮은 ‘업무’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검사 전날 있는 회식에도 안빠지고 참석하며 술도 먹고, 공복 혈당 측정을 위해 필요한 검사 전날 저녁 9시 이후 금식 규정도 무시하곤 합니다. ‘내일 건강 검진 있어서 술을 마시면 안됩니다’ 라고 해도 술을 권하며 ‘나도 전에 검진 전에 술먹고 했어’라는 상사와 지인들이 있는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휩쓸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20~30대는 건강검진후 특별한 이상이 잘 발견되지 않아 바쁜 시간에 ‘반나절’이나 투자하여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되면 얘기가 확 달라집니다. 머리속에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는 20대때와 달라진 것이 없건만, 전신 거울 속의 ‘나’는 보이는 것 만으로도 다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람 했던 팔뚝은 사라지고, 가나 초콜릿처럼 6등분 되어있던 배는 서울 어딘가에서 가끔씩 보이는 어느 임금님 무덤처럼 불록해졌습니다. 세월과 함께 ‘임금 왕’자가 ‘왕릉 릉’자로 바뀌어버린거죠. 이제부터 건강검진 결과서의 숫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혈압, 간수치(ALT), 요산, LDL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BMI), 골밀도… 정상 기준을 초과한 숫자가 하나씩 등장하고, 많은 수치들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위장, 대장 내시경 검사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일이 발생합니다.
의사가 암을 의심하여 추가로 정밀 검사를 요청하는 결과가 나오면 이제는 생명 및 잔여수명과 관련된 일이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건강검진을 앞둔 마음이 학력고사나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으로 바뀝니다. 인생이 걸린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 책 ‘질병해방’의 저자 피터 아티아는세계적인 장수 의학의 권위자이자 노화와 만성 질환 전문가로서, 스탠퍼드 의과대학,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의료 경험을 쌓은 후 본인의 병원, 블로그, 팝캐스트를 운영하는 유명의사 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백세인’입니다. 플라톤이 꿈꾸었던 ‘철인(철학하는 왕)’, 니체가 꿈꾸었던 ‘초인(신과 같은 우상을 버리고 스스로 사유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간)’ 처럼 의사 피터 아티아는 ‘백세인(인간의 한계 수명이라 여겨지는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다 최소한의 고통을 겪으며 세상을 떠나는 인간)’을 자신의 환자와 독자들에게 목표로 제시합니다.
스스로 수학광, 완벽주의자(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한)라고 말하는 사람답게 그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세상에 있는 100살이 넘게 산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없이 수집하여 그들의 말년의 모습과 그들이 그렇게 살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합니다.

100세인들이 ‘유전적 복권’에 당첨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거리낌없이 인정하고 있고, 그들이 매우 희귀한 케이스이거나 우리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일수 있다는 말도 합니다. 그들을 분석하는 이유는 건강을 통해 ‘삶의질’을 유지한 노년의 행복한 삶에 대한 모델을 우리에게 제시히기 위해서입니다.

Peter Attia (피터 아티아)

반대로 환자의 가족력을 분석하여 심장병, 뇌졸증, 암 등 부모, 조부모들과 같은 질병으로 조기 사망에 이른 사람, 건강수치 관리 실패(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예기치 못한 사고(어깨 골절,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대퇴부 골절 )로 인해 본인들이 이전까지 쌓아온 사회적 경력과 무관하게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무기력한 말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도 제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기 검진과, 습관의 변화를 통해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100세인과 유전자 복권에서 ‘꽝’이 나온 조기사망자들 사이에 위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물론 우리가 노력할 수록 당첨자쪽으로 가까이 갈 수 있겠죠. 사례들을 자신 및 자신의 가족, 지인, 직접 만난 환자들로 부터 나오는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어 더 많이, 쉽게 와 닿는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입니다. 친한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술자리에서 들을법한 가족사 같은 스토리텔링이 책 전반에 걸쳐 이어집니다.

100세까지 사는것과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해 분명히 다른 얘기라고 하며, 실제수명(생물학적 수명)과 건강수명(실제 건강한 상태로 있을때까지의 수명)으로 구분하면서 100세인에 대해 최대한의 건강수명을 확보한 인간으로 정의를 합니다. 그리고 병이 발생했을때 치료에 집중하는 기존의 의학을 의학 2.0이라 칭하고, 자신의 의학을 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에 집중하는 의학 3.0이라 말하며 의학계와 환자들의 패러다임(관점, 인식의 틀)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100세인이 되기위해 승리해야 할 4대 전쟁터를 당뇨병(인슐린 저항성, 대사 증후군), 심장병, 암, 치매로 정의하고, 승리를 위한 4가지 무기로는 운동(100세인 10종 경기), 영양, 수면, 정서 건강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의사답게 기존 의학지식에 대해 증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고, 유전자 분석 기법, 최신 검사 기법, 최신 건강 정보에 대해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속에 풍부하게 담았습니다. 그의 주장 속에도 논란의 여지가 될 만한 것들이 보이긴 하지만 ‘건강을 잃기 전에 지킨다’라는 기본 정신, 의학 정보가 의료계, 언론계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고찰, 너무 들어서 마치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인슐린 저항성 및 운동, 좋은 영양, 수면과 정신건강’에 대해 과학적, 현실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작가가 좀 과한 자신감과 확신이 넘치는 화법을 구사하여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마지막 17장 ‘정서건강 보살피기’에서 본인의 개인사를 이야기 하는 파트에서는 드라마 볼때처럼 왈칵 눈물이 날뻔 하기도 했습니다. 이집트 이민자 출신의 캐나다계 미국인인 저자 ‘피터 아티아’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매력과 글솜씨도 다소 딱딱한 내용으로 갈 수도 있었던 이 책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어판 책에서는 서울대 조영민 교수 ( 당뇨병 권위자로 생로병사의 비밀에 자주 나오는 선생님 ), 서울 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 교수, 저속 노화에 대한 유명 유튜버) 가 읽어보고 추천사를 써주셨으니 의학적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가지 내용을 메모를 하며 읽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는 ‘나는 근육운동을 일종의 퇴직연금이라고 생각한다’ 입니다. 나를 포함해 주변을 살펴보면 경제적인 문제로 너무 바쁘다 보니, 경제적인 것과 비교하여 건강 문제를 너무 소흘하게 여기는 경향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모두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계신것처럼 건강도 미리미리 신경 쓰고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700페이지 짜리 책이지만 이 책이 주는 요점은 간단합니다. 매일 운동하고, 나쁜 음식(가공식품) 줄이고, 8시간 숙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십시요. 언제부터?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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