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우유 vs 동물성 우유, 건강 논쟁

아몬드·귀리·콩 우유 등 식물성 우유 시장

가공 과정서 필수 아미노산 손실·발암물질 검출 논란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식물성 우유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아몬드, 귀리, 콩, 쌀 등을 원료로 한 식물성 음료들이 기존 동물성 우유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며 건강 식품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연구진들의 분석 결과, 식물성 우유가 반드시 건강에 더 좋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동물권 고려한 선택지로 급부상

전 세계적으로 젖소에서 생산된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지만, 최근 들어 식물성 우유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식물성 음료 선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작년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콩, 귀리, 아몬드, 완두콩, 코코넛 우유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물성 우유 대비 리터당 평균 62~7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업이 메탄의 주요 배출원인 점을 고려하면 환경 친화적 측면에서 식물성 우유의 장점은 분명해 보인다.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식물성 우유는 강점을 갖는다. 공장식 축사에서 젖소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갇혀 지내고, 갓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와 강제로 분리되는 등의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를 피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된 것이다.

영양 성분 비교, “동물성이 우세”

하지만 영양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동물성 우유에는 칼슘, 칼륨, 비타민 B-12, 리보플라빈, 인 등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가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유제품에는 1930년대부터 구루병 예방을 위한 비타민 D가 강화되어 있어 영양학적 완성도가 높다.
반면 식물성 우유의 영양 성분은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미네소타 대학교 공중보건영양조정센터의 아비게일 존슨 부소장은 “어떤 식물성 우유는 종합비타민과 같지만, 어떤 것은 아무것도 강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33개 식물성 우유를 분석한 연구에서 70%가 칼슘과 비타민 D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나머지 30%는 그렇지 않았다는 의미다.
단백질 함량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전유나 저지방 우유 한 컵에는 8g의 단백질이 들어있는 반면, 식물성 우유 중 가장 단백질이 많은 완두콩 우유도 7.5g에 그친다. 두유는 평균 6.1g, 아몬드 우유는 고작 1g에 불과하다.

가공 과정의 함정… 필수 아미노산 손실·발암물질 검출

더 심각한 문제는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이탈리아 브레시아대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식물성 음료가 긴 유통기한을 위해 초고온(UHT) 처리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메일라드 반응’이 발생해 단백질 품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리안 니센 룬드 교수는 “대부분 식물성 음료는 우유보다 단백질이 현저히 적으며, 열처리 과정에서 단백질이 변형되어 필수 아미노산이 손실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UHT 처리 우유에는 리터당 3.4g의 단백질이 있었지만, 10개 식물성 음료 중 8개는 0.4~1.1g에 그쳤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열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화합물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아몬드와 귀리로 만든 식물성 음료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아크릴아마이드를 검출했다. 이 물질은 빵, 쿠키, 감자튀김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성분으로, 일반적으로 액체 식품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여러 식물성 음료에서 α-디카르보닐 화합물과 하이드록시메틸푸르푸랄(HMF) 같은 반응성 물질도 검출됐다. 다행히 인체에 해로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장기간 섭취시의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설탕 함량도 문제… “첨가당 범벅”

식물성 우유의 또 다른 문제점은 높은 설탕 함량이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233개 식물성 우유 분석 결과, 63%에 설탕이 첨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스트한 제품 5개 중 1개는 1회 제공량당 10g 이상의 첨가당을 함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각 컵에 티스푼 2개 반의 설탕이 들어있는 셈이다.
반면 일반 우유에는 유당이 함유되어 있지만, 이는 혈당 수치를 급격히 높이거나 건강상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 다만 향이 첨가된 초콜릿 우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도 식물성 우유는 불리하다. 2023년 존스 홉킨스 연구진이 유제품과 식물성 우유의 평균 소매가격을 영양소 대비로 분석한 결과, 우유가 단가가 낮으면서도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함량이 높았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식물성 우유의 단가는 우유보다 평균 20% 더 높다.
특히 아몬드 우유와 쌀 우유는 가격 대비 영양가 지표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영양학적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맛과 기능성에서도 한계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라떼나 카푸치노를 만들 때 중요한 거품
형성 능력에서 식물성 우유는 한계를 보인다. 전유에는 벨벳같은 거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지방과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지만, 아몬드, 귀리, 두유 등은 상대적으로 묽어 스팀에 잘 견디지 못한다. 또한 식물성 우유는 각각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어 커피의 풍미를 가릴 수 있다. 일부 제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화제와 첨가제를 넣은 ‘바리스타’ 블렌드를 출시하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화학 성분 추가를 의미한다.

전문가 조언… “균형잡힌 선택이 중요”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룬드 교수는 “가장 적게 가공된 식품과 음료를 고르고, 가능한 한 음식을 직접 준비해서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내 영양학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다. 한 대학병원 영양과 교수는 “식물성 우유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영양 성분표를 확인하고, 칼슘과 비타민 B12가 강화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의 경우 단백질과 칼슘 부족을 다른 식품으로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식물성 우유와 동물성 우유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경과 동물 복지를 고려한다면 식물성 우유가 유리하지만, 순수한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동물성 우유가 우세하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 건강 상태, 경제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든 가공도가 낮고 첨가물이 적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음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식품을 통해 균형잡힌 영양 섭취를 하는 것이 건강한 식생활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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