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Piers Morgan)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무식한 자들”이라고 비난하며,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했듯 스페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에서 이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발단은 지난 15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뒤, 여러 선수가 ‘말비나스 제도는 아르헨티나의 것(Las Malvinas Son Argentinas)’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팬들과 기쁨을 나눴다.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제도를 지칭할 때 쓰는 이름이다. 영국이 관리하는 해외 영토이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여전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경기장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을 내건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모건은 16일 소셜미디어 X에 “무식한 자들. 우리가 포클랜드 전쟁에서 그들을 물리쳤듯, 스페인이 결승에서 그들을 짓밟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 영국 유명 방송인의 발언은 몇 시간 만에 조회 수 200만 회를 기록하며 양국 팬 사이에서 논쟁의 물결을 일으켰다. 앞서 주장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도 애틀랜타에서 거둔 이 승리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며, 아르헨티나 국민 전체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모건은 경기 시작부터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준결승 상황을 계속 중계하듯 올렸다. 메시가 경기 초반 조용하자 그는 “메시가 뛰고 있기는 한가?”라고 비꼬았다.
아르헨티나의 반칙 상황에 대해서는 “심판이 대체 뭘 하는 거냐. 아르헨티나는 이미 옐로카드 5장은 받았어야 한다. 거칠게 뛰는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고 썼다.
앤서니 고든(Anthony Gordon)이 잉글랜드의 선제골을 넣은 뒤에는 토마스 투헬(Thomas Tuchel) 감독을 치켜세웠다. 그는 “투헬의 명장다운 두뇌 싸움이다.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줘, 토마스!”라고 적었다.
그러나 상황은 막판 몇 분 만에 뒤집혔다. 메시의 도움으로 엔소 페르난데스(Enzo Fernández)가 동점골을 넣었고, 이어 메시의 크로스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Lautaro Martínez)가 결승골로 연결하며 아르헨티나가 2-1 역전승을 거두고 스페인과 맞붙는 결승에 올랐다. 모건이 앞서 올린 글들은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특히 투헬을 “명장”이라고 한 게시물은 조회 수 1천만 회를 넘겼다. 한 이용자(@Gibson_VT)는 “투헬이 정말로 그가 바라던 대로 잉글랜드 대표팀을 집으로 데려다줬다”고 응수했다.
올해 61세인 모건은 영국의 유명 언론인이자 TV 진행자다. 여러 해 동안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심사위원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그램을 맡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으며, 2022년 11월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배신당했다고 말한 대담도 그와의 자리였다.
모건뿐만이 아니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 피터 리드(Peter Reid) 역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는 BBC 브렉퍼스트에 출연해 경기 후 포클랜드 관련 현수막을 든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아르헨티나는 FIFA의 징계를 받을 위기에도 놓였다. FIFA 규정상 정치적이거나 선전성 또는 분열을 조장하는 메시지는 공식 대회의 경기 구역 안에서 노출될 수 없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이 현수막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슬로베니아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도 선수들이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것’ 현수막을 들었다. 이후 FIFA는 조사에 나서 정치적 메시지 관련 규정 위반을 이유로 아르헨티나축구협회에 벌금을 부과했다.
포클랜드를 둘러싼 갈등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서 약 10주간 이어진 전쟁에서 비롯됐다. 이 분쟁으로 907명이 목숨을 잃었고, 영국의 승리와 런던의 제도 계속 통제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도 이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의 민감성 때문에 FIFA와 여러 국제 축구 연맹은 오래전부터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 출신 심판을 아르헨티나 경기에, 또 그 반대의 경우도 배정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과 맞붙으며, 잉글랜드는 프랑스와 3위 결정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