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간의 맞대결이 대거 성사되며 두 대륙의 실질적인 축구 실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부분의 경기가 탈락 위기에서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을 붙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치러져 양 대륙의 축구 판도가 극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26일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및 월드컵 조별 시황 종합 공시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아프리카는 기존 5개국에서 10개국으로, 아시아는 9개국으로 티켓이 대폭 늘어났다. 두 대륙의 출전국 수(19개국)가 축구 변방을 탈락시킨 유럽 및 남미의 총합(22개국)과 맞먹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역대 22차례의 월드컵 역사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4강에 진입한 것은 각각 단 한 번에 불과하며 모두 4위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최종전은 늘어난 티켓 수에 걸맞은 경기력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자, 월드컵 무대에서 항상 마이너리그로 분류됐던 두 대륙 간의 자존심이 걸린 전면전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두 대륙 간의 맞대결은 조 추첨 시 양 팀 모두 최하위 시드인 4번 포트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그리 흔치 않았다. 과거 22번의 대회 동안 치러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맞대결은 총 20회였으며, 결과는 아시아 기준 7승 7무 6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만 역대 최다인 7차례의 아시아 대 아프리카 매치가 성사됐다. 초반 기세는 장군멍군이다. F조에서 일본이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하며 조기 탈락을 안긴 반면, J조에서는 알제리가 요르단을 2-1로 꺾고 아시아 팀을 탈락시켰다.
더욱 치열한 쪽은 탈락을 면하기 위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하위권 팀들의 단판 승부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5일 오전 끝난 A조 최종전에서는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어지는 일정도 숨 막히는 사투의 연속이다. G조의 이집트-이란전을 비롯해 H조의 카보베르데-사우디아라비아, I조의 세네갈-이라크, K조의 콩고민주공화국-우즈베키스탄의 경기가 차례로 대기하고 있다. 이 중 이집트-이란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는 각 조 최하위권 팀들이 와일드카드를 통한 16강 턱걸이를 노리는 단판 승부다. 특히 세네갈과 이라크의 맞대결은 이긴 팀조차 승점 계산을 해야 하고, 패한 팀은 조 꼴찌로 즉시 짐을 싸야 하며, 비길 경우 동반 탈락하는 잔인한 구도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회 초반 흐름을 볼 때,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배정된 총 19장의 본선 티켓은 이들의 실제 경기력에 비해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많은 조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최종전이 단지 ‘조 꼴찌 면하기’ 수준의 단판 승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조 4위 최하위 팀만 무조건 탈락하는 느슨한 대회 방식 속에서도, 특정 조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이 조 3, 4위로 묶여 동반 탈락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태다. 물론 일본의 압도적인 경기력이나 한국,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등이 보여준 조직력은 인상적이었으나 전반적으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패를 안고 승점이 없는 8개국 중 5개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표다. 결국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신흥국들의 반란보다는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기존 강대국 스타들의 독무대가 되며 축구계의 고전적 질서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