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보기만 해도 미웠는데”…단체 패키지 여행서 만난 ‘앙숙’ 남녀, 4년 뒤 부부 결실

출처: VnExpress VN
날짜: 2026. 5. 31.

출발 직전 예기치 않게 여행 일정이 변경되면서 단체 패키지 여행에 마지못해 합류했던 한 베트남 여성이, 당시 “얼굴만 봐도 짜증 난다”며 싫어했던 동행 남성과 4년 뒤 백년가약을 맺은 마법 같은 러브스토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 호찌민시 현지 언론과 사연의 주인공들에 따르면 자라이(Gia Lai)성 출신의 쭉 리(Trúc Ly·26) 씨는 지난 2021년 4월 어머니와 함께 하노이-하장-까오방으로 이어지는 4박 5일 일정의 북부 투어 상품을 예약했다. 그러나 하장 여행을 마칠 무렵 모객 인원 미달로 일정이 꼬이면서 두 모녀는 하노이로 돌아와 까오방행 다른 팀에 합류하기 위해 하룻밤을 대기해야 했다. 당시 리 씨는 심한 멀미와 피로로 여행을 중도 포기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사파(SaPa) 여행을 마친 호찌민 출신의 타인 닷(Thành Đạt·27) 씨 가족이 리 씨가 대기하던 까오방행 조인(Join) 투어에 합류했다. 원래 자유여행을 선호하던 닷 씨 가족은 어머니의 요청으로 급히 패키지 투어로 일정을 변경한 상태였다.

여행 첫날 아침, 닷 씨가 체크아웃을 늦게 하는 바람에 대형 버스에 탄 20여 명의 단체 인원이 30분간 대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가 출발했는데, 리 씨가 운전기사에게 미리 부탁해 둔 앞좌석을 닷 씨 가족이 차지해 버렸다. 결국 맨 뒷좌석으로 밀려난 리 씨는 마지막으로 버스에 올라타는 2000년생 동갑내기 닷 씨를 보며 속으로 깊은 짜증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20명이 넘는 전체 단체 관광객 중 미혼인 남녀는 리 씨와 닷 씨 단 둘뿐이었다. 가이드와 주변 사람들의 장난 섞인 부추김 속에 두 사람은 바베 호수에서 배를 탈 때도, 식사 테이블에서도 늘 짝을 이뤄 앉게 됐다. 여행 마지막 날 밤, 닷 씨가 술에 취하자 그의 부모는 산책을 가면서 리 씨에게 아들을 잠시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리 씨는 투덜거리면서도 성실하게 그를 부축해 방까지 데려다주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양가 어머니들은 동년배라는 공통점 덕분에 급격히 친해져 연락을 이어갔다. 특히 닷 씨의 아버지는 여행 내내 어른들을 싹싹하게 챙기던 리 씨를 눈여겨보았고, 아들에게 “리 씨가 졸업하고 호찌민으로 취업하러 오면 꼭 네가 마중 나가라”고 신신당부했다.

그해 말 코로나19 이동 제한이 해제되자 리 씨는 호찌민에 직장을 잡았다. 까오방 여행 당시 친해진 다른 지인의 주선으로 두 사람은 야구 모임에서 재회했고, 닷 씨가 리 씨의 전용 ‘픽업 기사’를 자처하며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운동장에서 보여준 리 씨의 털털하고 외향적인 성격과 대폭우 속에서도 주변을 배려하는 다정한 모습에 닷 씨는 첫눈에 반하게 됐다.

닷 씨는 매일 아침 출퇴근을 시켜주며 대시했고, 한 달 뒤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그러나 처음엔 서로 “보기만 해도 싫다”며 으르렁거렸던 과거가 부끄러워 한동안 주변 지인들에게 연애 사실을 비밀로 숨겨야 했다.

2022년 설(Tet) 명절, 닷 씨는 부모에게 달랏으로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비밀리에 비행기 표를 끊어 자라이성에 있는 리 씨의 본가를 깜짝 방문했다. 결국 연애 사실이 들통났지만, 닷 씨의 부모는 오히려 두 손 들어 환영하며 아들에게 빨리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닷 씨는 “어머니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 때마다 ‘리 씨를 집에 데려오면 들어주겠다’는 조건이 붙을 정도였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완벽했던 이들의 연애 전선에 큰 슬픔이 찾아온 것은 2023년이었다. 양가 부모님이 자라이성에서 만나 함께 판티엣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바로 다음 날, 리 씨의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보를 접한 오후 5시 무렵, 호찌민 하늘에는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당장 구할 수 있는 비행기 표는 없었고 지상 버스 매표소도 만석 직전이었다. 리 씨가 정신을 잃고 오열하는 사이, 닷 씨와 그의 아버지는 수십 군데 버스 회사에 전화를 돌린 끝에 출발 직전의 버스 좌석 두 자리를 극적으로 확보했다. 닷 씨는 우비조차 챙기지 못한 채 리 씨의 손을 잡고 빗속을 뚫고 터미널로 달렸다.

자라이 본가에 도착한 닷 씨는 3일간 밤을 새우며 상주 역할을 자처했고, 그의 부모 역시 가장 빠른 비행기로 현지에 내려와 인근 호텔에 묵으며 온종일 조문객 맞이를 도왔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오랜 기간 슬픔에 잠겨 있던 리 씨의 곁을 묵묵히 지킨 것은 닷 씨였다. 닷 씨는 “과거 장인어른께서 생전에 ‘리가 막내딸이라 애지중지 키웠다’며 잘 부탁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날 이후 장인어른을 대신해 내가 평생 리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남자친구의 든든한 사랑 덕분에 리 씨는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온실 속 화초 같았던 철부지 오빠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진중한 남자로 성장했음을 깨달았다. 닷 씨는 지난 2024년 11월, 단풍이 붉게 물들고 후지산에 흰 눈이 쌓인 일본의 한 리조트에서 비밀리에 준비한 청혼을 감행했고, 1년 뒤인 2025년 가을 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서 웨딩 화보를 촬영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당일, 신부 리 씨는 행사장 로드 한쪽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에는 장인이 두 사람에게 전하는 듯한 가상의 편지와 사위 닷 씨가 하늘에 계신 장인에게 올리는 절절한 편지가 나란히 놓여 하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리 씨는 결혼 소감을 전하며 “만약 그날 투어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내가 멀미 때문에 포기했다면, 혹은 남편이 늦잠을 자서 내 자리를 뺏지 않았다면 우리는 평생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 것”이라며 “인생에서 가장 미워했던 사람이 내 남편이 된 것을 보면 인연이란 정말 신비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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