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시를 비롯한 대도시 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머니에 현금을 전혀 넣고 다니지 않는 이른바 ‘현금 없는 세대(thế hệ không một xu dính túi)’가 주류 소비문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구점이나 편의점은 물론 학교 앞 찻집이나 길거리 떡볶이(반짱쭉) 노점상에서조차 지갑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QR코드를 스캔하는 것이 일상 풍경이 됐다.
23일 베트남 금융권 및 교육계에 따르면 현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바일 뱅킹 앱과 전자지갑(Ví điện tử)을 통한 디지털 결제가 급격히 대중화되고 있다. 호찌민시 푸뉴언 고등학교 12학년(고3)에 재직 중인 응우옌 타이 호앙 응옥 양은 인터뷰에서 “요즘 친구들은 몸에 무겁고 번거롭게 현금을 소지하는 것을 싫어해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때나 명절 세뱃돈을 받을 때도 전부 계좌이체(chuyển khoản)로 달라고 한다”라며 “전통시장에서 채소를 사거나 주차비를 낼 때 등 아주 작은 소액까지 전부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해결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금융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한 편의성과 혜택 때문이다. 각 은행과 전자지갑 플랫폼들이 젊은 층을 겨냥해 각종 할인 쿠폰이나 캐시백(hoàn tiền) 혜택을 쏟아내는 데다, 배달 앱이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라이더(배달원)와 번거롭게 잔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인터넷 연결이 끊겼을 때 결제가 불가능해 낭패를 보거나, 결제용 QR코드를 띄워놓았을 때 뒤에 서 있던 타인에게 노출돼 금융 사기를 당하는 등의 신종 리스크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자녀들의 화폐 사용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하면서 가계의 금융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고등학교 1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호앙 띠 만 씨는 “신학기부터 딸아이에게 온라인 계좌를 개설해 주고 매주 정해진 일주일 치 생활비를 이체해 준 뒤 직접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식단을 짜서 지출을 관리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돈을 쓰고 아끼는 법을 넘어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예비비(khoản dự phòng)까지 떼어놓는 등 경제적 자립심을 기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의 ‘2018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2~3학년 수학 및 체험 활동 시간부터 화폐의 개념과 기초적인 경제 계산법이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실행 중이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5년 기준 베트남 전역에서 실제로 가동 중인 활성화 전자지갑 계정 수는 이미 3,000만 개를 돌파했다. 전자지갑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인 일상 소비 수단으로 완전히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디지털 금융 접촉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안전한 통제하에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길러주는 ‘스마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응우옌 띠 송 짜 TH 교육훈련 대표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의 전자지갑 사용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다”라며 “연령별 수준에 맞게 보안 계정 관리법을 알려주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합리적인 소비 계획을 세우도록 부모가 대화를 통해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피싱 사기나 학원 폭력 및 갈취 세력에 타깃이 되어 모바일로 돈을 강제로 송금당하는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크므로 부모에게 과도한 액수의 용돈 충전은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국립경제대학교(NEU) 마케팅학과의 트란 비엣 안 교수는 “온라인 결제는 실물 현금을 지출할 때에 비해 돈이 빠져나간다는 심리적 저항감(cân nhắc)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충동구매나 유행성 소비 트렌드에 쉽게 휩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자녀의 안전한 디지털 금융 정착을 위해 ▲전자지갑에 연동된 주계좌의 잔액 한도를 엄격히 제한할 것 ▲결제 시 반드시 생체 인증(Biometric)이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 2차 보안을 활성화할 것 ▲부모가 주기적으로 지출 내역 스토리를 모니터링할 것 ▲모르는 링크나 출처 불명의 URL은 절대 클릭하지 않도록 교육할 것 등의 구체적인 예방 수칙을 제시하며, 청소년의 디지털 금융 안전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닌 가정과 학교의 지속적인 보건 교육이 결합되어야 완성되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