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어디서든 세상과 연결해주는 마법의 지팡이인가, 인간의 약점을 파고드는 정교한 중독제인가. 아이폰 출시 20년을 앞둔 미국 사회가 스마트폰과 맺고 있는 복잡한 ‘애증의 관계’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5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인들에게 아이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 기기를 넘어 삶을 지탱하는 부적과 같은 존재가 됐다. 고화질 사진을 찍어 즉시 SNS에 공유하고, 게임과 동영상을 즐기며, 길 찾기와 결제까지 손가락 하나로 해결한다. 정작 ‘전화 통화’ 기능은 부차적인 서비스로 밀려난 지 오래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과 경고음은 현대인의 집중력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으며, 화면 속 화려한 디지털 세계는 중독을 심화시킨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이 마치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 화면만 쳐다보게 만드는 ‘마약상’과 다를 바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이폰은 2007년 고(故)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바꿀 물건”이라며 세상에 내놓은 이후, 인류의 생활 양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잡스의 예언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적중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많은 이들이 ‘연인과 아이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아이폰과 함께 잠자리에 들겠다’고 답할 정도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미국 사회의 과제는 이 ‘기막힌 발명품’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필수 조건이 된 상황에서, 기술의 혜택은 누리되 독성이 강한 습관은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가 화두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담배나 술, 정크푸드와 같은 중독성 기호품의 범주에 넣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미국인들의 이러한 현실은 마치 고전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구절을 연상케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계속 스크롤한다,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빛나는 화면 속으로 밀려 가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