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포성…..다낭 식당 매출 하락까지 두 달 걸렸다
다낭 한강 다리 야경은 5월에도 그대로였다. 용다리는 주말마다
불을 뿜었고, 미케 해변의 파라솔도 제자리에 있었다.
달라진 건 사람이었다.
5월 다낭을 찾은 한국인은 13만800명. 4월보다 20% 적었고, 3월과 비교하면 절반이었다. 한국 관광객만 상대하던 여행사 사무실 전화가 조용해졌다.
그런데 두 달 뒤 나온 반기 통계는 정반대를 말했다. 다낭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520만 명, 전년 대비 28.7% 증가. 관광 수입 34조 동 돌파, 사상 최대.
같은 도시, 같은 반년. 어느 쪽이 진실인가.
둘 다다. 그리고 그 사이에 90일이 있었다.

1장 | 2월 28일, 호르무즈
발단은 다낭도 서울도 아니었다.
2월 28일
중동에서 분쟁이 터졌다. 항공유(Jet A-1) 가격이 많은 지역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동남아 노선 상당수가 급유를 위한 경유지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비행기 한 대가 서울에서 다낭까지 오는 원가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 계산서가 도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3월 20일
베트남항공이 먼저 움직였다. 한국발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붙였다. 하노이·다낭행 5달러, 호찌민·냐짱행 7달러. 신규 발권분부터였다.
3월 24일
같은 항공사가 국내선 7개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국가 항공 연결망과 국내 간선 노선을 우선 유지하겠다는 이유였다.
3월 26
비엣젯이 4월 운항 계획의 18%를 잘라냈다. 국내선 22%, 국제선 11%. 하노이-깜라인(냐짱)은 주 25편으로 24편을 줄였고, 호찌민-방콕은 주 18편으로 10편을 줄였다.

베트남 연료 공급사들이 일본과 러시아 등에서 대체 물량을 찾아 나섰지만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2장 | 왕복 900편
한국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감축은 더 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동 분쟁 발발 이후 한국 LCC들이 잘라낸 것은 왕복 약 900편이다. 무급휴직과 상여금 지급 연기 같은 비용 절감책이 동시에 시행됐다.

제주항공은 4월 말부터 비엔티안 노선을 두 달간 멈추기도 했다.
항공사도 살아남기 위한 조치였다. 금융 데이터 업체들은 한국 상장 항공사 6곳의 2분기 영업손실이 3억5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손실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됐다.
베트남 국적사들도 2분기 한-베 노선에서 상당수 편을 감축했다.
■ 불가항력인가 아닌가
한국에서는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항공사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감편이 전쟁으로 인한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다만 20% 이상 감편한 항공사는 아직 없어 운수권 회수 기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승객 보상도 논란이었다. 대부분 항공편 변경, 환불, 1회 무료 일정 변경 정도만 지원됐다. 숙박이나 추가 이동 비용에 대한 배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국은 항공사에 원래 시간대와 가장 가까운 대체편 배정과 원활한 환불 처리를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3장 | 세 도시, 세 가지 결과
같은 충격이었지만 결과는 갈렸다.
■ 다낭 — 가장 아팠다
다낭시 문화체육관광국 집계로 5월 한국인은 13만800명. 여전히 외국인의 18%를 차지하는 1위였지만, 4월 대비 20% 감소, 3월 대비 절반이었다.
4~5월 다낭국제공항에 들어온 한국발 항공편 수와 승객 수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줄었다.
전국 기준으로도 5월 한국인은 4월보다 소폭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 약 12% 감소했다.

■ 푸꾸옥 —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푸꾸옥은 관광객의 80% 이상이 항공편으로 들어온다. 노선이 끊기면 대체 수단이 없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이 모두 이 섬 노선을 건드렸다.

■ 냐짱 — 버텼다
칸호아성 통계에서 1분기 한국인은 61만6000명, 전년 동기의 98.3%. 사실상 보합이다.
오히려 4월 전체 외국인은 35만 명으로 40.2% 늘었고, 4개월 누적 140만 명으로 33.8% 증가했다.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비결은 시장 다변화였다. 러시아가 뜨겁게 성장했고, 중국도 21만5000명으로 14% 가까이 늘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칸호아성은 한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태국·말레이시아를 주력으로 삼고 인도·일본·
호주까지 넓히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압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현지 당국도 중동 분쟁으로 장거리 노선 운영비가 직접 타격을 받았고, 많은 항공사가 운항 빈도를 줄일 수밖에 없어 잠재 관광객 유입에 적잖은 압박이 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 시장에 기대지 않은 덕에 흡수했다.

4장 | 반기 성적표의 반전
90일의 소음이 지나고 나온 숫자는 달랐다.
■ 전국
- 상반기 외국인 1230만 명, +14.9%
- 6월 168만 명 — 전월 대비 -5.7%, 전년 대비 +14.7%
- 2분기 549만 명 — 전분기 대비 -18.8%, 전년 대비 +18.2%
- 항공 입국 1010만 명(82.6%, +11.4%), 육로 192만 명(+37.5%), 해상 20만9000명(+15.2%)
6월이 비수기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켰다. 연간 목표 2500만 명의 절반을 상반기에 채웠다.
■ 다낭
- 총 관광객 980만 명
- 외국인 520만 명, +28.7% (숙박객의 52.8%)
- 내국인 460만 명
- 관광 수입 34조 동 돌파 — 사상 최대
- 5개월 누적 한국인 95만 명 이상, 여전히 1위
항공도 늘었다. 상반기 다낭국제공항 운항 2만1700편, +13%. 국내선 1만2300편(일평균 144편), 국제선 21개 정기 노선 9400편. 서울, 도쿄, 방콕, 싱가포르, 두바이, 발리를 잇는다. 3월부터 발리·마닐라·비엔티안 직항이 새로 열렸다. 선푸꾸옥항공(Sun PhuQuoc Airways)이라는 신규 사업자도 가세했다.

■ 순위 변동
전국 상반기 1위는 중국(270만 명), 한국은 2위다. 한국이 특정 월에 급등한 구간도 있었지만 누적에서는 중국이 앞섰다. 두 나라를 합치면 전체의 약 40%다. 아시아 상위 10개국(중국·한국·러시아·대만·캄보디아·미국·인도·일본·호주·필리핀)이 72%를 차지한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러시아다. 74만2700명, **+185.8%**로 3위에 올랐다. 미국 +18.0%, 캐나다 +27.6%, 호주 +22.0%, 뉴질랜드 +22.6%.

5장 | 그래도 베트남이 1등인 이유
한국인에게 베트남은 여전히 특별하다.
2025년 통계에서 베트남은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였다. 433만 명. 태국이나 필리핀 같은 역내 경쟁지를 크게 앞섰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동남아를 찾은 한국인은 2022년 250만 명 → 2024년 980만 명으로 늘었다. 2025년 9개월 누적으로도 610만 명이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베트남으로 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짧은 비행시간과 촘촘한 직항망이다. 서울·부산에서 하노이, 호찌민, 다낭, 냐짱, 푸꾸옥으로 바로 간다. 짧게 다녀오는 휴양 여행에 최적화된 구조다.
■ 2026년 456만 명, ‘기술적 회복’
한 연구는 안정적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26년 베트남이 한국인 456만 명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대비 약 4% 증가다. 전문가들은 이를 2025년 5%가량 소폭 감소한 뒤의 **’기술적 회복(phục hồi kỹ thuật)’**으로 규정한다.
태국과의 대비가 결정적이다. 바트화 강세로 태국이 ‘저렴한 목적지’ 지위를 잃어가는 반면, 베트남은 합리적 비용의 여행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안전성 역시 재방문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급 조정기를 지난 뒤 베트남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6장 | 다낭은 이미 서울에 있었다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다낭이었다.
6월 29일 서울 롯데시티호텔. 다낭 관광 홍보 갈라가 열렸다. 100명 가까운 관계자가 모였다. 추석 시즌을 겨냥한 행사였다.
다낭이 들고 나온 카드는 한국 관광객 취향에 맞춘 신상품이었다. 고급 해변 리조트, 골프, MICE, 웨딩 관광, 웰니스, 미식 체험, 연중 이어지는 국제 축제. 한국 시장 전용 판촉 정책도 함께 발표했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는 오랜 기간 한국이 다낭 최대 외국인 시장이었으며, 지금 시점에 다낭이 선제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낭국제불꽃축제(DIFF 2026)는 트래블+레저가 뽑은 세계 여름 축제 톱에 들었고, 골든브리지는 타임아웃 선정 세계 아름다운 다리 10위 안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에필로그 | 90일과 180일 사이
이번 일이 남긴 것은 두 가지다.
하나. 항공은 관광의 인프라가 아니라 관광 그 자체다.
다낭의 5월 하락은 한국인이 베트남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었다. 탈 비행기가 없어서였다.
중동의 분쟁이 → 항공유 가격 두 배 → 서울 항공사의 손익계산서 → 노선 감축 → 다낭 식당의 텅 빈 테이블. 이 경로를 통과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관광업 종사자에게 유가 뉴스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둘. 한 시장에 기대면 함께 흔들린다.
다낭은 한국이 20.55%를 차지하는 구조다. 그래서 직격탄을 맞았다. 냐짱은 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을 함께 키워놨기에 98.3%를 지켰다.
물론 다낭도 반기로는 28.7% 성장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인도(6.68%), 미국(5.82%), 대만(5.50%)이 함께 만든 것이다. 새로 열린 발리·마닐라·비엔티안 직항이 만든 것이다.
교민 사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다낭에서 한국인만 상대하던 여행사와 식당은 5월에 매출이 반토막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도시의 외국인은 오히려 28.7% 늘었다.
90일은 흔들렸다. 180일로 보니 성장했다.
어느 쪽을 볼 것인가는 각자의 사업 구조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