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제조현장 AI 카메라 하나로 안전·품질·환경 잡는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매년 반복되는 세 가지 골칫거리가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흘러나오는 제품 불량, 그리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정 위반 리스크다. 이 세 문제에 들어가는 비용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AI 컴퓨터 비전 전문기업 라이트비전㈜(LightVision Inc.)은 “기존 공장에 설치된 CCTV에 AI 분석 서버만 연결하면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드웨어를 교체할 필요도, 대규모 공사를 벌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대학교수를 지내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정진하(Jeong Jinha) 대표를 NIPA 호치민 IT지원센터에서 만났다.
■ 삼성전자 연구원→교수→창업… “돌아갈 자리를 불태우고 나왔다”
라이트비전은 2018년 10월 한양대학교(Hanyang University) 서울캠퍼스 연구실 스핀오프로 탄생한 AI 컴퓨터 비전 기업이다. 정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국가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삼성전자 CTO전략실에서 근무 후 전임 교수까지 지낸 그는, 정년과 사학연금이 보장되는 안정된 교수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
“창업이 원래부터 꿈이었습니다. 한국에 창업 휴직 제도가 있지만 진급 불이익에 급여도 안 나와 대부분 쓰지 않죠. 저는 아예 사학연금까지 포기하고 국민연금으로 바꿨습니다. 조선시대로 치면 과거에 급제해 관직까지 올랐다가 스스로 낙향해 농사짓는 격이죠.” 그는 교수직에 대해 “대기업에 있을 때보다 대우가 훨씬 좋은,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면서도 “돌아갈 자리를 불태우고 나왔으니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 ‘라이트비전’에는 기술 정체성이 담겨 있다. 정 대표는 “AI는 텍스트, 음성, 신호, 영상 처리 분야로 나뉘는데, 공동 창업한 박사와 제가 영상 처리를 전공했다”며 “빛(light)이 있어야 영상을 볼 수 있고(vision), 그래서 라이트비전이라 지었다”고 설명했다.

■ 시각장애인 버스 인식 서비스로 서울시장 표창
라이트비전은 현재 120건 이상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 안전, 스마트 제조, 제품 품질 검사, 환경 모니터링, 신원 인증 등 폭넓은 영역에 AI 비전 솔루션을 공급한다. 국내에서는 포스코(POSCO) 오픈 이노베이션 검증을 통해 P&ID/PFD 도면 AI 인식 분야에서 심볼 인식 정확도 99.8%를 달성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담은 프로젝트다. 서울 성동구의 소셜벤처 육성 기반과 학교, NIPA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이 회사는 시각장애인용 버스 노선 인식 서비스를 개발했다. 정 대표는 “장애인 택시는 비나 눈이 오면 4시간씩 기다려야 해 출퇴근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개발에 나섰다”고 했다.
기술적 난도는 만만치 않았다. “밖에는 수많은 영상이 뒤섞여 있습니다. 버스 번호판에도 빈 좌석 표시, 광고 전화번호 등 숫자가 너무 많죠. 기존 외국·대기업 솔루션은 OCR로 전부 읽어버려 정작 버스 번호를 알 수 없습니다. 저희는 노선 번호만 딱 잡아냅니다. 정류장 유리에 김밥천국 간판이 거꾸로 비치면 그로 인해 버스노선번호를 인식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 다 처리합니다.” 연구원들이 한겨울과 한여름 새벽부터 밤까지 사당역·강남역·양재역 등 버스 밀집 거점에서 데이터를 직접 수집했다.

이 서비스는 서울시 사업으로 확대돼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고, 장애인 복지관과 연계해 실제 이용되고 있다. 택시로 월 30여만 원을 쓰던 이용자들이 지원되는 버스로 갈아타 비용도 크게 줄였다.
주요 납품·협력처로는 서울특별시 성동구청,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팔도(Paldo), 국립암센터, 한국수력원자력, KORAD(한국원자력환경공단(준정부기관)) 등이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SBA(서울경제진흥원), KEIT,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정부 R&D 과제에도 지속적으로 선정되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장관표창도 받은 이력이 있다. 해외에서는 몰도바, 우즈베키스탄, 태국에 진출했다.

■ NIPA 글로벌 사업이 인연… 베트남서 우수 인재 확보
베트남과의 인연은 NIPA 글로벌 사업에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캐나다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 제안했는데, 베트남 기업들의 반응이 가장 빠르고 좋았다”며 “회사 초기부터 NIPA 도움을 많이 받았다. NIPA는 과기부 산하로 중기부 사업보다 액수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정되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직원 2명이던 시절 NIPA 선정으로 한때 30명까지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라이트비전은 2022년부터 NIPA 호치민 IT지원센터(1군 M-Plaza 15층)에 입주해 활동해 왔으며, 올해로 입주 4년차를 맞았다. 현재 대표와 사무소장을 포함한 소수정예 인력이 상주하며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베트남에서 우수 인재 확보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용 공고를 올리면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습니다. 그중 가장 똑똑한 친구들과 오히려 이곳에서 신사업 기획을 많이 합니다. 보통 한국 기업들은 고급 업무는 한국에서, 단순 업무는 베트남에서 처리하는데 저희는 똑같이 대우합니다. 그 점이 차별화돼 지원자들이 매력을 느끼죠.” 그는 AI신사업 기획 및 디자인 업무등 머리를 많이 쓰는 신사업 기획을 현지 팀이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SPSS·SurfVision·AquaVision… 3대 핵심 솔루션
베트남 사업은 세 가지 핵심 솔루션을 축으로 전개된다.
첫째, SPSS(Smart Production Safety System·스마트 생산 안전 시스템)는 공장·물류·건설 현장의 CCTV 영상을 실시간 AI로 분석해 안전모 미착용, 위험구역 무단 침입, 화재·연기, 지게차-사람 근접 위험 등을 자동 탐지·경보한다. 정 대표는 “기존 CCTV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AI 분석 서버만 추가하면 돼 별도 센서나 대규모 공사 없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표면 결함 자동 검사 솔루션 SurfVision™은 AI 카메라가 제품 표면을 실시간 촬영·분석해 도장 불량, 스크래치, 이물질 등 미세 결함을 자동 판독한다. 숙련 작업자의 육안 검사는 피로에 따른 오검출과 인건비 부담을 동반하며, 고속 컨베이어벨트 제품은 사실상 사람이 검사하기 어렵다. SurfVision™은 24시간 균일한 기준으로 0.1mm 이하 결함까지 감지하고 고속 벨트 위에서도 불량을 판별한다. 도장·분체 도장 검사에는 YOLOv11과 SAM2 기반 고정밀 AI 모델을 적용했다.

셋째, 폐수처리 AI 모니터링 솔루션 AquaVision™은 AI 카메라로 폐수처리 공정을 지속 모니터링해 거품 과다 발생, 색도 이상, 침전물 변화 등을 자동 감지하고 즉시 담당자에게 알린다. 현장 인력을 24시간 배치하지 않아도 공정 이상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어 운영 비용 절감과 환경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동시에 달성한다.

■ “베트남 로컬 기업 거래는 접었다”… 현지 사업의 냉정한 현실
정 대표는 4년간의 베트남 사업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PoC(기술 검증)까지는 여기서 잘 마쳤고 베트남향 앱도 만들었지만, 현지 기업에서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그는 현지 로컬 기업과의 직접 거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4년간 비즈니스 미팅 프로세스가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예를들면 우리회사에서는 전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런 결과로 국내외 특허가 120건이 넘거든요. 그런데 지난 4년간 베트남에서 비즈니스 미팅은 대부분 제품 설명 후에 오가는 대화는 거의 비슷한 순서였습니다. 그런 제품은 이미 우리도 많이 봤다.(아무리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모두에게 최초 특허 받은 제품이라고 해도 믿지를 않습니다) -> 제품 성능을 아직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국내 국가기관의 시험평가결과서와 미국 NIST(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의 국제시험평가서를 보여줘도 이런 건 믿을 수 없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그렇게 인증 받은 기업이 한국기업 중 8개 미만이라고 설명해도 듣지를 않고요. 그러면서 우리 요구사항대로 처음부터 새로 개발 해주고, 너의 회사 돈을 들여서 사전에 PoC를 한 다음에 구매 할지 말지 평가를 하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결국은 사지 않거나 아예 연락을 끊어버립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대기업 중에 하나도 역시 비슷했습니다. 아마 NIPA에서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여러가지로 해외사업은 힘들었을 겁니다. 이에 따라 라이트비전은 올해부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비즈니스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현재 몇몇 기업과 좋은 관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과 협업”… 마케팅 솔루션 준비
정 대표는 “베트남에 공장과 지사를 둔 한국 기업과 AI 마케팅 솔루션을 함께 기획하고 있다”며 “인터뷰 직후 다음 주 한국에 들어가 미팅을 하고, 성과가 나오면 현지 진출 한국 대기업들과 협업하는 모델이 곧 시작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성사되면 현지 인력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그는 KOTRA·KOCHAM(코참) 등 현지 한국 기업 네트워크와의 연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7월달 코참 가입은 정부 발표 일정과 겹쳐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NIPA 센터장이 추진 중인 협업 모델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씬짜오베트남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제조·물류 사업을 하시는 한국 기업 대표님들께 말씀드립니다. 현장의 안전사고, 제품 불량, 환경 규정 위반, 이 세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라이트비전은 카메라와 AI 기술로 이 세 문제를 동시에, 저렴하게, 빠르게 해결합니다. 한국에서 수많은 현장에 적용하며 검증한 기술을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적용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이번 인터뷰는 NIPA 호찌민사무소의 도움으로 성사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