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볼 만한 극장 영화와 OTT 작품을 골라 소개하는 엔터테인먼트 코너. 5월과 6월 극장가는 유난히 풍성하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일대기를 스크린 위에 되살린 전기 영화 ‘마이클(Michael)’이 개봉하고, 20년 만에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The Devil Wears Prada 2)’는 메릴 스트립(Meryl Streep)과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의 재회만으로도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두 작품 모두 호찌민 시내 CGV와 롯데시네마(Lotte Cinema)에서 상영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OTT 소식은 잠시 접어 두고,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에 집중한다.

전기 영화 ‘마이클’… 경이로운 재현과 각본의 아쉬운 공백 사이
팝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닌 인물이 있다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그 유일한 이름일 것이다. 잭슨 파이브(Jackson 5)의 막내로 무대에 선 여섯 살 소년이 ‘Thriller’와 ‘Billie Jean’과 ‘Beat It’으로 음악사의 지형 자체를 바꿔 놓기까지, 그의 궤적은 그 자체로 20세기 대중문화의 연대기다. 앤트완 퓨콰(Antoine Fuqua) 감독의 전기 영화 ‘마이클(Michael)’은 바로 그 전설의 첫 번째 장(章)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는다. 5월 13일 한국 개봉에 앞서, 베트남에서는 이미 CGV와 롯데시네마(Lotte Cinema)에서 상영 중이다.

인디애나의 작은 집에서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영화는 1966년 인디애나주 게리(Gary)의 비좁은 집에서 시작된다. 철강 노동자 아버지 조 잭슨(Joe Jackson·콜먼 도밍고[Colman Domingo] 분)은 다섯 아들을 모아 잭슨 파이브를 결성하고, 막내 마이클을 리드 보컬로 내세운다. 체벌을 동반한 가혹한 연습, 클럽과 소극장을 전전하던 무명 시절, 그리고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의 수잔 드 패시(Susanne de Passe·로라 해리어[Laura Harrier] 분)에게 발탁되는 결정적 순간까지, 전반부는 잭슨 가족의 성장기를 빠른 호흡으로 훑어 나간다. 히트곡이 쏟아지고 인디애나의 좁은 집은 캘리포니아 엔시노(Encino)의 대저택으로 바뀌지만, 아버지의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질 뿐이다.
영화의 시간은 곧 1978년으로 건너뛴다. 퀸시 존스(Quincy Jones·켄드릭 샘슨[Kendrick Sampson] 분)와 손잡고 첫 솔로 앨범 ‘Off the Wall’을 에픽 레코드(Epic Records)에서 발매한 마이클은 성공의 맛을 보지만, 자녀들의 성공이 곧 자신의 공이라 믿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경호원이자 친구인 빌 브레이(Bill Bray·케일린 더럴 존스[Ké Huy Quan… 아니 Kalin Durrel Jones] 분)의 조언을 받아들여 변호사 존 브랭카(John Branca·마일스 텔러[Miles Teller] 분)를 고용하고, 팩스 한 장으로 아버지를 해고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이 된다. 이후 ‘Thriller’ 앨범의 기록적 성공, 모타운 25주년 기념 무대에서 ‘Billie Jean’ 공연으로 문워크를 처음 선보이는 순간, MTV가 흑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방영을 거부하자 CBS 레코드 사장 월터 예트니코프(Walter Yetnikoff·마이크 마이어스[Mike Myers] 분)가 “마이클을 틀지 않으면 CBS 소속 전 아티스트를 빼겠다”고 통보하는 장면까지, 영화는 팝 역사의 이정표들을 충실히 밟아 나간다.
후반부는 1984년 펩시(Pepsi) 광고 촬영 중 머리카락에 불이 옮겨붙어 3도 화상을 입는 사고, 빅토리 투어(Victory Tour)의 감행, 그리고 다저 스타디움(Dodger Stadium) 마지막 공연에서 잭슨 가족과의 합동 무대를 끝맺음하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진다. 엔딩은 1988년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에서 ‘Bad’를 부르는 마이클의 모습 위로 ‘HIS STORY CONTINUES(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라는 자막이 올라가며 막을 내린다.

자파르 잭슨이라는 기적적 캐스팅
이 영화가 무엇보다 먼저 거론되어야 할 성취는 주연 자파르 잭슨의 존재 그 자체다. 마이클 잭슨의 친조카인 그는 삼촌의 춤사위와 무대 위 제스처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재현해 낸다. 단순한 모사가 아니다. 모타운 25주년 무대의 문워크, ‘Beat It’ 뮤직비디오의 칼 같은 안무, ‘Thriller’의 좀비 댄스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마이클 잭슨이 실제로 스크린 위에서 다시 춤추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자파르 잭슨은 춤만 추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것처럼 마이클의 노래 구절을 실제로 불렀고, 최종 영화에서는 자신의 녹음과 마이클의 생전 음성이 혼합되어 사용되었다. 잭슨 가문의 혈통이 가져다주는 정통성, 그리고 그 위에 쌓아 올린 배우 본인의 기량이 캐스팅의 부담감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관객 점수가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팝콘 지수 97퍼센트(%)로 역대 전기 영화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분명 자파르 잭슨의 공이 크다.
조연진도 견실하다. 콜먼 도밍고가 연기한 조 잭슨은 자녀의 성공에 기생하면서도 그 성공의 토대를 놓은 인물이라는 양면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고, 마이크 마이어스의 월터 예트니코프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음반 산업의 권력 역학을 압축해 전달한다.

무대의 재현은 완벽하다, 그러나 무대 뒤가 비어 있다
문제는 이 영화가 마이클 잭슨의 ‘공연’은 경이롭게 되살려 놓으면서도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간’에게는 좀처럼 다가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평론가 점수가 로튼 토마토 39퍼센트, 메타크리틱(Metacritic) 39점으로 40점의 벽도 넘지 못한 것은, 흑인 아티스트에 대한 서구 언론의 뿌리 깊은 편견을 차치하더라도 각본 자체의 구조적 한계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127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잭슨 파이브의 결성부터 1988년 웸블리 투어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을 우겨 넣다 보니, 개별 에피소드는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마이클의 완벽주의, 성공에 대한 강박, 무대 위의 천재와 무대 뒤의 고독한 아이 사이의 괴리는 거의 전부 아버지로부터의 아동학대라는 단일 원인으로 환원되고, 백반증으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 오해는 짧은 장면 하나로 언급만 되고 흘러간다. 초기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의 관계는 캣 그레이엄(Kat Graham)까지 캐스팅해 놓고도 본인의 요청으로 전량 삭제되었고, 이 공백은 영화의 서사를 더욱 얇아지게 만들었다.
퓨콰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원래 초기 편집본은 1993년 조던 챈들러(Jordan Chandler) 사건으로 경찰이 마이클의 저택을 급습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일대기를 회고한 뒤 소송전을 다루는 구조였다. 이 구성이 폐기되면서 영화는 사실상 ‘성공의 연대기’에 가까운 형태로 재편되었고, 로튼 토마토 총평이 꼬집은 것처럼 마이클 잭슨에 대한 진정한 통찰을 줄 수 있는 속지(liner notes)가 빠져 있는 그레이티스트 히트 앨범 같은 작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만나야 할 이유
그러나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 나서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Billie Jean’의 베이스라인이 울리는 순간 객석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공기, ‘Thriller’ 뮤직비디오 재현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 웸블리 스타디움 피날레에서 가슴 깊숙한 곳을 훑고 지나가는 전율은 작은 화면으로는 좀처럼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으며 자란 세대에게는 기억의 소환이 될 것이고, 그의 음악을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전설의 첫 입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의 관객 조사 결과 인종과 연령, 성별이 모두 고르게 분포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세대를 관통하는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방증한다.
엔딩의 ‘HIS STORY CONTINUES’라는 자막이 예고하듯 후속편은 예정되어 있다. 마이클 잭슨 인생의 후반부, 즉 언론과의 전쟁, 성추행 누명, ‘HIStory’ 앨범의 분노, 그리고 2009년의 비극적 결말까지를 다룰 두 번째 영화가 나온 뒤에야 이 전기 시리즈의 최종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 이 첫 번째 편은, 무대 위의 마이클 잭슨은 완벽에 가깝게 되살렸으나 무대 뒤의 마이클 잭슨에게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완의 초상화다.
호찌민 시내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IMAX·4DX·ScreenX·돌비 시네마(Dolby Cinema) 등 특별관을 포함해 상영 중이며, 영어 음성에 베트남어 자막으로 진행된다. 팝의 황제가 다시 무대 위에서 춤추는 127분, 극장의 어둠 속에서 만나 볼 가치는 충분하다.

20년 만에 돌아온 런웨이의 전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던지는 질문
2006년, 한 편의 영화가 전 세계 직장인의 가슴에 깊은 공명을 남겼다. 독재자 같은 상사 밑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 가던 사회 초년생이 결국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는 단순한 패션 코미디를 넘어 일과 정체성, 타협과 자존심의 경계를 묻는 직장인의 교과서가 되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 데이비드 프랭클(David Frankel) 감독이 같은 각본가 엘린 브로쉬 맥켄나(Aline Brosh McKenna)와 다시 손잡고 내놓은 속편은 묻는다. 20년이 흐른 뒤, 그 사회 초년생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리고 악마 같던 상사는 여전히 악마일까. 베트남에서는 CGV와 롯데시네마(Lotte Cinema)에서 상영 중이다.

해고당한 베테랑과 궁지에 몰린 편집장, 20년 만의 재회
영화는 20년차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된 앤드리아 삭스, 일명 앤디(Andy·앤 해서웨이 분)의 해고 장면으로 문을 연다. 뉴욕 저널리즘 상을 수상하는 바로 그 순간 문자 한 통으로 전원 해고를 통보받은 앤디는, 수상 소감 자리에서 고용 제도를 향해 통쾌한 일침을 날린다. 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퍼지지만, 현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중년 여성의 막막함이다.
한편 런웨이(Runway) 매거진의 절대 권력 미란다 프리슬리 (Miranda Priestly·메릴 스트립 분)도 위기에 처해 있다. 글로벌 총괄 담당자 승진을 눈앞에 두었지만, 외부 그룹과의 잘못된 협업이 스캔들로 번지면서 졸지에 악덕 고용주라는 딱지가 붙은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런웨이 그룹 회장 어브(Irv·티버 펠드먼[Tibor Feldman] 분)의 아들 제이(Jay·B.J. 노박[B.J. Novak] 분)가 SNS에서 화제의 인물이 된 앤디를 발견하고 특채를 제안하면서, 앤디는 20년 만에 런웨이의 문을 다시 밟게 된다.
달라진 판, 달라지지 않은 사람들
20년 전 풋내기 비서로 커피를 나르던 앤디는 이제 칼럼 하나로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베테랑이다. 미란다의 냉대도 더 이상 그녀를 주눅 들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예상치 못한 벽은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저널리스트의 감각으로 쓴 기사가 런웨이의 결에 맞지 않는 것이다. 20년간 쌓은 경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는, 경력자들이 새 환경에서 겪는 보편적 좌절감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전편에서 미란다의 제1비서로 패션에 목숨을 걸었던 에밀리(Emily·에밀리 블런트 분)는 디올(Dior)의 디렉터로 변신해 돌아온다. 더 이상 미란다의 밑이 아닌, 런웨이를 후원하는 ‘갑’의 자리에서 나이젤(Nigel·스탠리 투치[Stanley Tucci] 분)과 미란다를 압박하는 에밀리의 모습은 20년이라는 세월이 권력의 지형을 어떻게 뒤바꿔 놓는지를 단번에 보여 준다.

밀라노의 밤, 세 여자의 계산과 진심
영화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곳은 밀라노다. 런웨이의 미래를 건 패션쇼 출장, 그 이면에서 앤디와 에밀리는 IT 재벌 벤지(Benji·저스틴 서로[Justin Theroux] 분)를 통한 런웨이 인수라는 비밀 작전을 꾸민다. 앤디의 논리는 명쾌하다. 런웨이를 축소하려는 신임 회장 제이에게 넘기느니, 차라리 자금력 있는 벤지에게 팔아 잡지의 미래를 지키자는 것. 그러나 미란다가 에밀리의 눈빛에서 읽어 낸 진짜 속내는 달랐다. 에밀리는 벤지의 인수 이후 미란다를 몰아내고 자신이 편집장 자리에 앉으려 했던 것이다. 20년 전 미란다에게 받은 상처가 복수심으로 발효된 셈이다.
밀라노 대성당 만찬에서 미란다가 벤지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벤지가 돌려주는 답은 이 영화가 패션 코미디의 외피 아래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한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대중은 인터넷과 미디어로 넘어갔으며, AI가 많은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벤지의 말 앞에서 미란다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 이 영화는 단순히 패션 잡지의 생존기가 아니라 전통 매체가 디지털 시대에 직면한 존재론적 위기 그 자체를 스크린 위에 올려놓는다. 닫힌 프라다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매장 앞을 쓸쓸히 서성이다 호텔로 돌아가는 미란다의 뒷모습은, 화려함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말없이 고백하는 장면이다.

악마의 속살, 그리고 “Thank you”
전편의 미란다가 철갑으로 무장한 권력 그 자체였다면, 속편의 미란다는 갑옷 틈새로 살짝 맨살이 비치는 인물이다. 서프라이즈로 밀라노에 나타난 남편 앞에서 은퇴를 내비치며 “나에게 뭐가 남을까”라고 묻는 장면은, 메릴 스트립이 아니었다면 자칫 감상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을 대사를 묵직한 무게로 착지시킨다. 남편의 대답 역시 단순하다. 쌍둥이 딸들과 문제 많은 강아지, 그리고 자신이 있다고.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일상의 존재들을 하나씩 열거하는 이 장면은, 커리어의 정점에서도 결국 사람을 붙드는 것은 곁에 있는 존재들이라는 전편의 주제를 20년의 깊이로 되풀이한다.
영화의 마지막, 미란다가 무심결에 앤디에게 건네는 “Thank you”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작고도 거대한 순간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뭐 해? 가 봐”라고 내보내는 미란다, 빙그레 웃으며 돌아서는 앤디. 20년간 단 한 번도 감사를 입에 올리지 않았던 악마가 마침내 인간의 언어를 내뱉는 이 순간을 위해 두 편의 영화가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젤이 사실은 자신이 앤디를 회장의 아들에게 추천했다고 고백하는 장면, 그리고 세 사람이 나란히 각자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엔딩 숏은 이 영화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조용히 완성한다. 화려한 런웨이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는 일상, 그것이 20년이 지난 뒤 이 시리즈가 도달한 풍경이다.

레드 와인에서 딸기 우유로, 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79퍼센트(%), 메타크리틱 62점이라는 평론가 점수는 전편의 명성에 비하면 다소 아쉽고, 씨네21의 한 평론가가 ‘레드 와인에서 딸기 우유로’라고 표현한 것처럼 전편이 지닌 날카로운 독설의 농도는 확실히 옅어졌다. 미란다의 독설이 희석된 자리를 채우는 것은 동료애와 연대의 서사인데, 이것을 성숙으로 볼 것인지 밍밍함으로 볼 것인지는 관객의 취향에 달려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동아시아인 캐릭터 ‘진 차오(秦舟)’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다. 앤디의 중국계 미국인 비서로 등장하는 이 인물이 우스꽝스러운 드레스와 커다란 안경을 쓴 채 학력을 속사포처럼 나열하는 장면은 중화권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전편에서도 앤디가 촌스러운 차림으로 등장해 무시당했지만, 패션에 무지한 외부인으로서의 설정이 뒷받침되었던 것과 달리, 진은 이미 업계 인턴 경력이 있는 인물인데도 동아시아인 스테레오타입이 코미디 장치로 소비된 측면이 있다. 할리우드가 아시아인 재현에 관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박스오피스 4억 3,100만 달러(5월 10일 기준), 한국 누적 관객 124만 명이라는 수치가 말해 주듯 이 영화에는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끄는 힘이 분명히 있다. 메릴 스트립·앤 해서웨이·에밀리 블런트·스탠리 투치라는 배우 네 명이 2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다시 한 화면에 서는 것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볼거리이며, 디올·펜디·불가리·지방시·베르사체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재현된 뉴욕과 밀라노의 패션 세계는 시각적 쾌감만으로도 119분을 채우고 남는다.
호찌민 시내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영어 음성, 베트남어 자막으로 상영 중이다. 20년 전 미란다의 독설에 가슴 졸이며 극장을 나섰던 기억이 있는 관객이라면, 20년이 흐른 뒤 그 악마가 건네는 작은 “Thank you” 한마디에 예상치 못한 울림을 받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