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비싼시대의 해법

비싼 직항 대신 선택한 우회로의 명암

항공권 가격이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월 30일 출발 기준, 호찌민~서울 대한항공 편도 요금은 1,200만 동을 기록했고, 왕복은 1,800만 동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를 찍었다. 비엣젯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편도 700만 동, 왕복 1,200만 동이 기본이었고, 상대적으로 한산한 5월조차 왕복 최저가가 760만 동 선이었다. 예약이 늦어질수록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결국 이번 연휴에는 직항을 포기했다. 갈 때는 마닐라를 경유하는 필리핀 항공(Philippine Airlines), 돌아올 때는 상하이를 거치는 중국동방항공(中国东方航空)을 택했다. 두 항공편을 합친 요금은 약 900만 동. 시간은 훨씬 더 걸렸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마닐라 호세 리잘공원

▲ 상하이 난징루의 모습

필리핀 항공 – 떤선녓에서 마닐라, 그리고 심야에 서울로

지난해 11월에도 한 번 탄 적 있는 필리핀 항공이었다. 그때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편도 450만 동이라는 요금이 다시 한번 나를 이 항공사로 이끌었다.
일정은 오전 9시 55분 호찌민 출발, 마닐라 13시 40분 도착, 11시간 대기 후 자정 0시 55분 서울행으로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오전 7시 30분 떤선(Tân Sơn Nhất)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다. 체크인 자체는 무난했다. 문제는 출국 심사였다. 최근 공항 측이 자동출입국 심사 기기를 리노베이션을 이유로 철거한 뒤 출국 심사 대기 시간이 크게 늘었다. 7시 50분에 체크인을 마치고 곧장 출국장으로 향했지만, 줄을 서서 심사를 통과하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보딩 타임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은 8시 40분이었다.

다행히 탑승 게이트에 도착하니 보딩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 투입된 기종은 에어버스(Airbus) A330-300. 통상 이 노선에는 A321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예상치 못한 중형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좌석 폭은 약 16.5인치로 넉넉한 편은 아니었고 좌석 앞 PTV도 없었지만, 중형기 특유의 여유로운 기내 공간이 그 아쉬움을 상쇄했다. 필리핀 항공은 풀서비스 국적기답게 정시 출발도 잘 지키는 편이었고, 이날도 예정 시각에 맞춰 이륙했다.

이륙 20분 후, 판티엣(Phan Thiết) 상공에 들어설 무렵 기내식이 나왔다. 선택지는 말레이시아 요리인 비프 른당(Beef Rendang)과 치킨 누들이었다. 비프 른당을 택했다. 작은 종이 박스 포장에 솔직히 기대는 없었는데, 웬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기내식이었다. 80년대 기내식 맛집이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다.

▲ 건설하고 있는 판티엣 공항의 모습

▲ 사이공-마닐라 구간 기내식으로 나온 비프른당

마닐라까지의 비행시간은 서울~삿포로 구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륙 후 2시간 40분 만에 착륙했다. 착륙 전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과 바다, 라군의 풍경은 사이공이나 방콕의 단조로운 평야 도심과는 확실히 달랐다.

▲ 마닐라 공항과, 주변 풍경 모습

▲ 마닐라 공항 도착

마닐라 환승 – 장시간 대기엔 공항 밖으로 나가야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Ninoy Aquino) 공항은 환승하기에 편한 공항이 아니다. 필리핀 항공 국제선이 주로 사용하는 1터미널은 1982년 개장 이후 제대로 된 리노베이션이 이뤄진 적이 거의 없어 시설 노후화가 역력하다.

▲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 1청사 도착층 모습

▲ 같은 공항 도착층 모습, 대리석에 속으면 안된다

계약 라운지인 마르하바(Marhaba) 등도 상시 혼잡한 데다 이용 시간을 2~3시간 단위로 엄격하게 제한해, 4시간 이상 환승이라면 라운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접는 편이 낫다.

▲ 마르하바 라운지 모습, 아시아나 항공 및 외항사들이 주로 사용함

▲ 라운지 내부 모습

장시간 환승이라면 시내 투어에 나서거나 3터미널 뒤편 뉴포트 리조트(Newport Resort)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권한다. 한국인은 필리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입국 심사 대기도 떤선녓에 비하면 훨씬 빠른 편이다.

▲ 뉴포트 리조트(Newport Resort)

서울행 심야편 PR400은 화물 수요로 운항되는 노선이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기내는 한산했다. 앞서 오사카발 항공기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보딩이 30분 지연됐지만, 승객이 적은 덕분에 예정보다 20분 늦은 출발로 마무리됐다. 지난 11월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노선은 사람보다 화물이 목적인 항공편이라는 인상이 굳어졌다.

심야편 기재도 A330이었는데, 좌석 배열이 3-3-3이 아닌 2-4-2 구성으로 대한항공과 흡사했고 전 좌석에 PTV가 장착돼 있었다. 장거리 노선 전용 기재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복병은 난기류였다. 오키나와~제주도 상공에서 약 30분간 강한 난기류가 이어졌다. 기내식 서빙 시간대였다면 뉴스에 나올 법한 수준이었다. 인천 착륙 30분 전에도 기체가 급격히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2011년 이후 가장 거친 비행이었다. 그래도 예정보다 10분 빠른 새벽 5시 40분, 인천공항에 내렸다.

▲ 서울행 심야편 기재의 모습

중국동방항공 인천에서 상하이를 거쳐 새벽 호찌민으로

5월 3일 귀국편은 중국동방항공이었다. 14시 30분 출발에 맞춰 12시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다. 동방항공은 자사 웹사이트를 통한 예약이 아니면 온라인 체크인이나 좌석 사전 지정이 외국인에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다. 대신 출발 3시간 전 인천공항 1터미널 H카운터를 직접 찾아가 원하는 좌석을 요청하면 대부분 들어준다.
특히 비상구 좌석을 원한다면 이 항공사만 한 곳이 없다. 통상 60위안의 추가 요금이 붙지만, 체크인 카운터에서 요청하면 무료로 배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특별 기내식을 원한다면 한국 예약 번호(1661-2600)로 미리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시스템 전반이 상당히 구식이라, 1990년대 항공사 예약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다.

▲ 여유있는 체크인을 자랑하는 인천공항 중국동방항공 체크인, H열 전체를 다 쓴다

▲ 라운지도 한산했다

▲ 인천공항의한산한 모습

체크인은 빠르게 끝났다. 인천공항이 동방항공의 최대 해외 취항지인 만큼 H카운터를 단독으로 쓰고 있어 줄 자체가 없었다. 1터미널 분위기는 묘하게 2012~2013년 무렵을 떠올리게 했다. 이용객이 4,000만 명 남짓이던 그 시절, 아시아나항공이 빠진 자리를 외항사들이 채우고 국적 LCC들이 터미널을 나눠 쓰는 지금의 한산함이 그 감각과 겹쳤다. 덕분에 평소엔 30분씩 줄을 서야 한다는 라운지에 거의 대기 없이 입장해 비빔밥까지 느긋하게 먹었다.

▲ 인천-상하이구간 기내식

인천~상하이 구간 기내식은 짧은 노선답게 선택지 없이 누들 하나가 나왔다. 어린이 기내식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2시간짜리 비행에 따뜻한 음식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상하이 푸동(浦東) 공항은 세계 5위권의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국제선 여객은 국내선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덕분에 광활한 공간이 텅텅 비어있어 환승은 더없이 여유로웠다. 환승 시간을 이용해 무비자로 입국, 잠깐 상하이 시내를 둘러봤다.

텅텅 비어 있는 푸동공항의 모습, 공항규모에 비해서 터미널이 너무 크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마그레브(Maglev)를 타고 급히 공항으로 돌아왔지만, 출국 심사대도 보안 검색대도 라운지도 한결같이 한산했다.

밤 10시 50분, 호찌민행 MU7303편에 올랐다. 비상구 좌석에 옆 자리 승객도 없어 이코노미석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밤 11시 40분 경 이륙 후 기내식은 나오지 않았다. 음료는 제공됐지만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식사 서비스는 없었다. 이륙 약 3시간 30분 뒤, 호찌민 현지 시각 새벽 2시 40분 항공기는 조용히 착륙했다.
본 항공기의 진짜 장점은 도착 시각이었다. 새벽 2시대에 내리니 입국 심사장에는 이 비행기 승객들밖에 없었다. 착륙 후 5분도 채 안 돼 심사를 통과했고, 수화물을 찾아 택시를 잡기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두 항공사, 솔직한 평가

필리핀 항공 (Philippine Airlines)

▶ 장점 – 기내식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나온다. 게다가 은근히 맛있다. 80년대 기내식 맛집이라는 명성이 아직 살아있다는 인상이었다. 온라인으로 예약 변경과 좌석 사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도 편리했다.
▶ 단점 – 한국 항공사는 물론 다른 외항사와의 마일리지 제휴가 전혀 없다. 마닐라 1터미널은 장시간 환승에 적합하지 않다. 투입 기재에 따라 좌석 품질 편차가 크고, 체크인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종합 평점: 3.5 / 5.0

중국동방항공 (中国东方航空)

▶ 장점 – 인천공항 체크인은 국적기보다 빠를 때가 있다. 비상구 좌석을 포함해 원하는 좌석을 카운터에서 요청하면 대부분 들어준다. 환승 공항인 상하이 푸동은 넓고 여유로워 환승 스트레스가 없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 단점 – PTV 등 기내 영상 엔터테인먼트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자사 시스템 외 경로로 예약한 외국인은 온라인 좌석 변경과 특별 기내식 요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찌민 도착 시각이 새벽 2~3시대라는 점은 호불호가 갈린다.

종합 평점: 4.0 / 5.0

 

About chaovietnam

chaovietnam

Check Also

Travel – Bangkok: The Wellness Capital of Asia

– 웰니스로 바라본 여행 (방콕편) – 방콕 하면 카오산 로드의 열기, 복잡한 수상시장, 끝없이 밀리는 …

답글 남기기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