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AirAsia)의 공동 창업자 토니 페르난데스(Tony Fernandes) 회장이 조만간 새로운 항공사를 전격 출범시킨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직격탄으로 항공 업계의 난기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는 특유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전격 가동했다.
17일 항공 업계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향후 1~2달 내로 완전히 새로운 신규 항공사를 전격 공개할 것”이라며 “이미 에어아시아 그룹 내 일부 항공기를 새로운 벤처(신설 항공사) 사업에 재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신규 항공사 설립은 에어아시아가 최근 단행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형 항공기 도입 계약과 맞물려 있다. 에어아시아는 에어버스(Airbus)사의 소형 여객기인 ‘A220’ 제트기 150대를 전격 주문했다. 이 계약은 에어버스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로,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산 상업용 항공기 수출 역사상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라며 극찬해 화제를 모았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아시아 전역의 중소 도시와 틈새 노선에 보다 민첩하게 취항할 수 있는 소형 기종을 대거 확보함으로써 그룹의 기단 경쟁력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62세인 페르난데스 회장은 “위기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존재한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전쟁 등)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이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에어아시아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유 가격 변동 위험을 헷지(Hedging·위험분산)하지 않는 오랜 무헷지 정책을 고수하면서 주가가 약 35% 전격 폭락하는 등 시장의 우려를 사왔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회장은 유가가 결국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기존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유가 헷지를 한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보고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헷지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미국 항공사들처럼 우리도 헷지 없이 갈 것이며, 향후 유가 전망은 약세(하락세)로 돌아서리라 본다”고 진단했다.
에어아시아는 이번 글로벌 확장 기금과 기단 확대를 위해 채권 발행을 통해 최대 6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주요 시중은행들과 차입 비용(이자)을 대폭 낮추기 위한 대규모 대환대출(리파이낸싱)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페르난데스 회장은 추가 투자금 유치를 위해 캐나다 연금펀드 측과도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신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에어아시아는 현재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 항공 시장으로의 전격적인 진출 및 확장 방안도 심도 있게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에어버스 단일 통로(협동체) 기종 중심의 항공기 약 250대를 가동하고 있다. 이번에 주문한 150대가 추가되면 단일 통로 기종의 누적 인도 대기 물량만 약 550대에 달하게 된다. 아울러 에어아시아는 중동의 섬나라인 바레인에서 출발하는 신규 노선 운항 계획을 확정했으며, 향후 걸프만 지역에 현지 법인을 추가 설립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동업자인 다툭 파하민 라잡(Datuk Pahamin A. Rajab)과 함께 지난 2001년 말레이시아 정부 연계 기관으로부터 파산 위기에 몰렸던 에어아시아를 단돈 1링깃에 인수, 아시아 전역을 호령하는 최대 LCC 제국으로 탈바꿈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그의 현재 개인 자산 가치는 3억 3,500만 달러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