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유럽 관광객들이 전통적인 인기 휴양지인 동남아시아 대신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항로 이탈과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동남아행 항공료가 치솟은 반면, 중국은 무비자 정책과 직항 노선 확대를 앞세워 유럽 손님 맞이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항공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리 한밍(Li Hanming) 항공 전문가는 “유럽발 중국행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노선 증편이 잇따르고 있다”며 “동남아 노선이 여러 제약에 묶인 사이 중국이 올여름 가장 매력적인 대체지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유럽-동남아 노선의 최대 걸림돌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다. 중동 분쟁으로 이란 영공 통과가 위험해지면서 우회 항로 이용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비행시간 증가와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81.22달러까지 치솟아 항공사의 부담을 키웠다.
러시아 영공 통과 금지 조치 역시 유럽 항공사들에 뼈아픈 대목이다. 영국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OAG는 유럽 항공사들이 러시아를 피해 우회할 경우 시간당 최소 1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반면 러시아 영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중국 국적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임과 짧은 비행시간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OAG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유럽 간 직항 노선은 지난 5월 3천11편에서 여름 성수기인 8월에는 4천151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1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에어프랑스는 상하이-파리 노선을 주 7회에서 10회로 증편하고, KLM 네덜란드 항공도 베이징·상하이와 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노선을 주 29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무비자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은 2023년부터 주요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관광 문턱을 크게 낮췄다. 여기에 중동 지역 환승을 기피하는 승객들이 직항 노선을 선호하면서 중국행 수요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가 높은 항공료와 복잡한 항로 문제로 고전하는 사이, 중국이 공격적인 인프라 확대와 제도 개선으로 유럽 관광객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