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 이른바 ‘비감염성 질환(NCD)’의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체 사망 원인의 약 80%를 차지하는 이들 질환은 국가 생산성 저하와 의료 시스템 과부하를 초래하는 최대 보건 위협으로 떠올랐다.
14일 베트남 보건부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쩐 반 투언 보건부 차관은 지난 11일 하노이에서 열린 ‘비감염성 질환 관리 강화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현지 의료계의 엄중한 상황을 공유했다.
투언 차관은 “18~69세 성인 4명 중 1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는 성인 인구의 7%인 500만 명에 육박한다”며 “이 수치 뒤에는 뇌졸중, 심부전, 신부전, 장애 및 조기 사망이라는 거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뇌졸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트남은 매년 22만 건의 뇌졸중 사례가 발생하는 고위험 국가군에 속한다. 그러나 증상 발현 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골든타임(4.5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전체의 23.2%에 불과하다. 전문 구급차 시스템을 이용해 이송되는 환자 비중도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보건 당국은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히 환자가 오기를 기다려 치료하는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조기 발견과 연속적·통합적 관리 체계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건부 산하 진료관리국은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협력해 2026~2028년까지 ▲전문 가이드라인 표준화 ▲의사 2,000명 역량 강화 ▲뇌졸중 치료 네트워크 확충 ▲조기 발견을 위한 커뮤니티 홍보 강화 등 4대 핵심 목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병원 밖 응급 의료 시스템(Pre-hospital Emergency Care)’ 구축도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응급 조율 시스템을 도입하고, 구급차 규격 표준화 및 시민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한다. 이 사업은 우선 6개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영된 뒤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피삭 쿤웻 베링거인겔하임 베트남 대표는 “베트남은 이미 130개 이상의 병원이 세계뇌졸중기구(WSO) 인증을 받는 등 치료 역량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심혈관·신장·대사 질환 전반의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