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평등’을 명분으로 중학교 과정에서 대수학(Algebra)을 제외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학구가 정책 도입 12년 만에 해당 과목을 복구하기로 했다. 성적 격차를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학력 저하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31일 현지 교육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학구는 2014년부터 시행해 온 ‘중학교 대수학 폐지’ 정책을 철회하고 오는 새 학기부터 관내 19개 중학교에서 대수학 1(Algebra I) 과정을 선택 과목으로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과거 학구 측은 취약 계층 학생들이 기초를 다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대수학 학습 시기를 고교 과정으로 늦췄으나, 결과적으로 상급 수학 코스 이수 학생 수만 감소하고 계층 간 성적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부작용을 낳았다.
미국 대입 과정에서 대수학은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통한다. 8학년(한국의 중2~중3 해당) 때 대수학 1을 이수해야 고교 졸업 전 미적분(Calculus) 등 심화 과정까지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시행 기간 동안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사교육이나 여름학기를 통해 자녀의 진도를 유지했으나,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들은 오히려 고난도 학습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육 경제학자 토마스 디 교수는 이를 두고 “바닥을 높이는 대신 천장을 낮춰 평등을 추구하려 했던 실패한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도 정책 복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2024년 실시된 주민 투표에서 대다수 유권자는 중학교 대수학 복구를 요구했으며,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비롯한 새로 선출된 공직자들도 이에 적극 찬성했다. 특히 기술 혁신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학생들이 중학교 때 대수학을 접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8학년 학생들은 일반 수학 8과 대수학 1을 병행하여 학습할 수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자동으로 대수학 반에 배정되며,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에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6~8학년 과정을 압축해 3년 내에 대수학 1까지 마치는 속진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최근 실시된 독립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학 8과 대수학을 병행한 학생들은 일반 학생보다 약 1년 치 학습량에 해당하는 눈에 띄는 성적 향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번 결정은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워싱턴 등 미국 내 최소 9개 주가 우수 학생을 심화 과정에 자동 등록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다시 ‘학업 수월성’을 강조하는 교육 트렌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