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시 당국이 고층 아파트 건설 시 의무화하고 있는 ‘건축 설계 공모제’가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어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민간 주거 시설에 공공 건축물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규제의 모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응우옌 떤 끼엣 건축가는 호찌민시 기획건축국이 상업 시설이 포함된 주상복합 아파트를 공공 건축물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설계 공모는 ‘특급 또는 1급 규모의 공공 건축물’에 한해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당국은 건물의 성격(공공성)보다는 규모(24층 이상 등 1급 규모)에만 치중해 민간 아파트 프로젝트에도 공모를 강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끼엣 건축가는 “이미 설계를 마친 기업들이 인허가를 위해 형식적인 공모전을 여느라 3~6개월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을 허비하고 있다”며 “이는 건축의 질을 높이기보다 불필요한 행정 절차만 늘리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레 호앙 쩌우 호찌민 부동산협회(HoREA) 회장 역시 2019년 건축법과 관련 시행령(Decree 85) 사이의 불일치가 시스템적 결함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쩌우 회장은 “복합 주거 단지 내의 상가나 사무실, 의료 시설 등 일부 공공 편의시설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전체 프로젝트에 공모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구역 비중이 10~30%에 불과함에도 전체 설계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이자 정책적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설계 공모를 위해서는 최소 30일간의 공고 기간이 필요하며, 9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운영비 등 모든 비용이 프로젝트 원가에 산입된다. 민간 기업이 자기 자본으로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공공 프로젝트와 동일한 절차를 밟게 함으로써 사업 기간이 연장되고,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협회는 법령 개정을 통해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상징적인 공공 건축물과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 주도 복합 주거 단지의 경우 설계 공모 의무를 폐지하고 투자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