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국제 항공유 가격 폭등이 한국발 베트남 노선을 직격하고 있다. 항공편 취소가 잇따르고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베트남 여행을 앞둔 한국 관광객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비엣젯항공(Vietjet)은 23일 항공유 수급 불안을 이유로 4월 인천~나트랑(Nha Trang)·다낭(Da Nang)·푸꾸옥(Phu Quoc) 노선과 부산~나트랑 노선 일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인천~푸꾸옥 노선은 4월 8일부터 5월 1일까지 전면 운항 중단된다. 취소된 항공편 중 가장 이른 출발일은 4월 7일 인천발 나트랑행 VJ835편으로, 출발까지 불과 2주가량을 남겨둔 시점의 통보다.
비엣젯항공 한국 총판은 공지를 통해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고공행진 중이고 베트남 내 제트유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항공(Vietnam Airlines)도 4∼5월 인천~하노이(Hanoi)·호찌민시(Ho Chi Minh City) 노선 일부를 감편했으며, 에어부산도 4월부터 부산발 괌·세부·다낭 노선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한편 베트남 민간항공청(CAAV·Civil Aviation Authority of Vietnam)에 따르면 베트남항공은 4월 1일부터 하이퐁(Hai Phong)~부온마투옷(Buon Ma Thuot), 하이퐁~껌라잉(Cam Ranh), 하이퐁~푸꾸옥, 호찌민시~반돈(Van Don) 등 국내 저수요 노선 7개를 포함해 주 23편을 운항 중단한다. 밤부에어웨이즈(Bamboo Airways)는 향후 2개월간 하노이·호찌민시·다낭 주요 간선과 뀌뇬(Quy Nhon)·껌라잉 등 고수요 관광 노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항공유 가격 폭등이다. 싱가포르 항공유(Jet A-1) 가격은 2월 말 중동 분쟁 발발 이후 불과 2주 만에 배럴당 220∼230달러로 치솟아 사태 이전 대비 약 98% 급등했다.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현행 6단계에서 18단계로 12단계나 뛰어올랐다.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한 달 새 최대 상승 폭이다. 대한항공의 인천~뉴욕 노선 유류할증료는 3월 편도 9만9,000원에서 4월 30만3,000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베트남은 항공유 수요의 3분의 2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며, 이 중 약 60%를 중국과 태국에서 조달한다. 그러나 태국과 중국이 자국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베트남 내 항공유 수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베트남 주요 항공유 수입업체 스카이펙(Skypack)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필수 국내 노선만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류할증료 인상도 속출하고 있다. 비엣젯은 베트남~한국 노선 유류할증료를 4월 1일부터 일부 구간 기준 편도 50만 동(VND)에서 157만 동으로 3배 이상 올린다. 비에트라벨에어라인즈(Vietravel Airlines)도 방콕(Bangkok) 노선 할증료를 45만 동에서 75만 동으로 인상했다. 베트남항공은 올해 들어 6번째 유류할증료 조정을 단행했다.
여행객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항공사로부터 수수료 없이 환불을 받더라도 숙소·현지 투어·렌터카 등 부대 비용은 별도 취소 위약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 항공편 구하기도 쉽지 않다. 소셜미디어에는 “항공사 결항 확인서로 호텔 무료 취소를 시도하라”는 정보가 퍼지고 있으나, 호텔 정책에 따라 결과가 달라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항공사들이 선제적으로 감편에 나선 만큼 연쇄 반응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은 전례가 없는 만큼 현지 항공유 이슈가 국내 항공사 운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항공청이 국제·지역 항공사 약 4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조사에서도 60% 이상이 3월 중순부터 유류할증료 또는 항공 운임을 인상했거나 인상 예정인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