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거리 노점상을 단순한 단속 대상이 아닌 도시 발전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9일 풀브라이트 베트남 대학교의 공공정책 강의 전담 교수인 후인 테 주(Huynh The Du) 박사는 현지 매체 기고를 통해 노점 경제가 수많은 취약 계층의 생계 수단이자 도시의 문화적 자산임을 강조하며 상생을 위한 관리 모델 도입을 촉구했다.
후인 테 주 박사는 호찌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에서 반복되는 노점 단속 캠페인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는 이유는 근본적인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로 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점 경제는 노인과 여성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국제적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성공적인 사례로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Hawker Center)’가 제시됐다. 싱가포르는 1960~70년대 노점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으나, 이들을 체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복합 음식 센터를 건립하고 면허제와 위생 교육을 도입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호커 문화는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국가적 상징이자 관광 자산으로 거듭났다. 태국 방콕 역시 특정 구역과 시간대에만 영업을 허용하는 유연한 관리와 위생 점검 강화를 통해 노점상의 생계와 도시 질서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도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세 가지가 제안됐다. 첫째, 노점상을 경제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저숙련 노동력을 흡수하는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둘째, 야시장이나 푸드 스트리트 등 지정 구역을 설정하고 표준화된 가판대 디자인과 IT 기술을 활용한 면허 및 위생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노점상들이 새로운 기술 교육을 받거나 소액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정책과 연계된 직업 전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후인 테 주 박사는 각 도시의 인구 밀도와 인프라 특성이 다른 만큼 해외 모델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베트남의 실정에 맞는 유연한 계획과 표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 명령에만 의존하기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통해 노점 경제를 현대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할 때,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진정한 현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