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e Out – 라 퐁텐 (La Fontaine French Bistrot)

호찌민시(Ho Chi Minh City) 2군(郡) 타오디엔(Thao Dien). 한국 교민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밀집한 이 고급 주거지구의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아파트 단지 2층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과 음악의 선율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라 퐁텐(La Fontaine French Bistrot). 이름 그대로 ‘분수(噴水)’를 뜻하는 이 레스토랑은, 화려한 간판 하나 없이도 호찌민 최고의 프렌치 비스트로 자리를 꿰찬 곳이다. 2024년과 2025년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그 명성을 증명한다.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는 말이 아니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위치, 그래서 더 특별한 발견

라 퐁텐을 처음 찾는 이라면 입구에서 한 번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레스토랑이 들어선 건물은 리버사이드 레지던스(Riverside Residence)로, 외부에서 보면 일반 아파트 단지와 다를 바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오르거나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만 비로소 레스토랑 입구와 마주치게 되는 구조다. 테라스로 나가면 작은 분수가 있어 야외 분위기를 더한다. 주차는 트로픽 가든(Tropic Garden) 앞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방문객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파리의 5구(區)를 재현한 공간, 빈티지와 온기의 조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선이 멈춘다. 사이공의 열기와 소음은 문 밖에 남겨두고 온 것처럼, 실내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낮게 깔린 황동빛 조명,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빈티지 벤치 시트(banquette), 섬세한 테이블웨어, 그리고 벽면을 채운 프랑스식 소품들이 어우러져 파리 마레(Marais) 지구 어느 골목의 비스트로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실내 좌석 외에도 바(bar) 공간, 부스 좌석, 카운터 좌석, 그리고 전용 다이닝 공간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리를 갖추고 있다. 야외 테라스는 사이공의 선선한 저녁 바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소규모 가족 모임부터 커플 디너, 비즈니스 미팅까지 두루 어울리는 공간 구성이다. 다만 주말에는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반드시 사전 예약은 필수다. 에어컨 가동이 충분하지 않다는 일부 리뷰도 있었는데, 실제로 실내와 테라스의 온도 차이는 체감할 수 있었다.


첫 잔부터 결이 다른 드링크

착석과 동시에 음료 주문을 권유받았다. 와인 리스트는 글라스(glass) 단위로도 주문이 가능하여 혼자 방문한 이에게도 부담이 없다. 이날은 추천을 따라 피콩 비에르(Picon Bière)를 골랐다. 아이스 콜드 라거에 프랑스산 리큐르 피콩(Picon)을 더한 이 칵테일은 처음 접하는 맛이었다. 쌉싸래하면서도 시트러스 향이 감도는 독특한 풍미가 식욕을 자극했다. 실뱅의 제안대로 한 병 구매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첫 만남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한 핑크빛 칵테일도 눈길을 끌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마셔버렸다는 것이 오히려 완성도의 반증이다.

클래식의 정석, 부르고뉴 에스카르고

애피타이저로는 부르고뉴 에스카르고 (Escargots de Bourgogne)를 택했다. 마늘과 허브 버터를 듬뿍 채워 구운 달팽이 여섯 알이 전용 접시에 담겨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쉘(shell)에서 버터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 코를 자극하는 마늘향, 그리고 바게트 한 조각이 이 요리의 완성이다. 달팽이의 쫄깃한 식감은 베트남에서 먹는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만큼 정통에 가까웠다.
바게트에 버터 국물을 흠뻑 적셔 먹는 순간이야말로 이 요리의 하이라이트다. 그 한 입을 위해 에스카르고를 주문해도 아깝지 않다.

이날의 주인공, 비프 타르타르

메뉴판을 처음 펼쳤을 때부터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e)는 이미 결정된 선택이었다. 리뷰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 메뉴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문은 사실이었다.
칼로 곱게 다진 신선한 생우육(生牛肉)에 케이퍼(capers), 샬롯(shallot), 반숙 달걀 노른자, 그리고 디종 머스터드(Dijon mustard)를 곁들인 고전적 조합. 불필요한 변형이나 퓨전의 흔적은 없었다. 식재료의 신선도가 곧 이 요리의 품질이라는 사실을 셰프 티에리는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한 입 넣는 순간, 고기의 결이 살아있으면서도 부드럽게 풀리는 식감, 케이퍼의 산미와 머스터드의 은은한 자극이 층위를 이루며 펼쳐졌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오래 생각나는 맛이었다.
이 메뉴 하나를 위해 라 퐁텐을 다시 찾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리 다리 콩피, 프랑스 가정식의 정수

메인으로는 오리 다리 콩피(Duck Leg Confit)를 선택했다. 콩피(confit)란 오리 자체 지방에 수시간 저온으로 익히는 전통 프랑스 보존 조리법이다. 라 퐁텐의 콩피는 포크를 대자마자 살이 뼈에서 스르르 분리됐다. 겉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했다. 입 안에 넣으면 오리 고유의 깊은 풍미가 천천히 퍼지는데, 과하게 짜거나 기름지지 않아 끝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함께 나온 소테 포테이토(Sautée Potato)도 기대 이상이었다. 겉은 노릇하게 구워 바삭하고 안은 포슬포슬한 식감이 콩피와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굳이 소스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 외에 리브아이 스테이크(Ribeye Steak)와 크리미 시금치의 조합, 플랭크 스테이크(Flank Steak), 그리고 생굴(Fresh Oysters)도 여러 리뷰어들이 극찬한 메뉴다. 다음 방문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목록에 올려두었다.

디저트, 달콤한 결말

바바 오 럼(Baba au Rhum)은 럼(rhum) 시럽에 흠뻑 적신 발효 케이크에 휘핑크림을 얹은 클래식한 프랑스 디저트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마무리였다. 도가 지나치지 않은 단맛과 럼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수제 아이스크림 (Homemade Ice Cream)도 놓치기 아쉬운 메뉴다. 특히 피스타치오(Pistachio) 아이스크림은 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여러 리뷰어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가볍고 우아한 마무리를 원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서비스, 가장 파리다운 순간

라 퐁텐의 서비스는 음식만큼이나 여러 리뷰어들의 호평을 받는 요소다. 매니저는 영어, 프랑스어, 베트남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테이블마다 다가와 인사를 나누고, 메뉴에 대한 설명을 건네며, 와인 페어링을 제안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접객이다.
직원들은 물잔을 빠짐없이 채우고, 각 코스 사이 타이밍을 정확히 조율한다. 아이를 동반한 방문객에게도 친절하게 응대하며, 폐점 이후에도 체스판을 두고 대국을 즐기는 손님을 흔쾌히 기다려주었다는 에피소드는 이 레스토랑의 서비스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격, 아깝지 않다는 전제 하에

저녁 식사 기준 1인당 50만~60만 동(VND). 한화로 약 2만 5천~3만 원 선이다. 호찌민시 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식재료의 수준과 조리의 완성도, 그리고 서비스와 공간이 주는 경험 전체를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일부 리뷰어들이 “가성비가 아쉽다”고 지적했지만, 비스트로임에도 이 정도 완성도를 유지한다면 가격 이상의 가치는 충분히 돌려받는다고 판단한다.
평일 점심 세트(Lunch Set)는 1인당 45만 동으로 구성되어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정통 프랑스 비스트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현지 단골 손님들 사이에서는 ‘데이리 점심 세트’가 특히 인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월 1회 열리는 브런치(Monthly Brunch)는 넉넉한 분량으로 제공되어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따른다.

About chaovietnam

chaovietnam

Check Also

중국 요리, ‘스님 유혹’ 전해져

출처: VnExpress Travel 날짜: 2025. 12. 24. 원문보기 중국의 한 요리가 불교의 금기인 고기를 사용하지 …

답글 남기기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