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공 전시컨벤션센터(SECC, Saigon Exhibition and Convention Center). 호찌민시 7군(Quận 7) 응우옌반린(Nguyễn Văn Linh) 대로변에 자리 잡은 이 건물 앞에 5월 21일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입구 현수막에는 ‘확장하는 연결, 미래를 이끌다(Mở rộng kết nối – Dẫn lối tương lai)’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오토테크 & 액세서리 2026(Autotech & Accessories 2026)과 콘스 & 트랜스 2026(Cons & Trans 2026), 두 개의 전시회가 동시에 막을 올린 날이었다.
전시장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기름 냄새 대신 플라스틱과 전선 냄새가 났다. 이 작은 차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10,000㎡에 펼쳐진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지금
총 전시 면적 1만㎡. 500개 이상의 부스가 빼곡히 들어선 홀을 걷다 보면 방향 감각을 잃기 쉽다. 베트남·한국·중국·대만·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 모인 3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의 탈것’을 전시하고 있었다. 주최 측은 4일간 2만 명의 일반 관람객과 5,000명의 무역 바이어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내가 처음 발을 멈춘 곳은 스바루(Subaru) 베트남 부스였다. 홀 한가운데에 신형 포레스터(Forester) 2.5L 박서(Boxer) 엔진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웃백(Outback)·크로스트렉(Crosstrek)·BRZ까지 나란히 세워진 라인업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인상을 줬다. 서브루 특유의 수평대향 엔진을 중심으로 한 안전·주행 기술 철학 – ‘인간 중심 설계’ – 을 강조하는 안내 문구가 여러 언어로 붙어 있었다. 베트남 수입차 시장에서 서브루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부스였다.

비전기차중 거의 유일하게 있었던 일본 스바루 부스
바로 맞은편은 VEAM(Tổng công ty Máy động lực và Máy nông nghiệp Việt Nam), 베트남 엔진·농기계 총공사의 부스였다. 베트남 상용차 시장의 오랜 주축답게 포톤-T25(FOTON-T25)·VEAM-S80·VAN-V2/V3·포르랜드 D65(Forland D65) 등 다양한 화물차 라인업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유독 눈길을 끄는 차량 하나가 있었다. 전기 밴 캐리 E5(Karry E5)였다. 1회 충전으로 230km를 달리고, 적재 공간 5.6㎥에 최대 적재량 945~1,105kg. 도심 운행 시간 제한도 없다. 가격은 330~340만 동(약 1,700만 원).

베트남 엔진농기계공사 부스
중국 전기차가 베트남 가족을 노린다
이번 전시회의 새로운 얼굴은 단연 우카(Wcar)였다. 중국의 신에너지차(NEV) 리테일 플랫폼으로, 이번이 베트남 첫 공개 등장이었다. 우링 빙고(Wuling Bingo)·마카롱(Macaron)·그랑고(Grango)·베스튠 샤오마(Bestune Xiaoma)까지 다양한 도심형 전기차 모델이 부스에 늘어섰다. ‘중국 최고의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베트남 모든 가족에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브랜드는, 정면으로 대중 시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부스 앞에 서서 우링 빙고의 둥근 차체를 들여다봤다. 도심 이동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다. 베트남의 협소한 골목, 혼잡한 시내, 주차 공간 부족이라는 현실을 정확히 파고드는 폼팩터였다. 중국 전기차가 유럽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시장을 열고 있다는 것, 그 최전선이 바로 이 전시장이었다.

부품과 배터리, 보이지 않는 경쟁
완성차 못지않게 치열한 곳은 부품·소재 구역이었다. 천넝 배터리 그룹(Tianneng Battery Group)은 이륜·삼륜 전기차용 납산 배터리를 전시했다. 아난다 베트남(Ananda Vietnam)은 미드마운트·사이드마운트·액슬 방식의 전기차 모터 라인업을 보여줬다.

지앙쑤 신웨이 파워 테크놀로지(Jiangsu Xinwei Power Technology)는 이륜·삼륜차용 전기모터와 디스플레이, 부품 솔루션을 소개했다.

투 휠 테크 코퍼레이션(Two Wheel Tech Corporation)의 고성능 서스펜션 시스템, 항저우 유니베어 테크놀로지(Hangzhou Unibear Technology)의 구동 체인, 초호 인더스트리얼 태국(Choho Industrial Thailand)의 오토바이 스프로킷까지. 전기차 전환이 완성차 제조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재편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 구역을 걸으며 실감했다.

학생들이 달리는 전기차를 만들었다
전시장 홀 A2 구역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들렸다. 2026 스마트 전기 자동차 모델 레이스(Smart Electric Car Model Race 2026)였다. 호찌민 공과대(HCMC University of Technology)와 공동 주관한 이 대회에 15개 대학에서 24개 팀이 출전했다. 학생들이 직접 설계·제작한 소형 전기차 모델들이 트랙을 달리는 장면은 전시장 전체에서 가장 생기가 넘쳤다.

기름 냄새가 사라지는 속도
전시장을 나오면서 다시 입구를 돌아봤다. 오후의 햇살 아래 SECC 앞 주차장에는 여전히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빼곡히 서 있었다. 대부분은 아직 휘발유 엔진이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로, 충전 단자가 달린 전기 오토바이들이 조용히 늘어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바로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미래였다. 여러국가에서 이번전시회에 참가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번전시회의 주인공은 중국과 대만의 부품회사들이었다. 이들이 사실상 전시회의장의 80%를 점유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들러리처럼 보였다.
본 전시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차시장을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 전시회에서 봤던 추세가 우연이 아닌거 같았다. 이번에 참가한 한국업체가 단 3개였고, 그것도 작은 수준에서만 참가했다는 점을 본다면. 한국업체들의 소극적인 참여가 아쉬웠다.
전시장 안에서 본 것들이 저 주차장 풍경을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까. 5년? 10년? 정확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들이 이 전시장에 모여 있었다.


MISELLENIOUS EVENTS
호찌민 펫페어 2026 – 베트남 펫 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전시회는 20개국 250개 업체가 참가하고, 약 1만 2,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산업 국제 박람회다.
펫페어 베트남 2026은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반려동물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올해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반려동물 주인과 일반 관람객을 위한 볼거리도 풍성하다. 국제 캣쇼(Cat Show)와 도그쇼(Dog Show), 그루밍 대회가 열리고, 앵무새 전시관 ‘패럿 파라다이스(Parrot Paradise)’와 수족관·아쿠아스케이프 전시 구역도 운영된다.
B2B 비즈니스 매칭 프로그램인 ‘바이어 파빌리온(Buyer Pavilion)’과 ‘펫 소싱 허브(Pet Sourcing Hub)’에서는 제조사, 수입사, 유통사, 이커머스 플랫폼, 수의 병원 체인 등이 직접 상담할 수 있다. 혁신 제품을 선보이는 ‘포 이노베이션스 쇼케이스(Paw Innovations Showcase)’와 반려동물 소매·이커머스 전문관도 신설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기업의 참가도 눈에 띈다. 펫페어 측은 올해 초 태국 펫산업협회(TPI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펫 브랜드의 베트남 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전시회 공식 웹사이트에는 “K-펫 브랜드가 2026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가 게재될 만큼, 한국 반려동물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바우와우(BowWow), 코리아 펫푸드(Korea Pet Food), 레이팜(Rayfarm), 케어사이드(Careside) 등 한국 업체가 출품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