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 다낭시의 여러 관광 거리에서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만 표기된 간판을 내건 업소가 늘고 있다. 상업용 간판에 베트남어를 우선 표기하도록 한 규정이 있는데도, 일부 베트남인 관광객은 어떤 가게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베트남 중북부 꽝찌(Quảng Trị)성에서 온 관광객 응우옌 반 호아(Nguyễn Văn Hòa) 씨는 고령의 여행객 20여 명과 함께 응우한선(Ngũ Hành Sơn)군 보응우옌잡(Võ Nguyên Giáp) 거리의 상점가 앞에서 발길을 멈춰야 했다.
미케(Mỹ Khê) 해변과 안트엉(An Thượng) 관광지구를 둘러본 뒤 일행 중 한 명이 담배를 사려 했지만, 편의점을 찾지 못했다. 상당수 업소가 외국어로만 간판을 달아 어떤 업종인지 베트남어로 표시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현지 주민에게 길을 물어 한 호텔 안에 있는 작은 편의 매대를 찾아냈다.
베트남어가 없는 간판과 광고물은 다낭 곳곳의 거리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 많은 업소가 한국어나 중국어, 영어만 큼지막하게 내걸면서 규정 준수와 베트남어 보존을 둘러싼 우려가 주민과 관광객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 노선에서 이런 간판은 쉽게 눈에 띈다. 응우한선군의 보응우옌잡 거리와 호쑤언흐엉(Hồ Xuân Hương) 거리, 하이쩌우(Hải Châu)군의 쩐푸(Trần Phú) 거리와 응우옌타이혹(Nguyễn Thái Học) 거리, 안하이(An Hải)군의 해안도로 일대에서 식당과 카페, 편의점, 스파 등이 외국어 전용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다.
외국어 간판 문제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최근 몇 달 사이 베트남어를 전혀 쓰지 않는 업소는 오히려 계속 늘고 있다. 일부 간판은 널리 쓰이는 외국어 5~6개를 나열하면서도 베트남어만 빠뜨렸고, 아예 외국 문자로만 적혀 있어 행인이 무슨 가게인지 알아볼 수 없는 곳도 있다.
회사원 쩐 티 란(Trần Thị Lan·32) 씨는 여러 거리에 외국어 간판이 몰려 있어 일부 지역은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도시가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간판에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베트남어가 주된 언어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란 씨는 “외국인 방문객을 외국어로 돕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베트남어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베트남 사람이 자기 나라 거리에서 가게 간판조차 읽지 못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트엉 지역의 한 식당 주인은 익명을 전제로,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과 서양인 관광객이어서 이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간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용 간판에 베트남어를 넣어야 한다는 규정을 알지 못했다며 “우리 식당에는 베트남 손님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규정에 따르면 상업용 간판에 베트남어와 외국어를 함께 쓸 경우, 외국어 문구의 크기는 베트남어의 4분의 3을 넘어서는 안 되며 베트남어 아래에 배치해야 한다.
정부 시행령 38/2021호는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 동(381.2달러)에서 3천만 동(1천143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규정에 맞지 않는 간판은 철거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