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시가 설 명절을 앞두고 생활이 어려운 고령자 1천140명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9일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안푸동(An Phú Đông)동 보건소에서 레티민(Lê Thị Minh·77) 할머니가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 눈은 실명했고 오른쪽 눈도 희미하게만 보이는 레 할머니는 외손주의 손을 잡고 접종대에 앉았다. 평생 고단하게 살아온 그에게 이날은 생전 처음으로 “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라는 개념을 접한 날이었다.
레 할머니는 이전에 남편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5명의 자녀가 있지만 모두 멀리 살며 형편이 어려워 늘 궁핍했다. 2024년 남편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2번 구역의 좁은 월세방에서 막내딸과 함께 살게 됐다. 생계를 위해 할머니는 오른쪽 눈에 남은 얼마 안 되는 시력에 의지해 매일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해서 백신 접종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번에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접종해준다고 해서 너무 기뻤어요. 두렵지 않았어요. 그저 건강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레 할머니는 감격스럽게 말했다.
레 할머니는 29일 안푸동에서 무료 백신을 접종받은 190명 중 한 명이며, 호찌민시 전체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고령자를 위한 독감 예방접종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1천140명 중 한 명이다. 이 프로젝트는 희망재단(Hope Foundation)이 호찌민시 질병관리센터(HCDC)와 협력해 추진하며 사노피-아벤티스 베트남(Sanofi-Aventis Vietnam)의 후원을 받는다.
프로그램은 현재부터 2026년 설 명절 전까지 빈곤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6개 보건소 지역에서 진행된다. 대상은 빈곤층 또는 준빈곤층에 속하고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기저질환이 있으며 지난 1년간 독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세 이상 노인들이다.
2025년 광역시로 통합된 후 호찌민시의 60세 이상 인구는 160만명으로 급증했다.
후인민친(Huỳnh Minh Chín) 호찌민시 보건국 부국장은 평균수명 증가는 보건 부문의 성과를 보여주는 반가운 신호이지만 노인들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 수반되는 과제라고 밝혔다.
친 부국장에 따르면 이 집단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폐 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계절성 독감 같은 감염병이 공격해 합병증을 일으키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고령자에게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닙니다. 폐렴, 호흡부전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하고 기저질환을 악화시키며 심지어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입니다”라고 보건국장이 경고했다.
고령화 인구 규모가 시 보건 시스템에 막대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친 부국장은 백신을 통한 선제적 예방이 최우선 과제로 여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접종은 개인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일선 병원의 부담을 줄이는 전략적 해법이기도 하다.
부락 페크메즈치(Burak Pekmezci) 사노피 대표이사는 베트남 고령자의 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동반자 약속을 확인했다. 희망재단 관계자도 “이 모델이 보건 형평성을 증진하기를 바란다. 건강한 고령자가 있는 지역사회는 안정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지역사회”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질병을 60%, 사망률을 70~80% 감소시킨다. 레 할머니처럼 길거리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에게 무료 백신은 의료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이다.
특히 빈곤층에 대한 백신 보급을 위해 사회 자원을 동원하는 것은 병원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 이는 또한 2026년부터 호찌민시 모든 시민이 연간 무료 검진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국 결의 72-NQ/TW를 이행하는 중요한 발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