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Out – 드마리스가 차린 베이커리 카페 ‘드몽떼르’

경기도 대형 카페, 호찌민에 상륙하다

한때 한국의 주말 풍경을 바꿔놓은 공간이 있었다. 경기도 외곽 국도변에 들어선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다. 김포, 파주, 양평, 남양주 같은 서울 근교의 넓은 땅 위에 수백 평짜리 건물이 올라갔다. 빵 진열대가 끝없이 이어지고, 층마다 분위기가 다른 좌석이 깔렸다. 넓은 주차장과 정원은 기본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간다기보다 반나절을 보내러 가는 곳이었다. 주말이면 서울에서 차를 몰고 나온 가족들로 주차장이 가득 찼고, ‘빵지순례’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이 유행에는 늘 셈법이 따라붙었다. 그 넓은 공간을 빵과 커피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실제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수익보다 다른 목적으로 지어진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왔다. 빵을 직접 굽는 제과점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지만 일반 카페는 그렇지 않다. 땅을 가진 자산가가 그 위에 베이커리 카페를 세워 상속세 부담을 줄인다는 지적이 2024년 무렵 SNS를 타고 퍼졌다. 국세청은 올해 1월 서울·경기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대상으로 가업상속공제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적자여도 괜찮다”는 말이 이 업종을 따라다닌 이유다.
그렇다고 손님들이 세금 때문에 그곳을 찾은 것은 아니다. 시내 카페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은데 훨씬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대형 카페가 사랑받은 이유였다. 대형 카페는 맛보다 공간을 파는 장사라는 평가도 이 무렵 굳어졌다. 그 모델이 베트남에 들어왔다. 호찌민 떠이타인(Tây Thạnh) 쯔엉찐(Trường Chinh) 도로변, 대형마트 고!(Go!) 쯔엉찐 바로 옆에 문을 연 드몽떼르 베이커리 & 브런치 카페다. 지난 18일 이곳을 찾았다.

뷔페 회사가 차린 빵집
드몽떼르를 이해하려면 먼저 드마리스(D’Maris)를 알아야 한다. 드마리스는 2007년 한국에서 첫 매장을 연 해산물 뷔페 브랜드다. 베트남에서는 호찌민 꽁화(Cộng Hòa)·안푸(An Phú)·푸미흥(Phú Mỹ Hưng) 3개 지점과 하노이 지점을 운영하며 고급 뷔페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점마다 면적이 3000㎡를 넘고 1000명 안팎을 수용한다. 해산물과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베트남 음식까지 250가지가 넘는 메뉴를 9개 코너에 나눠 낸다. 평일 점심 가격이 49만8000동(세전)부터 시작하니, 현지 기준으로는 가족 행사나 기념일에 찾는 곳이다.
대형 매장을 짓고, 많은 인력을 굴리고, 한꺼번에 몰리는 손님을 받아내는 일. 드마리스가 베트남에서 쌓은 것은 결국 이 운영 노하우다. 드몽떼르는 그 노하우를 베이커리 카페로 옮겨온 실험이다. 회사 측은 드몽떼르를 ‘베트남 최대 규모의 베이커리 브런치 카페’로 소개한다. 문을 연 것은 올해 7월이다.

규모 –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진열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규모가 먼저 다가온다. 경기도 외곽의 대형 카페들이 떠오르는 첫인상이다. 매장이 넓을 뿐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운 베이커리 셀렉션이 압도적이다. 한국의 대형 카페에서도 이 정도 가짓수를 한자리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달고 짠 빵이 진열대를 따라 길게 이어지고, 케이크와 쿠키, 디저트가 뒤를 잇는다. 쿠키와 빵을 담은 선물용 상자도 따로 진열돼 있다. 명절이나 방문 선물 수요까지 겨냥한 구성이다.
여기에 브런치 메뉴가 더해진다. 빵을 골라 커피와 곁들이는 카페에서 끝나지 않는다. 피자와 스파게티 같은 식사 메뉴에 빙수, 콜드브루, 과일차까지 갖췄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브런치 레스토랑을 얹은 구조다.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닫으니, 아침 식사부터 늦은 저녁 모임까지 하루를 통째로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인테리어는 현지에서 ‘한국 감성’으로 통한다. 현지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한국 도서관 같은 베이커리’, ‘한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카페’라는 소개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커다란 샹들리에와 노란 조명, 벽돌 벽과 검은 천장이 어우러진다. 서울 성수동이나 경기도 대형 카페에서 익숙하게 보던 연출이 호찌민 한복판에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창가 좌석에서는 멀리 떤선 (Tân Sơn Nhất) 공항이 보여, 해 질 녘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것도 이곳의 재미로 꼽힌다.
눈에 띄는 것은 직원 수다. 넓은 매장 곳곳에 직원이 배치돼 있다. 진열대 앞, 계산대, 좌석 구역마다 사람이 있다. 조끼를 갖춰 입은 직원들이 빵을 추천하고 쟁반을 정리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응대가 빠르고 불편함이 없다. 1000석 규모의 뷔페를 운영해온 회사답게 대형 매장의 동선을 사람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공간 – 오래 머물기 좋은 자리
좌석은 포근한 편이다. 딱딱한 의자보다 몸을 기댈 수 있는 소파형 자리가 많고, 테이블 간격도 넉넉하다. 매장이 넓으니 옆 테이블을 의식할 일도 적다. 여러 층에 걸쳐 좌석이 나뉘어 있어 층마다 분위기를 골라 앉을 수 있다. 가족 단위 손님이나 단체 모임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실제로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들의 후기에도 ‘가족 모임에 좋다’, ‘단체로 와도 자리가 넉넉하다’는 평이 많다. 빵 하나를 사서 몇 시간을 머물러도 눈치 볼 일이 없는 공간이다.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사람,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람,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한 공간에 섞여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맛 – 무난함의 영역
수십 가지 빵이 늘어선 진열대 앞에 서면 무엇을 고를지부터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빵과 음료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맛이다. 자극적이거나 실험적인 맛보다는 남녀노소 두루 입에 맞는 쪽을 택했다. 수십 가지 품목을 매일 고르게 구워내는 일은, 한두 가지 대표 빵에 집중하는 동네 빵집과는 또 다른 내공이 필요하다. 그만큼 내 취향에 맞는 빵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현지 방문객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특히 공간과 음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빵과 케이크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메뉴가 갈린다는 평이 많다. 가격은 일반 로컬 카페보다 조금 높은 편이지만, 넓고 쾌적한 공간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 사랑받은 이유도 맛 하나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빵과 함께 공간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러 갔다. 드몽떼르도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빵은 좋은 공간에서 보내는 하루를 완성해 주는 동반자에 가깝다.

셈법 – 넓은 공간, 긴 체류
여기서 경기도 대형 카페들이 받았던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이 넓은 매장과 많은 직원을 빵값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손님에게 좋은 조건은 곧 회사에 어려운 조건이다. 좌석이 편하고 공간이 넓을수록 손님은 오래 머문다. 빵 하나에 음료 한 잔으로 오후 내내 자리를 지키는 손님이 늘면 회전율은 떨어진다. 넓은 매장의 운영비와 인건비는 손님이 많든 적든 그대로다. 한국에서도 전문가들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초기 투자와 고정비 부담이 큰 사업 모델로 본다. 외곽 매장은 유행과 매출 변동에 민감해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형 카페들은 몇 가지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왔다. 진열대를 넓혀 한 사람이 쟁반에 여러 개를 담게 만든다. 포장 손님과 선물용 상품으로 매출을 보탠다. 평일의 한산함은 감수하고 주말 가족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승부를 건다.

드몽떼르의 구성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압도적인 진열대는 그 자체로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장치다. 선물 상자는 포장 매출을 노린다. 브런치를 붙인 것은 빵 한 개 값 대신 식사 한 끼 값을 받기 위해서다. 여기에 드몽떼르 만의 무기도 있다. 이미 여러 지점을 운영 중인 드마리스와 제빵 인력, 식자재 조달, 디저트 라인을 나눠 쓸 수 있다면 단독 베이커리 브랜드보다 원가 부담이 덜하다.
그럼에도 넓은 공간에 손님이 오래 머무는 구조는 쉽지 않은 숙제다. 손님으로서는 괜찮은 곳이다. 회사가 이 공간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시간이 답해줄 문제다.

경기도 국도변에서 호찌민 쯔엉찐까지
흥미로운 것은 장소다. 드몽떼르가 들어선 쯔엉찐 일대는 1군이나 타오디엔(Thảo Điền)처럼 외국인과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아니다. 공항과 가깝고 현지 주거 지역을 끼고 있는 대로변이다. 서울 도심이 아닌 경기도 외곽 국도변에 대형 카페가 섰던 것과 닮았다. 넓은 땅을 확보할 수 있고 차와 오토바이로 찾아오기 쉬운 곳이다. 매장 앞은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붐볐다.
손님의 얼굴도 다르다. 한국인이나 외국인보다 베트남 현지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드마리스 뷔페가 현지 중산층 가족을 붙잡았듯, 드몽떼르도 처음부터 베트남 소비자를 겨냥한 매장이다. 한인 사회를 상대로 한 한국식 가게가 아니라, 한국에서 검증된 공간 모델을 베트남 시장에 그대로 내놓은 셈이다.
베트남은 카페의 나라다. 골목마다 커피를 파는 가게가 있고, 사람들은 카페에 오래 앉아 있는 데 익숙하다. 오래 머무는 문화는 대형 카페에 기회이면서 동시에 부담이다. 손님을 끌어들이기는 쉽지만, 그 손님에게서 충분한 매출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대형 카페 유행은 한 시절을 풍미했다. 그 모델이 한국 브랜드의 손을 거쳐 베트남 시장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공간을 파는 카페’에 얼마나 지갑을 열지, 드몽떼르가 그 답을 보여줄 첫 사례가 될 것이다.



드몽떼르 베이커리 & 브런치 카페 (D’Monter – Bakery & Brunch Cafe)
주소
1/1 Truong Chinh St, Tay Thanh Ward, HCMC (Go! 쯔엉찐 옆)
전화
1900 0288 영업시간 매일 07:00 ~ 23:00
(1인 기준 7만동~35만동, 평균적으로 1인 평균 20만동 정도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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