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terview –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김영훈 호치민IT지원센터장

“AI 시대에도 아직은 사람이 필요하다” … “‘KITS’ 로” 한국 IT 기업과 베트남 인재 잇는 ‘연결자’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다. 세계적으로 초급 개발자 수요가 줄고 있고, 호찌민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KITS 수료생을 채용한 한국 IT 기업들은 올해도 대부분 다시 신입을 찾아왔다. 김영훈 센터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가 언제 클지 모르니, 미리 사람을 키워 같이 가겠다는 생각들이십니다.”
NIPA 본원에서 AI확산팀장을 지낸 그의 결론도 결국 ‘사람’이다. “AI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나 싶지만, 아직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길러 한국 기업과 잇는 곳이 NIPA 호치민IT지원센터다. 2019년 5월 문을 연 센터에는 지난해에만 한국 기업과 기관 200여 곳이 다녀갔다. 일주일에 세 곳꼴이다. 입주실 10개를 두고 열리는 공모는 매번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센터는 베트남에 처음 온 한국 기술 기업에 일할 공간부터 내준다. 같은 업종 기업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현지 시장 정보와 컨설팅, 네트워킹도 지원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가장 애를 먹는 일, 곧 함께 일할 현지 인재를 찾는 일을 돕는다. 온라인 ‘공동채용관’과 현지 IT 인재 양성 사업 ‘KITS’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베트남이 한국과 비슷하다? 저는 너무 다르다고 봅니다”

KITS는 센터와 함께 출발했다. 한국 개발자 인건비가 빠르게 오르면서, 베트남의 젊고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해 아웃소싱이나 현지화 개발을 하려는 수요가 컸다. 하지만 기업들은 곧 두 가지 벽에 부딪혔다.
첫 번째 벽은 개발자를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베트남에서는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으로 직원을 뽑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회사가 유명해야 지원자가 옵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이름난 기업이라도 여기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다고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두 번째 벽은 신입 채용의 시행착오였다. 인건비가 낮으니 신입을 뽑아 길러 보겠다는 기업이 많았다. 핵심 기술은 한국에서 개발하고, 현지에서는 UI·UX나 백엔드 같은 업무를 맡길 초급 개발자를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실패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그 원인을 ‘닮았다는 착각’에서 찾았다.
“베트남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생각이 기업의 눈을 흐린다고 봅니다.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 함께 일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에서도 신입을 뽑으면 일이 더 늘지 않습니까. 채용 절차부터 계약, OJT, 온보딩까지 회사로서는 다 비용입니다.”
그래서 KITS는 협약 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20주 이상 전문 교육을 한 뒤, 호찌민에서 사업하는 한국 IT 기업에 인턴으로 연계한다. 교육 과정에는 기술뿐 아니라 한국 비즈니스 문화와 조직 문화도 담았다. 현재 개발자 코스는 호찌민시 백과대학교(Bách Khoa) 컴퓨터공학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찌민시 경제대학교와도 함께 운영했다.

“PM과 개발자 사이, 통역 이상의 중재자가 필요하다”

KITS는 지난해 새 코스를 열었다. IT 분야 통번역 인력을 기르는 ‘한-베 IT 전문 통역사’ 과정으로,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어학과와 함께 운영한다.
김 센터장은 업종마다 그 나라만의 언어와 업무 절차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사 현장에서 일본식 용어를 많이 쓰는 것처럼요. 한국 PM이 베트남 개발자에게 한국식 IT 용어를 써 가며 업무를 지시합니다. 언어 습관만이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도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한-베 IT 전문 통역사입니다.”
이런 역할이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일본 IT 기업의 개발을 맡아 온 베트남 아웃소싱 업계에서는 PM과 개발자 사이 소통을 전담하는 ‘브릿지 SE’가 오래전부터 하나의 직무로 자리 잡았다. KITS는 이를 한-베 협업 환경에 맞게 키우고 있다.
선발도 깐깐하다. 올해는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 70여 명을 뽑았다. 이들은 과정 내내 단계별 평가를 거쳐 50명, 20명 수준으로 걸러진다. 끝까지 남은 수료생이 기업과 연결된다. 기업 반응은 좋았다고 한다. “한국어학과만 나온 인재를 뽑으면, 채용한 뒤에 IT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입사 후에 20주씩 교육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리 IT 기초를 갖춘 인재라 출발선이 다릅니다.” 지난해 인턴으로 연계된 수료생 가운데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례도 꽤 있다고 했다.
다만 필요한 인원은 개발자보다 적다. IT 전문 통역사 한 명이 여러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기업들이 개발자를 2~3명 뽑을 때 IT 전문 통역사 1명 정도를 함께 찾는다고 봤다.

“초급 개발자 줄어도, 기업들은 다시 찾아왔다”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에 개발자 양성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김 센터장은 초급 개발자 수요가 줄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호찌민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5년 차 이상 중급, 특히 고급 개발자의 몸값은 오르고 있다. 개발만 하는 사람보다 UI·UX와 마케팅, 경영 전략까지 함께 고민할 줄 아는 인재를 찾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멈춘 것은 아니라고 했다.
현장의 반응도 그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KITS 수료생을 채용한 기업 대부분이 올해도 채용 수요가 있어 다시 참여했다. “글로벌 흐름은 그렇지만, 여기는 아직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회사가 언제 클지 모르니 미리 사람을 키워 같이 가겠다는 생각들이십니다.”
그는 최근 읽은 가트너 보고서도 소개했다.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수단으로만 본 기업들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2029년까지 이들 기업이 AI를 이유로 내보낸 인력의 30%가량을 더 비싼 비용으로 다시 채용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연차 높은 개발자는 내보내기 어려우니 결국 초급 개발자부터 정리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비용 문제에서는 솔직했다. 순수 인건비만 보면 베트남은 아직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문화 차이와 거리, 시차처럼 감수해야 할 몫까지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부분까지 합치면 경쟁력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7.8%로 합의됐고, 노동 당국 자료상 지난해 베트남 내 외국인투자(FDI) 기업의 인건비가 평균 9.6%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에 맞춰 KITS도 모습을 바꾸고 있다. 출발점은 지난해 기업 간담회였다. “공공기관의 기업 지원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AI 기술은 쏟아지는데, 현업에 바쁜 직원들은 배울 기회가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호찌민 한국 IT 기업의 베트남 직원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열었다.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함께 참여했고, 교육은 코참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기존 개발자 코스와 한-베 IT 전문 통역사 코스를 어떻게 가져갈지는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AI를 장착한 ‘켄타우로스형 인간’이 더 멀리 간다”

AI 전담 공공기관 출신인 그가 꺼낸 결론은 의외로 ‘사람’이었다. “AI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나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3년 전쯤에는 “AI가 당장 사람을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AI를 잘 쓰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요즘 그는 ‘켄타우로스형 인간’이라는 표현을 쓴다.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처럼, AI를 장착한 사람이 같은 시간에 남들보다 훨씬 멀리 간다는 뜻이다. “회사 규정이나 복잡한 과거 자료, 법령까지 다 외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 건 AI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법인과 법인이 계약을 맺고 부서끼리 협업하는 일, 협상하고 타협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합니다.”
센터 안에서도 AI를 적극 쓰고 있다. 그가 직접 보여준 것은 베트남 법령 번역 시스템이었다. 센터장이 직접 만든 프로토타입이다. 베트남어 법령을 AI가 읽을 수 있는 파일로 바꾸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한국어로 번역해 배포한다. 시행령 개정 여부도 자동으로 추적한다. 지금은 IT 기업 관련 핵심 법령 53개 정도를 다룬다. 예전 같으면 직원에게 맡기거나 번역 회사에 의뢰해야 했던 일이다.
그렇다고 직원을 줄이지는 않는다.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느 기업에 전달할지는 결국 현지 매니저들이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AI를 더 많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100을 하던 직원이 200, 300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목표부터 세우고 달리며 맞추는 나라, 길게 보셔야 합니다”

김 센터장은 본원 AI확산팀장 시절, 지원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 희망 국가를 매년 물었다. 베트남은 늘 2위였다. 기업들이 베트남에 거는 기대는 주로 한국에서 접하는 발표와 뉴스에서 나온다. 베트남 정부는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국가 AI 전략을 내세우고 있고, AI법도 제정해 올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전면 도입이나 2030년 디지털경제 비중 GDP의 30% 같은 목표도 잇따라 내놓았다. 한국 기업인들은 이를 사업 기회로 읽고 들어온다. 그런데 막상 와 보면 아직 갖춰진 것이 많지 않아 실망하기도 한다.
그는 그 차이를 ‘틀림’이 아닌 ‘방식의 차이’로 설명했다. “한국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짧게는 2주, 길어도 몇 달 안에 지원사업과 예산, 규제 혁신이 쏟아집니다. 한국 기업은 그 흐름에 익숙하니 기대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빨리 가야 합니다. 리더가 목표와 시한을 먼저 정하면 모든 부처가 함께 뛰면서 맞춰 가는 방식입니다. 예전에 한국이 했던 방식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방식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가 기업들에 건네는 조언은 ‘길게 보라’는 것이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5년 뒤에 시작하면서 고급 인재를 찾으면 그 회사로 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 초급 개발자부터 잡아서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참여 절차는 간단하다. 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채용이 필요한 기업은 사람인(다우키움그룹)과 함께 운영하는 온라인 공동채용관을 이용할 수 있다. KITS 수료생 연계는 연례 행사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 직무기술서(JD)를 보내면 센터가 수료생 풀에서 맞는 인재를 찾아 연결해 준다. 컴퓨터공학이 아닌 전기·전자 분야 인력이 필요하면 협약 대학의 대외협력 부서를 연결해 기업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인재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베트남의 빠른 디지털 전환 흐름과 한국 기업에 익숙한 환경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그 간극 때문에 기업들이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합니다. 그 간극을 줄여 드리는 것이 저희 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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