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 한인 사회에서 돈까스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는 대개 두 이름에서 멈춘다. 봄돈까스, 그리고 후지로와. 서열을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 기준점을 확인하는 자리에 가깝다. 기준이 오래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새로 검증할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점심과 21일, 이틀에 걸쳐 두 곳을 찾았다. 타오디엔에 문을 연 돈카츠 이네야(Tonkatsu Ineya)와 1군 사이공센터 지하 2층의 돈카츠 이토(Tonkatsu Ito)다. 한 곳은 개점 두 달을 갓 넘긴 신참이고, 다른 한 곳은 구글 리뷰 4600건을 쌓은 대형 매장이다. 출발선이 다르다. 그래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오히려 공정하다고 판단했다. 잣대는 단순하다. 고기의 두께와 질, 튀김옷의 가벼움, 기름의 온도, 그리고 밥. 돈까스는 변수가 적은 음식이다. 적은 만큼 실패한 지점이 정확히 드러난다.
이네야 – 재료를 먼저 말하는 집
▲ 매장 및 대표메뉴 모습
20일 정오 무렵 타오디엔. 매장은 작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좌석 수가 눈으로 세어질 정도다. 주방이 객석과 거의 붙어 있어 조리 과정이 그대로 보인다. 이 집은 재료를 먼저 내세운다. 홋카이도산 돼지고기를 쓴다고 강조한다. 산지를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세우는 만큼은 나오겠거니 하는 기대는 있었다.
▲ 시켜먹은 포크카츠 새우 세트, 밥이 인상적이다
주문한 포크카츠 새우 세트가 나왔다. 새우는 괜찮았다. 문제는 돈까스였다. 무난했으나 그뿐이었다. 일본식을 표방하는 집치고 눈에 띄는 대목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돌려도 이 정도는 나오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날 주방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 끼를 먹은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그날 나온 접시뿐이다. 밥은 달랐다. 이 집은 밥에 대한 평가가 돈까스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돈까스집에서는 흔치 않은 신호다. 일본식 돈까스집은 대개 밥을 적게 내는데, 이곳은 쌀밥이 주력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나나츠보시(ななつぼし)를 나무솥에 짓는다고 한다.
가격은 타오디엔이라는 입지를 감안해도 높다. 점심 정식이 세금 포함 355K. 정식 런치로는 부담스러운 값이다. 이 돈을 내고 다시 오겠느냐는 물음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약점은 더 있다. 좌석이 적어 단체는 사실상 어렵다. 서빙 동선도 아직 정돈되지 않았다. 안내받은 자리가 하필 출입문 바로 앞이었다. 큰 불편은 없었으나, 매장이 좁은 탓에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앉은 셈이라 식사 내내 주변이 어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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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매장모습
이토 — 돈까스집이라기보다 일식당
21일, 사이공센터 지하 2층. 환경부터 다르다. 쇼핑몰 지하 식당가 한복판이다. 소음이 있고, 옆 테이블과의 거리가 짧고, 짐을 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간다. 매장 측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푸드코트 안에서 최대한 아늑함을 만들어보려는 흔적은 보이지만, 장소의 성격상 한계가 뚜렷하다.
메뉴판을 펼치면 정체성이 더 분명해진다. 돈까스 외에 카레, 치킨 난반, 가라아게, 새우튀김, 우나기동, 스키야키, 벤토, 오니기리까지 늘어선다. 돈까스 전문점이 아니라 일식 종합점이다. 실제로 이 집에서 가장 많이 호명되는 메뉴도 돈까스가 아닌 치킨 난반이다. 가성비로는 난반이 낫고, 장어밥은 다소 짜고 비싼 편으로 보였다. 돈까스 전문점을 기대하고 들어간 사람과 쇼핑 중 끼니를 때우러 들어간 사람의 만족도가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자는 전자였다.
▲ 돈까스 전문집이라기 보다는 튀김요리 중심의 일식집에 가까운 이토, 그래서 여기 매뉴는
사진에서 보는거 처럼 돈까스 만이 아닌 규동, 치킨난반 같은 음식이 포함되어 있다
▲ 히레까스 모리아와세 정식 및 에비카츠 모습
히레카쓰 모리아와세 정식에 에비(새우)카츠를 추가했다. 세금까지 약 40만 동. 접시가 나온 순간 판단이 바뀌었다. 고기의 등급까지는 알 수 없으나 튀김이 대단히 잘돼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매장에서 직접 손질해 썬 돼지고기를 얇은 튀김옷으로 입혀 튀겨낸다는데, 그 얇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개인적으로는 봄돈까스 다음이라 부르고 싶은 맛이었다. 접시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의 소란이 잦아드는 느낌마저 들었다. 양도 넉넉했고, 밥과 양배추는 리필이 됐다.
이 집의 과제는 일관성이다. 구글 리뷰에는 가격과 속도는 좋지만 돼지고기와 튀김이 기름지고 튀김옷이 두꺼웠다는 평이 남아 있다. 기자가 받아본 접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튀김옷이 두껍고 기름졌다는 것은 기름 온도가 내려앉았다는 신호이고, 회전이 빠른 매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점심 피크와 한산한 시간의 결과물이 같을 수 없다. 뒤집어 말하면, 이 집은 잘 나온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낙차가 크다는 뜻이다.
또 하나. 맛의 방향이 상당히 일본 쪽에 가 있다. 이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먹는 사람이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왔느냐에 달렸다.
두 집을 같은 자리에 놓으면
이틀간의 결론은 이렇다. 가격표와 접시는 따로 논다. 이네야는 홋카이도산 돼지고기와 일본산 쌀이라는 재료를 전면에 내걸고 355K를 받는다. 이토는 쇼핑몰 지하의 일식 종합점이고, 기자가 지불한 금액은 40만 동이었다. 더 비싼 쪽이 더 나은 돈까스를 냈다. 다만 그 이토조차 돈까스를 간판으로 삼은 집은 아니다.
‘완벽한 돈까스’라는 좁은 과녁만 놓고 보면 이틀의 판정은 이토 쪽이다. 고기의 두께, 튀김옷의 가벼움, 기름의 온도 – 이 세 가지에서 이토가 앞섰다. 이네야가 이긴 항목은 밥 하나였다.



물론 한 번의 방문으로 한 집을 규정할 수는 없다. 이네야를 두고 “서빙만 가다듬으면 후지로와와 봄돈까스에 이은 돈까스 맛집”, “봄돈까스 고급진 버전”이라 평한 한국인 방문객들의 기록이 분명히 존재한다. 기자가 받은 접시가 그날의 예외였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반대로 이토 역시 기름진 튀김옷을 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두 집 모두 편차가 있다는 것, 그것이 이틀간 확인한 사실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평가의 방식이다. 새로 문을 연 집을 볼 때 한인들은 예외 없이 봄돈까스와 후지로와를 기준점으로 끌어온다. 호찌민 한인 사회 안에 이미 돈까스의 서열과 문법이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봄돈까스는 여전히 기준이다. 다만 기준이 하나뿐인 시장은 건강하지 않다. 검증받을 후보가 늘어나는 것은, 먹는 사람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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