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iew –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해외로 나간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은 한동안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인건비가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이 상식이던 시절이 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관세 장벽,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생산 기지를 어디에 두느냐가 비용의 문제를 넘어 경제안보의 문제가 됐다. 일본도 자국 기업의 본국 회귀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한국 정부 역시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제도를 잇달아 손보고 있다.
이 흐름의 한복판에서 베트남을 찾은 이가 있다.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다. 지난 일요일 호찌민에 도착한 박 청장 일행은 금융권 간담회와 호찌민시 정부 관계자 면담을 마쳤다. 이어 15일 부산·경남 출신 진출 기업인 간담회를 앞두고 씬짜오베트남 사무실을 찾았다.

박 청장이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제도 변화였다. 그가 가방에 넣어 온 것은 한 가지 메시지였다. “이제는 베트남 공장 문을 닫지 않아도 국내 복귀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 방문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국내 복귀 기업 제도의 규제를 많이 완화했습니다. 예전에는 해외 공장 문을 아예 닫아야 국내 복귀 기업으로 인정하고 인센티브를 줬습니다. 지금은 생산 라인을 유지한 채로 R&D든 일부 기능만 국내로 옮겨도 세제 혜택이나 부지 같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철수’라는 오해부터 경계했다. “베트남에서 계속 사업을 해도 좋습니다. 그중 일부 라인만 옮기면 되는 거니까, 베트남에서 아예 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 방법을 찾는 기업이 있다면 저희에게 문의할 수 있도록 알리려고 온 겁니다.”
제도 변화의 의미를 묻자 박 청장은 기업 오너의 입장이 되어 예를 들었다. “내가 오너인데 여기서 한 10년쯤 더 하고 그만두겠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만두기 전 단계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3~4년 뒤를 보고 국내 복귀 절차를 밟아두고, 청산은 서서히 진행하는 거죠. 예전에는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업들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제도적으로도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물론 매출 감소 등 일정한 요건은 갖춰야 한다.
공장을 닫는 순간 수십 년 쌓은 거래처와 인력, 생산 노하우가 함께 사라진다.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 복귀를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청산 없는 복귀’는 그 문턱을 크게 낮춘 셈이다.

“땅은 사지 않고 50년, 혜택은 패키지로”
부산·경남은 국내에서도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이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가. 박 청장은 ‘땅’을 꼽았다.
“저희에게는 외국인 투자 전용 부지가 있습니다. 50년간 무상 임대가 가능한 부지입니다. 원래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놓은 곳인데, 국내 복귀 기업도 여기에 입주할 자격이 생긴 겁니다. 첨단 제조 업종 같은 조건을 갖추면 땅을 사지 않고 50년 동안 쓸 수 있습니다.” 건물은 기업이 직접 지어야 한다. 대신 투자 촉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초기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행한 임광민 경자청 투자유치부 투자유치1과장은 국내 복귀 기업 지원이 “우리나라 기업 지원 인센티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패키지 형태”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이나 외국인 투자 기업이 투자할 때는 조세 감면이나 보조금 가운데 한두 가지만 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복귀 기업은 해외에서 옮겨오는 이전 비용, 설비 지원, 국세인 법인세, 지방세인 취득세 감면까지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외국인 투자 기업은 법인세 감면이 없어지고 지방세 감면만 받습니다.”
법인세 감면 기간도 늘었다. 임 과장에 따르면 종전에는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 였지만, 지금은 ‘7년간 100%, 이후 3년간 50%’로 확대됐다. 투자 보조금은 토지 매입비와 설비 투자액에 비례해 사업장당 최대 300억 원, 사업장이 여럿이면 최대 600억 원까지 지원된다. 투자를 많이 할수록 지원도 많이 받는 구조다. 복귀 이후에도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박 청장은 입지 조건도 덧붙였다. “신항이 있고 배후단지가 있습니다. 바로 옆에 창원, 울산 같은 대기업 밀집 지역이 있어서 수출 거점으로도 좋고 국내 기업과 연결하기에도 좋습니다.”

“13년간 조금씩 문턱을 낮춰왔다”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2013년이다. 그해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임 과장은 “당시 부산의 신발 기업들과 전북의 주얼리 수공업체 등 30곳 가까이가 국내로 돌아와 신문에도 많이 났다”고 회고했다. 2019년에는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또 한 번 붐이 일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박 청장은 “국내 복귀 기업 제도가 생긴 지 꽤 됐는데도 큰 실적이 없어서 제도 개선을 대폭 한 것 같다”며 “새 정부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시작한 것도 기회”라고 말했다.
요건 완화는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것이 업종 코드다. 해외 사업장과 국내 사업장이 같은 업종이어야 복귀로 인정되는데, 그 기준이 점점 느슨해졌다. 임 과장은 “2013년에는 업종 코드 다섯 자리가 모두 같아야 했고, 2019년에는 세 자리만 같으면 됐다”며 “지금은 앞 두 자리만 같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걸음 더 나간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해외 OEM 생산은 그대로 두고 연구개발 기능만 떼어 국내로 옮겨도 복귀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다.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는 이미 더 넓게 열려 있다. 임 과장은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하면 해외 생산을 축소하지 않아도 된다”며 “해외 생산량을 그대로 두고 한국에 투자해도 국내 복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 있다”고 했다.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그렇다면 베트남의 한국 기업들은 정말 돌아갈 생각이 있을까. 기자가 체감하는 현장 분위기는 이렇다. 1990년대 초 베트남에 진출한 1세대 기업인들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사업 정리를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당수가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후계자를 찾았다 해도 오른 인건비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저울질한다. 최근 몇 달 사이에는 교민 매체 게시판에 산업단지 공장을 팔겠다는 매물이나 ‘영구 귀국’ 인사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인건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4~5년 전 400만 동 수준이던 최저임금은 지역에 따라 500만~600만 동대로 올랐다. 호찌민 사무직은 1,000만 동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섬유업계는 인건비가 더 싼 이웃 나라로 옮기기도 어려워 자동화로 버티는 곳이 늘고 있다.

박 청장 일행도 비슷한 흐름을 읽고 있었다. 임 과장은 “신발이나 섬유 쪽 기업인들이 OEM 공장은 베트남에 그대로 두고, 본사와 연구 기능을 한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투자를 실행한 곳은 아직 많지 않지만, 계속 노크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는 겁니다.” 신발도 제조업인 만큼 지원 대상이 된다. 박 청장은 “주 타깃은 부산·경남이 강한 소재·부품·장비 제조업이지만, 신발 R&D 같은 분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자청은 ‘무조건 유치’를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선을 그었다. 임 과장은 “모든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필요는 없다”며 “해외에서 사업이 잘 된다면 굳이 국내로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마트 공장화로 기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한국에 와서 투자하면 국내 복귀가 됩니다. 반면 계속 사람 손이 필요한 노동집약 공정은 굳이 복귀할 필요가 없습니다. 첨단 기술은 국내로 가져오고 노동집약 공정은 해외에 두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는 “땅도 자원도 한정돼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값이면 우리 기업에 드리는 게 국익”
경제자유구역이라면 외국 기업 유치가 본업이 아닌가. 박 청장은 “당연히 외국 기업도 유치한다”고 답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입주기업 가운데 약 10%가 독일, 일본, 유럽, 미국 등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도 들어왔다.
“지난번 중국 출장에서 중국 기업을 하나 더 유치했습니다. 부산에는 이미 중국 기업이 한 곳 와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결국 관세 장벽 때문에 한국을 거쳐 ‘메이드 인 코리아’로 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니 들어오는 거죠.” 호찌민시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는 베트남 측이 첨단 기술 이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국내 복귀 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했다. “제도가 바뀌었고 아직 부지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 같은 값이면 이 좋은 혜택을 외국 기업보다 국내 복귀 기업에 드리는 게 훨씬 낫죠. 국익을 위해서도, 우리 기업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경자청은 현재 베트남과 중국을 국내 복귀 유치의 주요 대상 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규모가 남다르다. 박 청장은 “현지 공관에서 들어보니 베트남에 나와 있는 우리 기업이 1만 개 정도라고 한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많이 나와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1만 개라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그중에는 여기서 계속 성장하는 기업도 있을 테고, 사정에 따라 인도네시아든 다시 우리나라든 고민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이런 소식이 상담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고민하는 기업들이 먼저 문을 두드려 주기를”
박 청장에게 베트남은 낯선 곳이 아니다. 경남 행정부지사 시절인 2019년, 경남산 배와 딸기 수출 길을 열기 위해 베트남을 찾았다. “베트남에도 부유층이 생겼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왔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베트남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기가 지나고 나서 혹시라도 복귀를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면, 좋은 제도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임기는 3년, 남은 시간은 1년 2개월 남짓이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그는 내년에는 한국 기업이 몰려 있는 하노이 등 북부 지역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과 LG를 비롯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집중된 북부는 첨단 제조업 유치를 노리는 경자청에 또 다른 기회의 땅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청장은 교민사회에 당부를 남겼다. 모든 기업을 만나러 다닐 수는 없으니, 이런 소식이 널리 알려져 고민하는 기업들이 먼저 문을 두드려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기업들을 위한 일입니다. 베트남에서 계속 성장하든, 새로운 길을 찾든, 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창구가 되겠습니다.”

박성호 청장 소개
박 청장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옛 내무부,
지금의 행정안전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주싱가포르대사관 서기관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일본사무소장으로 두 차례 해외 근무를 했다.
이후 울산시 기획조정실장과 경상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1월 제9대 청장으로 취임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BJFEZ)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2004년 출범했다.
부산 강서구와 창원 진해구 일원 약 50㎢에 걸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관리하며,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항만물류와 첨단 제조 분야의 투자를 유치해 왔다.
입주기업은 2,400여 개에 이른다.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함께 운영하는 조합 형태의 기관으로,
청장은 공모를 거쳐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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