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차단하고 개인의 삶을 지키려는 ‘연락받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가 베트남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9일 베트남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의 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탄 호아(Thanh Hoa·28) 씨는 오후 5시 30분 정시 퇴근과 함께 컴퓨터를 닫고 휴대전화를 ‘방해 금지’ 모드로 전환한다. 과거 3년간 아침 일찍부터 이어지는 고객과 상사의 항공권·호텔 변경 요청 전화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던 그는 월 1,200만 동(VND)의 기본급 외에 야근을 통해 1,400만~1,500만 동을 벌 수 있음에도 초과 수당이 없는 야근 대신 건강과 개인 시간을 택했다. 호찌민시의 그래픽 디자이너 쩐 뚱(Trần Tùng·28) 씨 역시 월 2,500만 동의 고수입에도 불구하고 밤샘 수정 작업과 업무 스트레스로 위장 장애와 불안 증세를 겪다 2025년 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입이 적더라도 휴식이 보장되는 출판사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유럽의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법적으로 ‘연락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베트남 현행 노동법에는 관련 명시 조항이 없어 노사 간 자율 협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완전히 내려놓고자 하는 욕구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인적자원 기업 안파베(Anphabe)가 직장인 6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젊은 전문가의 약 46%가 승진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시한다고 답했으며, 나비고스 그룹(Navigos Group)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야근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VnExpress)가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응답이 30%, 긴급 상황에만 응답한다는 비율이 31%를 차지했다.
반면 기업 경영진과 인사 관리자들은 지나치게 경직된 업무 차단이 사업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노이의 한 물류회사 영업관리자는 직원과의 연락 두절로 긴급 주문 처리가 지연돼 고객사에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를 들며, 기업 운영상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인사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채용 과정에서 업무 특성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는 불투명성과 업무량에 미치지 못하는 보상 체계가 청년층의 강한 반발을 부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연락 차단이 장기적인 커리어 성장이나 고수익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정규 근무 시간 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업무의 긴급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